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우리나라 해운업 위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리먼사태 이후 세계경기 침체에 의한 해운경기 장기 불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고위험, 짧은 호황 긴 불황과 같은 새로운 경제질서, 즉 뉴 노멀의 시대가 원인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클락슨사에 따르면 유럽항로의 경우 컨테이너 물동량이 3.7%나 감소하여 가장 큰 부진에 시달렸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아시아 역내항로 물동량도 3.6% 증가에 그쳐 2014년의 6%에 비해 크게 증가세가 둔화되었다. 원유 등 자원 가격하락에 의해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 신흥국의 컨테이너 수입이 줄면서 남북항로도 물동량이 1.8% 증가에 그쳤다. 북미항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침체를 보였다.

두 번째는 해운산업 내에서의 비용경쟁에 따른 공급과잉이다. 불황에 따른 운임하락 때문에 비용절감이 절실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초대형선의 건조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선사들이 초대형컨테이너선을 건조하면서 합성의 오류가 발생해 산업내 공급이 과잉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었다.

특히 컨테이너선의 초대형선화는 해운산업의 혁신이 아니라 경직된 운영과 고정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짐(white elephant)이 된 것이다. 즉 초대형선은 높은 선가로 인해 화물적재율이 조금만 떨어져도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리스크를 지닌 선박인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 선사의 해운경영 고도화 및 해운지원 부재이다. 장기불황속에서 적자가 커지고, 차입이 늘어나, 재무구조가 부실하게 되었고, 이 가운데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비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초대형선을 확보해야 하는데, 금융권의 자구노력 요구로 수년간 자산을 매각만 했지, 선박금융을 통한 신조선을 건조하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용선으로 초대형선을 확보하면서 오히려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해운업이 호황이던 2000년대 중, 후반 들면서 선박수요가 늘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때 체결한 용선선박이 2009년 리먼 사태 이후 해운경기가 장기적으로 불황에 빠지면서 운임은 하락하는데 비해 용선료는 과거 높을 때 체결한 용선계약에 따라 지급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었다.

또한 2009년 리먼 사태 이후에는 이미 부채비율이 높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은행이 요구하는 자구노력을 하면서 얼라이언스에서 요구하는 초대형선 건조 대신 용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2011-14년 중에 용선한 선박도 역시 2015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역사상 최저치로 운임이 하락하면서 운임에 비해 용선료가 더 많이 지출되는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의 시각처럼 문제의 본질은 사선에 비해 용선비중이 너무 높다든지, 용선료가 현시세보다 높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6년 6월 기준 한진해운의 용선비중은 56.2%이고 현대상선의 용선비중은 58.8%이다. 이는 세계 15대 선사 평균 용선비율 53.9%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2위 MSC, 세계 4위 COSCO를 비롯해 양밍, 일본의 K-Line은 우리 선사보다 오히려 용선비중이 높다.

또한 용선계약상의 용선료가 현시세보다 높다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해운업계에서 다른 선사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용선료를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합리적 경영판단을 했지만, 시황이 예상치 못하게 급락해 적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 오류라고 지적을 할 수는 있지만, 이를 해운위기의 요인으로 치부할 수 는 없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예상하지 못한 해운시황 장기침체에 대비한 우리나라 외항선사들의 체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선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우리선사들이 유독 부채비율이 높은 이유는 호황 때 이익을 불황에 대비해서 유보하지 않은 점, 그리고 선가가 낮을 때 낮은 이자율로 선박금융을 일으켜 선박을 신조하지 못한 것, 그리고 컨테이너선 이외 사업을 다각화하여 해운 불황 시 타 부문에서 적자를 보전하는 사업구조가 형성되지 않은 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장기불황속에서 적자가 커지고, 차입이 늘어나, 재무구조가 부실하게 되었고, 이 가운데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비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초대형선을 확보해야 하는데, 금융권의 자구노력 요구로 수년간 자산을 매각만 했지, 선박금융을 통한 신조선을 건조하지 못했다. 2009년부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자구노력으로 확보한 자금이 5조원에 이르지만 구조조정 재원을 금융비용으로 사용하면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신규 투자는 전혀 하지 못해왔다.

결국 용선으로 초대형선을 확보하면서 오히려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여기에는 불황 시 적자를 보전할 수 있는 수익성이 있는 터미널이나 자동차선, 특수선 같은 경영다각화 자산을 자구노력 이행이라는 지침으로 매각하게 하는 등 해운업의 특성을 보지 못하고 단기적인 채무상환능력에만 초점을 맞춘 금융당국의 단견도 위기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운임하락, 선박 공급 과잉이란 똑같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 해운사들은 친환경 초대형 선박 확보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2011년 이후 컨테이너선 발주를 한 척도 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6월 기준으로 세계 상위 15대 컨테이너선사의 신조선 발주 척수는 총 812척인데 비해 한진해운은 신조선 발주가 없고, 현대상선은 2척을 발주하는데 그치고 있어, 현재보다도 향후 경쟁력 약화가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6위 메이저 선사인 한진해운의 파산은 국내 해운업의 최대 위기인 동시에 주요 항만의 물동량 감소, 무역에 의존하는 수많은 화주의 물류경쟁력 저하 등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올 사안이다. 특히 한진해운이 파산할 경우 앞으로 이런 규모의 국적선사를 다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불황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추가적인 자금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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