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밀러(Greg Miller) IHS Markit Maritime & Trade 선임 에디터

▲ Greg Miller 선임에디터
해운시장과 상장시장 앞에 펼쳐진 전혀 다른 두 갈래 길은 향후 해운 부문의 관리 및 자금조달에 대해 매우 다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두 갈림길 중 하나는 성숙기로 이어진다. 대형 상장 해운회사,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시가총액, 높은 거래량, 연금 및 뮤추얼 펀드 위주의 투자자, 높은 신용등급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은행부채는 소규모 비공개기업이 아닌 이런 대형 상장 기업으로 흘러들어 가서 산업 내 합병을 부추기고, 낮은 자본비용과 규모의 경제 덕분에 경쟁력을 얻은 대기업들은 몸집을 더욱 불리게 된다. 경영방식도 기존의 가족소유경영에서 회계 중심의 전문경영으로 바뀌게 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저조한 거래량, 과도한 평가절하 등 현재 상장 해운기업의 부진은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2018년 이후 운임이 회복되면 상장시장은 활성화되고 기존에 실패한 투자자들은 신규 투자자들로 대체될 것이다.

두 갈림길 중 다른 하나는 다음과 같다. 해운시장내 상장 움직임이 더뎌지고, 기업들은 2000년 이전에 성행했던 비공개 상태로 회귀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가능성은 미국 상장시장의 베테랑인 피터 에반슨(Peter Evensen) 티케이(Teekay) 사장이 최근 제기한 바 있다.

에반슨 사장은 지난 6월 뉴욕에서 열린 마린머니(Marine Money) 컨퍼런스에서 “부동산업계 등 여러 업계에서 대기업화, 상장화 움직임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지는 확실치 않다. 우버(Uber)의 경우 비상장 기업이지만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증권거래소 없이도 주식시장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상장된 경우만큼은 아니더라도 투자자들은 현재도 우버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다. 해운 주식에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 굳이 상장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따지면 업계 전체가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중국의 산업화가 세계 무역 붐을 일으킨 시기에 해운업계의 상장이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산업화는 일회성이었다. 그렇다면 그와 함께 발생한 해운업계의 상장 러시 또한 일회성일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밀려나는 파도처럼,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해운산업의 존재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같은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들린다면,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모건 체이스 (Morgan Chase) CEO가 주식투자의 전설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을 필두로 블랙록(Blackrock), 피델리티(Fidelity), 뱅가드(Vanguard),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 GM, GE, 버라이즌(Verizon) 등 대기업 총수들과 최근 비밀 회동을 했다는 점을 떠올려보라. 앤드루 로스 소킨(Andrew Ross Sorkin) 뉴욕타임스 기자는 이 회동을 “상장사들의 곤란한 상태(sorry state)”와 “대부분의 스마트머니가 비상장기업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논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미국의 상장시장에 대한 장기 동향은 밝지 않다.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 상장기업수는 1996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왜 앞으로 합병과 상장으로 나아가는 길이 불가피하다고 확신하고, 이것이 만약(if)의 문제가 아닌 언제(when)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까? 사실상 해운산업의 미래는 과거로 회귀하는 비상장화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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