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FOE와 1억7600만불 환불 합의…재매각 난항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0월 계약취소된 세미리그 1척에 대해 결국 선수금을 환불해 주기로 했다. 계약취소 사유가 현대중공업에 있다는 선주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노르웨이 시추선사 Fred Olsen Energy(FOE)는 계약취소된 세미리그 ‘Bollsta Dolphin’호를 둘러싼 런던해사중재인협회(LMAA) 중재를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계약취소 결정을 내린 FOE 요구대로 수령한 선수금 1억7600만 달러(1982억원)을 돌려주는 조건이다. FOE는 계약취소 사유가 현대중공업에 있기 때문에 기납부한 선수금과 이자로 1억8640만 달러를 환불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에 계약취소에 따른 손실로 2200억원을 이미 반영했기 때문에 추가 손실 가능성은 없으며, 중재 종결로 세미리그 재매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재까지 가면 서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씩 양보하면서 원만하게 합의했다”며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면서 매각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고 발주처와 관계도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애써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현대중공업은 세미리그 건조에 따른 비용과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하는 상황이다. 해당 세미리그는 FOE가 2012년 5월 자회사 Bollsta Dolphin을 통해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세계 최대 규모로, 선가만 7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설계변경 및 인도지연에 따른 추가비용으로 1억6700만 달러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9억 달러 가까운 금액에 재매각을 해야 하지만, 드릴십 발주조차 안 되는 현재 시황에서 인수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해당 세미리그가  ‘노르웨이 해양산업 표준(NORSOK)’이 적용돼 건조된 것이기에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북해지역 유전에 투입돼야 한다. 국제유가가 50달러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발비용이 높은 북해유전을 시추할 사업자가 당장 나타나기도 쉽지 않고, 있더라도 제값에 살 사업자가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재매각을 위해 선가를 크게 낮출 수밖에 없고, 손실이 이미 실적에 반영한 22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계약취소 사유인 인도지연이 선주측의 무리한 설계변경에 따른 것이라며 FOE가 체인지오더에 따른 추가비용 1억67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해 왔다. 현대중공업이 턴키로 수주했기 때문에 FOE가 추가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중공업과 FOE가 지난해 10월 이후 LMAA 중재 신청, 선수금 반환 신청,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대립각을 세웠지만, 결국 FOE 요구대로 마무리된 것도 턴키 수주에 따른 결과이다.

업계에서는 대형3사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낸 요인에 대해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욕심을 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능력이 없어 원가산출도 못할 정도였지만, 2012년 이후 계약규모를 키우기 위해 턴키로 수주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손실 프로젝트 대부분이 턴키로 수주한 노르속 적용 해양플랜트였다는 점은 해양플랜트 시장에 무대포로 뛰어들었다는 반증일 뿐이다.

문제는 사태가 이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주들의 일방적인 계약 취소로 LMAA에서 중재가 진행 중인 건이 한두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4월 계약취소된 노르웨이 에다 어코모데이션(Edda Accommodation)의 해양숙박설비에 대한 선수금 6900만 달러, 역시 4월에 계약취소된 그리스 토이사(Toisa)의 다목적 해양건설지원선에 대한 선수금 6750만 달러 환급 요구을 놓고 중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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