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에 긴급자금 수급하지만, 선주사 리스크 해결 못해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의 단기 유동성 지원으로 ‘9월 위기설’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선주사 리스크로 유동성 위기극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단기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초 2000~3000억원 규모의 단기 자금(브릿지론)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당초 채권단이 지원하기로 한 4조2000억원 가운데 집행되지 않은 1조원 내에서 충당된다.

산업은행은 채권단 지원계획에 없던 추가 유동성 부족은 자체 자금조달로 해결하라는 원칙을 고수해 왔는데, 대우조선해양이 건조를 마무리한 소난골 드릴십 2척의 인도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자 브릿지론을 통해 급전을 빌려주기로 방침을 바꿨다. 대우조선해양은 소난골과 드릴십 2기 인도를 9월 30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협의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소난골 드릴십 인도문제가 해결 실마리를 보이는 것은 소난골이 PF에 참여한 해외 금융사들과 계약유지에 관해 긍정적인 성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소난골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잦아지면서,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추가로 3억7000만 달러 규모의 보증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노르웨이 수출보증공사가 약속을 철회한 3억7000만 달러의 보증을 국내 정책금융기관이 맡을 경우 소난골 드릴십 인도가 가능해지고, 대우조선해양은 1조2000억원 가량의 건조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소난골 드릴십이 인도되기 전까지는 위기설을 잠재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드릴십 인도가 확정적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건조대금을 전액 받을 수 있느냐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드릴십 인도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받아야할 10억 달러 중 7억 달러만 받고 나머지 3억 달러는 해당 프로젝트에 에쿼티로 참여하는 방안을 소난골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값의 70%만 받고 인도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9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4000억원에 달해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소난골 드릴십 인도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럼에도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3천억원이 넘는 대금을 위험도가 높은 에쿼티 투자로 돌리는 것을 두고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드릴십 인도가 9개월 넘게 지연된 것이 선주사인 소난골의 재무위기에서 기인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또 다른 위험을 안고 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로 계속되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소난골 드릴십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우리도 어렵지만 소난골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일부 금액을 에쿼티로 돌리는 방안이 그나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난골 드릴십 인도가 마무리되면 유동성 위기가 상당 부분 잠재워질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산은의 브릿지론 지원과 소난골 드릴십 인도로 이른바 '9월 위기설'이 기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실적 개선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위기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적악화가 유동성 위기라는 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흑자전환 예상과 달리 2분기에도 4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냈고, 당기순손실은 1조2000억원대에 달하는 등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계속된 손실에 대우조선해양은 1조3000억원 규모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3분기에도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대우조선해양에 여신에 대한 자산건전성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분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고, 수주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다른 민간은행과 달리 ‘정상’ 등급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데다, 외부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재무제표에 ‘한정’ 의견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요주의’로 변경할 경우 신용공여액 5조원 중 7~19%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산업은행과 함께 ‘정상’ 등급을 유지해 왔던 수출입은행과 우리은행도 ‘요주의’ 분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난골 드릴십이 인도된다고 하더라도 선주사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대우조선해양 발목을 잡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해양 프로젝트 인도를 전제로 자구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인도연기나 계약취소가 발생한다면 유동성 위기가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 분야에서 소난골 드릴십 2기를 포함해 드릴십 8기, 잭업리그 1기, FPSO 1기, 고정식 플랫폼 4기를 수주잔량으로 가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수주 프로젝트의 적기 인도가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선결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정성립 사장은 선주사 리스크 해소를 위해 8월 29일 5박6일 일정으로 유럽으로 출국해 주요 선주들에게 적기 인도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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