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부산신항 시찰, 전시행정 도마

한국산업은행이 최근 현대상선 해외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진해운 파산’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이종철 구조조정2실장 명의로 지난 9월 21일 현대상선 화주 등 해외고객들에게 발송된 영문서한에서 ‘한진해운 파산(Hanjin Shipping’s bankruptcy)’이라는 표현을 2차례나 사용해 한진해운의 파산을 기정사실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고 아직 회생으로 갈지, 파산으로 갈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receivership’이나 ‘legal managem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국책은행인 산은이 ‘bankruptcy’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산은이 발송한 서한에는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의 구조조정과 정상화를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영진 아래 현대상선의 경영과 자금안정성, 미래의 견실한 성장을 낙관하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글로벌 해운 위기에도 현대상선은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한국 국적선사로서 물류 위기를 극복하고 고객들에게 신뢰받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상선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글로벌 선사로서 지위를 갖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대상선 대주주로서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현대상선의 해외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지원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구속력있는 서한은 아니라는 것이 산업은행의 해명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한진해운 측은 기업회생절차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파산(bankruptcy)이라는 적절치 않은 용어를 해외하주들에게 사용했다는 자체로 한진해운을 두 번죽이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부산해양항만단체들과 부산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진해운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원회도 26일 긴급 규탄성명서를 내고 “산은이 현대상선 해외 화주들에게 한진해운의 파산을 기정사실화한 편지를 보낸 것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다. 국책은행이 (한진해운의)회생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문닫았다고 떠들고 다녀서야 하겠는가”라며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진해운살리기 비상대책위는 22일 부산신항을 찾은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행보도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비상대책위는 “유일호 부총리 방문일정에 입항 예정에 없던 한진해운 배가 입항해 컨테이너 70개만 내려놓은 뒤 부총리가 부산항을 떠난 뒤 빈배로 다시 공해상으로 나가는 전시성 행사가 벌어졌다. 아직도 한진해운 사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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