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필자는 ‘해사법률(183)/선박보험약관인 경우에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가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바 있는데(해운신문 2015년 7월 6일자 게재) 그때 대법원의 소위 "제1인성호 판결"(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2다118846, 2012다118853(반소) 판결)을 소개한 바 있다.

그 판결에서 대법원은 Institute Time Clause-Hull(협회기간보험약관(선박)) 약관에 의한 선박보험계약의 준거법은 영국법이 적용되므로 우리나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 제3조에 규정된 설명 의무는 적용되지 않음을 천명했다. 이는 그 이전에 면면히 내려오던 ‘설명의무’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을 일거에 변경한 것이라서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이 이 판결에서 밝혔듯이 이러한 법리는 해당 사안이, 선박보험계약이 준거법 지정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인 사안인 경우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1)

위 판결이 있은 때로부터 1년 3개월이 지난 2016년 6월 23일 대법원은 실무상 통상 사용하고 있는 해상적하보험약관에는 결과적으로 약관규제법 제3조에 규정된 설명의무가 적용된다는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5194 판결).

이 사건에서 보험대리점이 적하보험을 인수할 때 On-Deck Clause(갑판적재 약관)의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화물은 갑판적돼 해상운송되다가 갑판에서 해상으로 휩쓸려 내려가 손실돼 버렸다. 보험조건은 ICC WAIOP이었고 On-Deck Clause가 특별약관의 하나로 포함돼 있었다.

On-Deck Clause는 "Notwithstanding any average warranty (inclusive of coverage for any extraneous risks if granted hereunder) and the third paragraph of clause Ⅰ of the Institute Cargo Clauses, it is specially understood and agreed that, in the event of the interest hereby insured or any part thereof being carried on deck, the conditions on such deckload shall be amended to "F.P.A. [subject to F.P.A. Clause contained in the Institute Cargo Clauses (F.P.A.)] including the risks of Jettison & Washing Overboard," as from the commencement of this insurance."이다. 갑판적재 화물에 대해 담보범위를 자동적으로 FPA로 축소시키는 조항이다.

보험자가 "FPA[subject to F.P.A. Clause contained in the Institute Cargo Clauses (F.P.A.)] including the risks of Jettison & Washing Overboard" 중의 Washing Overboard에 해당되지 않으니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자, 피보험자는 보험자측에서 On-Deck Clause의 내용을 설명해 준 바가 전혀 없으니 약관규제법 제3조에 따라 On-Deck Clause는 보험계약의 내용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던 사안이다.

물론 보통의 경우처럼 이 사건 보험증권의 표면에 "Notwithstanding anything contained herein or attached hereto to the contrary, this insurance is understood and agreed to be 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 only as to liability for and settlement of any and all claims."라는 준거법 약관이 있었다.

선박보험과 비교해 볼 때 선박보험의 경우에는 '책임'이든 아니면 '성립'에 관한 사항이든 해당 선박보험계약과 관련한 모든 사항이 영국법 준거법 약관의 적용대상인데 비해 적하보험의 위 준거법 약관은 "as to liability for and settlement of any and all claims."로 한정돼 있다. 필자는 이 부분을 "일체의 보상청구에 대한 책임 및 결제에 관해"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준거법 약관은 이 사건 보험계약 전부에 대한 준거법을 지정한 것이 아니라 보험자의 책임 문제에 한정해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기로 한 것이므로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것이 아닌 사항에 관해는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우리나라의 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 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사항은 약관의 내용이 계약내용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로서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5533 판결 참조), 이에 관해는 영국법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약관규제법이 적용된다."라고 판시했다.2)

이에 따라 위 두 개의 중요한 대법원 판결 아래에서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가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해 해상보험업계에서 사용되는 약관을 기준으로 볼 때 선박보험의 경우에는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 되고, 적하보험에서는 그 설명의무가 적용되는 것으로 됐다.3) 해상보험을 다루는 해운업계나 해상보험업계는 이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1) 이 대법원 판결이 선박보험약관에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점에 대해 필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구체적인 판시사항이나 논리에 많은 잘못이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필자의 졸고 협회기간보험약관(선박)과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 해상·보험법 연구 제9권 (2015. 7.) 249면 이하 참고하기 바란다.

2) 다만 이 대법원 판결 사안에서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On-Deck Clause의 내용을 알고 있었음이 인정된다면서 종국적으로 피보험자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하고 On-Deck Clause를 그대로 적용한 뒤 보험자에게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3) 필자로서 ‘보상청구에 대한 책임 및 결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적절한 것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선박보험과 구별함이 없이 적용하는 것이 더 옳다고 본다. 필자는 오히려 설명의무 부분을 입법적으로 세밀하게 규정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본다. 이에 관해 필자의 졸고 해상보험약관의 설명의무 관련 문제의 해결에 대한 제안, 해상보험법 연구 제3호(2007) 45면 이하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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