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행·선사 전문성배양 긴요
외항운송 등록 규제 완전히 풀어야
기회 오면 여객운송사업 진출하고파

요즈음과 같은 해운 장기불황 하에서 계속적인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선사는 많지가 않다. 불황 속에서도 잘 나간다고 소문난 회사는 우리 해운업계에도 P사, J사, K사 등 몇몇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규모가 크지 않은 선사들 중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활발한 영업활동을 전개하여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强小船社들도 분명히 있다. 그런 强小船社 중에 하나인 ‘하나마린(주)’의 강석심 사장을 인터뷰하고 싶었던 것은 기자의 오래된 소망이었다.

강석심 사장은 우리 업계의 대표적인 ‘개방론자’이다. 해운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하여 국적선사들이 국제경쟁 무대에서 다른 나라 선사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운당국이 지원을 해주어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기자는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한 한국해운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개방론자인 강석심 사장의 얘기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강사장을 찾아갔다. 하나마린의 자체빌딩(하나빌딩)은 선릉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자는 8월초의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하나마린을 찾아간 것이다.

시원한 사장실에서 마주 앉은 강석심 사장에게 최근의 근황을 묻자, 대뜸 요즈음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대형선사와 대형조선소들의 구조조정 문제를 언급하면서 부실화된 이들 때문에 우량 해운회사들이 상당히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문제가 신문에 크게 보도되면서 마치 우리 국적선사 모두가 부실화 되어 곧 망하는 것처럼 인식이 되고 있고, 따라서 은행들이 우량 선사들에게조차 선박금융을 해주길 꺼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책은행이라는 은행이 지난해 연말 선박금융 지원을 하기로 다 약속이 되었던 것을 최근에 완전히 뒤집어 버리고 못해 주겠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 조선업과 다른 대형 선사들에 너무 물려 들어가서 여타 선사들에게 지원할 여력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자사선 19척, 부채율 160%에 은행 신용도가 A+인 우리 같은 선사가 선박 도입자금을 지원받지 못한다면 다른 중소선사들은 어떨지 말을 안 해도 뻔합니다. 정부당국과 관련 협회에서 대형선사들만을 위주로 정책을 펴다보니까 중소형선사들은 완전히 도외시 된 결과가 이런 사태를 빚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면밀히 검토하여 정부당국과 관련 단체들이 중소형선사 지원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만 합니다. 선박 한 척을 도입하는 것이 수억불을 들여 자동화된 공장을 유치하는 것보다 고용유발 효과도 훨씬 높습니다.”

하나마린은 현재 소형 케미컬 탱커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근해항로에 취항하는 1000-4000dwt의 소형 케미컬 탱커 시장에서는 시장 주도자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형선사들이 부실화 되어 경영난맥상을 보이자 하나마린 같은 우량선사도 다 같은 국적선사로 치부하여 대출을 전혀 안 해주고 있는 은행권이 너무나 한심하고,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당국이 야속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운업계라고 해도 선사별로는 선종도 다르고 항로도 서로 다른데, 해운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 보니까 은행권이나 심지어 정부당국에서 조차도 비슷한 해운업체로 인식하여 모두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하나마린은 연간 매출액이 아직 1000억원을 넘지 못하는 중소형선사이지만 1987년 창립 이래 꾸준히 흑자를 내오고 있는 그야말로 우량 강소기업이다. 2013년에 598억원 매출에 당기순익 89억원, 2014년에 665억 매출에 당기순익 48억원, 2015년에 785억원 매출에 당기순익 8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또한 올해의 경우는 상반기에만 당기순익 46억원을 기록하여 연간매출 900억원에 당기순익 100억원이 기대되고 있다.

하나마린은 이처럼 좋은 경영상태이기 때문에 선대를 보강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이미 중고선 ‘실버 하나’호를 도입한데 이어 신조선 5척의 신조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은행권에서 대출을 꺼리고 있어서 신조선 건조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은행의 대출 거절로 시중은행이 대출을 해주기로는 했지만 자기자금을 많이 투여해야 하고 심지어 은행 측에서 건물 등 필요 이상의 과도한 담보도 요청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과 같은 시기에 중소선사들이 선박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제경쟁에서 퇴출될 것이 뻔하다는 점에서 강사장은 속이 타들어 간다고 했다.

인터뷰 초반부터 강사장은 작심한 듯 현재 해운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해달라는 강한 주문을 하고 있었다. 기자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하나마린이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거두게 된 요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영업을 아주 잘 한다고 소문난 강석심 사장의 영업을 잘 하는 비결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강사장은 자신이 해운업계에 입문하게 된 동기 등을 설명 한 후에 하나마린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1987년 하나선박을 처음 설립할 때부터 영업은 순조로웠습니다. 제가 천우사의 K-Line을 거쳐 현재 KSS해운이 된 KCC해운, 그리고 새한해운을 거치면서 줄 곳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저는 영업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또 우리는 틈새시장인 소형 케미컬탱커라는 한 우물만 파고 열심히 노력해 온 결과 오늘날 작은 성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는 마침 중국의 경제가 부흥이 되면서 뭘 해도 되는 좋은 시장 환경이 큰 뒷받침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영업을 잘 하는 방법은 자기를 낮추고 상대편(고객)을 앞세우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관계를 잘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객과 함께 호흡하는 공감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최근 비즈니스 패턴이 크게 변하면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성실하게 영업만 해 가지고는 되지를 않습니다. 우선 시장 변화에 예민하게 대응해야 하고, 서비스에서 남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강석심 사장은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것이 하나마린의 성공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는 지금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나마린이 처음부터 소형 케미컬 탱커(석유화학제품전용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 원래 이 시장은 일본선사들이 주름을 잡아 왔으나 하나마린이 1987년 진출하면서 Asahi Shosen, Uyeno Transtech, Tabuchi Kaiun 등 일본 전문 선사들과 합작법인도 설립하고, 일본 근해 및 내항선사 컨소시엄도 결성하는 등 파트너십으로 함께 영업을 하면서 그들의 기술을 전수 받아서 결국에는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강 사장의 설명이다. 최근의 어려워진 시장 여건 속에서도 근해항로의 1000톤에서 4000톤 사이즈의 케미컬 탱커 시장에서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굳게 지키고 있다.

하나마린은 강사장부터 유난히 서비스의 차별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방침에서도 회사의 비전을 “특수화물 운송의 차별화로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해운회사”라고 하여 특수화물 운송에서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총톤수 6000톤급 이하의 소형 케미컬 탱커만 취급할 뿐만 아니라, 그것도 주로 가열화물이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화물, 밀폐형 화물 등 취급하기가 까다로운 케미컬화물을 위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 하나마린의 크나 큰 장점이다.

강석심 사장은 하나마린의 성공 요인 중의 또 하나는 ‘현장중심 밀착경영’(3C 경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자사선이 입항하게 되면 반드시 임원급이 내려가 선박을 점검하게 하고 있고, 배에 관련해서는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카톡 등을 통해 정보를 올려 공유하게 함으로써 밀착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매년 3-4회씩 회사연수원에서 전 육상직원과 주요 사관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워크숍을 열어 육상-육상, 육상-해상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이해를 통해 안전관리 수준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장중심 밀착경영’이 결국 선박의 안전성을 담보하게 되어 많은 고객들이 ‘하나마린’을 꾸준히 찾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사장은 밝혔다.

이렇게 잘 나가는 하나마린이지만, 최근 탱커 시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걱정도 많을 것 같았다. 기자는 향후 케미컬 탱커시장의 전망에 대해서 강사장에게 물어보았다.

“향후 케미컬 시장은 엄청나게 어려워 질 것입니다. 셰일가스 개발로 석유화학시장이 새롭게 개편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석유화학 회사들의 공장을 중국을 겨냥해서 지었는데 이제 중국은 과잉 생산 상태라 팔 곳이 마땅치 않고 오히려 판매를 하러 나오는 상황이고, 동남아시아도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더구나 중국의 케미컬 탱커들이 한국 시장에 많이 진출해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최근에 소형 케미컬분야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던 일부 중대형 선사들도 여러 척의 신조선을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거나 이미 투입을 해서 걱정입니다. 물론 국내 선사들과도 경쟁은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진정한 경쟁 상대는 중국선사들입니다. 그런데 선박을 신조할 수 있는 자금을 대출해 주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선주협회가 빨리 대형선사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중소형선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하나마린은 매년 3-4회씩 안전관리위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경북 예천에 있는 하나마린 연수원 앞에서 직원들이 위크숍 참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강사장은 시황 전망을 얘기하면서 또다시 우량 중소선사에 대한 선박금융 지원을 서둘러 줄 것을 강조했다. 강사장은 이어서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내용에 대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특히 아직도 해운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한국해운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이러한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하고 각종 제도도 간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2010년 서울대 해양정책 최고과정 수료시에 국토해양부 장관상을 받은 논문 ‘한국해운정책에 관한 고찰’에서 지적한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물론 과거 얘기지만, 외항선사 등록기준을 선복량 5000gt에서 1만gt로 상향 시켜 소형선사들의 진출을 막았던 적이 있고, 내항선이 외항선으로 자격 변경하여 뛸 수 있는 기간을 180일로 제한하는 법을 만든 바도 있습니다. 명분은 시장 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인데, 결국 진입장벽을 만들어 기존업자를 보호하자는 것이겠죠.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결국 우리 선사들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외항운송사업에 대한 등록은 조건 없이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같은 데서는 그러한 규제가 없습니다. ‘내항선은 외항선 못 뛴다’그런 규제도 없습니다. 외항선의 내항운송 규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적선은 내외항 구분없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경쟁선사가 많아지면 시장질서가 문란해져서 곤란하다고 하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국적선사들끼리만 경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경쟁은 일본선사, 중국선사들과 하는 것입니다. 정부당국은 오히려 외국선사들과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할 때는 우리 내부적으로도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패하고도 재기할 수 있는 분위기와 지원제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러한 지원이 기존 우량 회사들에게 역차별로 작용하여 경영을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강사장은 이어서 선박을 도입한 이후 자사선으로 취항할 때까지의 수속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비효율적이어서 업무를 간소하여 선사들의 시간과 노력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매우 심각한 수준에 와있는 선원 고령화와 수급난 속에 선원 수준이 계속 낮아지면서 안전운항까지도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선원수급도 중요하나, 선원수준의 상향평준화를 위한 선원교육 및 훈련 제도에 개선에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케미컬 선박의 1항사에 외국인 선원을 승선시키지 못하는 등의 현행 제도상의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강사장은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이냐고 묻자 역시 ‘전문성 배양’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해운에 대한 전문성 배양은 정부의 공무원이나 관련 단체 임직원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지만, 선박회사의 직원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단순히 오퍼레이션만 하는 직원일지라도 해운에 대한 내용을 알고 제대로 이해하고 업무를 해야 합니다, 선사들이 제공할 수 있는 질 좋은 서비스란 ‘적기 딜리버리’와 ‘선박의 안전성 확보’라고 할 수 있지만, 특히 특수화물을 다루는 케미컬 시장에서는 그에 걸 맞는 관련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서비스에 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강사장은 이같은 전문성은 해운업계 뿐만 아니라 정부당국, 유관 단체, 그리고 관련 금융기관의 실무자들이 모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만 할 소양이라고 덧붙였다.

기자의 마지막 질문은 하나마린과 강석심 사장의 향후 새로운 도전에 관한 것이었다. 하나마린이 해외에서 3척, 국내에서 2척의 신조선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혹시 향후 다른 사업분야에 진출할 뜻은 없는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선박관리, 선원관리를 전산화하는 것을 몇 개 회사가 공동으로 개발해 봤으면 합니다. 많은 자금이 투입되므로 몇 개회사가 함께 하자는 것입니다. 또한 내항선이든 외항선이든 함께 수리를 한다든가 기자재를 함께 공동구매 한다든가 하는 사업을 펼쳐봤으면 합니다.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주협회 등이 나서서 해주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또 하나는 세월호 사태로 연안 여객선사들이 큰 타격을 받았는데, 내항해운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여객운송사업에 새롭게 한번 진출해 보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내항이든 한일간이든 여객선운송사업에 새로 참여해 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하나마린은 계속적인 흑자 경영으로 사내 유보된 자금을 회사 경쟁력 강화와 선대 개편에 적극 활용하여 설립 30주년이 되는 2017년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강사장은 회사의 경영 목표인 ‘창조적 사고로 회사를 발전시키고 사회에 공헌한다’ 중에 사회에 대한 공헌을 보다 빨리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나마린 강석심 사장 약력 >

△‘49년 경북 영주 출생 △‘74년 (주)천우사 선박부 입사 △ ’75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77년 한국케미칼해운 영업부 △’79 새한해운(주) 설립참여 (영업, 총무) △‘87 하나선박(주) 설립 △’96 하나마린(주) 설립 △‘06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영문과 졸업 △‘08 고려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10 서울대 해양정책 최고과정 수료 △‘16년 8월 현재 한국해운조합 부회장, 하나마린(주) 대표이사, (주)에이치엔씨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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