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한국해운신문 한 애독자께서 최근 한진해운 사태를 야기한 원인과 앞으로 한국해운이 나갈 방향을 담은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기고해주신 분의 요청으로 익명으로 게재함을 양지해 주기시기 바랍니다.

최근 해운·조선의 위기 사태를 보면서 ‘이렇게 해운과 조선을 대변할 인재 하나 없나?’라는 생각에 자괴감을 느낍니다. 그간 1970년부터 한국 경제 부흥의 주춧돌 역할을 한 해기사를 중심으로 한 해운 구성원들이 나라에서 받은 대접은 한심합니다. 그 대접이란 것이 해운은 없어도 되는 변방산업 쯤으로 인식되는 낙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 조직에서도 해양수산부가 빠졌다 들어왔다 하는 정도로 천대를 받아 왔습니다.

물론 내부적으로도 조선 세계 1위, 해운 7위하면서 그 힘을 과시하던 때에도 조직적으로 그 산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었습니다. 그저 ‘세월이 흘러 어떻게 되겠지’하는 막연함이 미래에 대한 염려의 전부였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맹추격으로 향후 한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은 없을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대형 오프쇼어가 있으니 일본도 중국도 우리의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그 한 마디에 부정적인 견해는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세계 경제와 해운, 오일&가스 산업이 동반 하락해 바닥권을 헤매는 현재 상황을 예견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 모두가 앞을 보지 못한 해운, 조선인들이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할 책임입니다.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그 반성의 대열에서 빠질 수 있을까요?

"한진해운을 꼭 살려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재무 관료들은 "미국도 영국도 국적 라이너가 없지만 물류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몰라도 한 참 모르는 관료들입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라이너를 죽이는 사례는 해운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국도 영국도 모두 자발적 합병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 주주로만 남아 있고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여전히 그 라이너들은 다른 이름으로 살아남아 그 나라의 화물을 수송하고 있습니다. P&O가 그랬고, APL이 그랬습니다. 선진국들은 Maersk, CMA CGM, K-Line 등 국가를 대표하는 라이너들에게 회생을 위한 5조~10조의 현금과 정부 보증을 통해 그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게 하였습니다.

지난 4~5년간 해운계가 한국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했을 때 한국 정부는 인위적인 지원은 정부보조금이 되어 EU에 제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지원 거부의 주된 이유였습니다. EU와 다른 나라는 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왜 대한민국에서는 안되는 것인지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재무 관료들의 힘과 의사결정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했습니다. 그들의 경제논리와 청와대 눈치보기가 한진해운 사태를 만들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Plan B가 있다던 금융위원장, 아마도 현대상선을 두고 한 얘기일 듯합니다. 자율 합병이 안되면 인위적인 합병… 실제 한진해운 사태가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을 전혀 하지 못한 체 Plan B는 제시하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보신주의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막지 못한 해수부 관료들도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IMF때 나라를 망하게 했던 경제 관료들 그리고 은행들은 국민들의 혈세와 눈물 어린 각고의 노력으로 다시 한국 경제가 정상 괘도에 올라 왔다는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서 국민의 도움으로 회생한 그들이 이제 국민에게 보따리 내놓으라 하며 해운의 목을 조릅니다.

당시 선박은 엄청난 외화 유입 창구였습니다. 한진해운은 당시 20여척을 팔아 7억불을 들여왔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모두 십시 일반 선박을 외국에 처분하고 외화를 들여왔습니다. 물론 회사 자체의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치였지만 그게 국가 회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고민한 흔적이 없습니다. 조선 산업 역시 당시 외국 바이어들의 발주와 함께 외화 유입 창구였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과연 이러한 해운과 조선이 나라를 망하게 했던 그 경제 관료들과 은행들의 의사결정에 그 목을 내 놓아도 되는 것인지 다시 묻고 싶습니다. 적반하장입니다.

기업의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가 회사의 미래를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질타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작금의 한진해운 사태를 보면 과연 정치적인 입김 없이 경제적인 논리로만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것인지 큰 의구심을 갖습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두 회사를 비교한다면 단연 한진해운이 그 규모나 네트워크 면에서 앞섭니다. 그럼에도 한진해운 대신 현대상선을 살린 이유에 대해 정부는 ‘현대상선은 주인이 사재를 털어 회사를 돌봤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그간 현대상선의 많은 내부인들은 공공연하게 대주주가 쓰러져 가는 회사 자산을 이렇게 빼도 되는 것이냐는 하소연을 했습니다. 누구도 저항하지 못했으나 단 한 분이 저항을 했습니다. 그분은 자산 유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다 결국 6개월만에 식물 대표이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대통령 외유 시 항상 현대상선 고위층을 동반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어떠한 잘못에도 내 사람 챙겨주고 그간 소원했던 한진그룹은 경제 논리로 팽개치는 현 정부의 이중 잣대는 스스로 정당성이나 경제 논리를 내세우기 민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재무 관료들과 비서진들의 대통령 눈치 보기가 극에 달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그런 내막도 모르고 재무 관료와 청와대 비서진들의 놀음에 놀아나 한진해운 사주 때리기에 나서는 야당 또한 2중대에 불과합니다. 좀 더 사려 깊게 상황을 인식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무지에 대해서도 강한 질타를 해야 합니다.

누구를 살리고 죽이는 것에 공정함이 없어서는 이후 역사의 심판대에 서게 된다는 것을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통해 배워 왔습니다. 앞으로 반드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한 사건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이 해운인이 힘이 없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조선은 그나마 노조가 있습니다. 회사가 백척간두에 서면 회사와 노조가 같은 목소리라도 냅니다. 그러나 더 많은 인력을 가진 해운은 노조가 있으나 그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과연 ‘뭣이 중한 겨?’를 모르는 정부 재무 관료들과 청와대 정책 입안자들에게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힘없는 대중이 힘 있는 정부를 상대로 자기의 뜻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은 힘을 모으는 것입니다.

정부가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구조조정의 잣대를 들이 댄다면 해기사협회, 해운노조가 힘을 합쳐 힘을 보여주는, 가령 모든 선박을 일시에 세우는 것과 같은 쟁의가 필요한 시기라 믿어집니다. 과연 해운이 재무 관료와 청와대가 인식하듯 없어도 되는 산업인지 그 실체를 보여주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할 시기라 판단됩니다. 이를 통해 당분간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미래 해운이 당당하게 대접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운인 중에서 덕망이 있고 뜻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 국회로 보내야 합니다. 해운을 대변할 인재들을 육성해야 합니다. 미국의 총기산업이 그 수많은 재난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것은 입법 로비력에 있습니다. 해운도 인재 육성으로 해운의 거취는 해운이 정할 수 있는 정도의 힘을 키워야 할 시기입니다.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한 자금 20조를 개별회사에 현금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생각합니다. 겨우 살린 회사들이 결국 경쟁 회사들과 선가 경쟁을 하여 건전한 회사까지 죽이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비경제적인 조선소를 폐쇄하고 남은 조선소에 일감을 줘서 자력갱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일감 없는 현금 지원은 독약입니다. 일감도 없이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노동자들만 감원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살길을 모색하는 일로 경제에 도움이 안됩니다. 차라리 죽이는 것이 다른 기업에 좋은 기회를 주는 일입니다. 따라서 조선소에 일감을 주고 해운과 조선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정부에서 하루 속히 선박투자공사를 설립, 20조의 재원을 순차적으로 출연하여 추가로 30조를 국내외의 은행들이 선박을 담보로 금융한다면 총 50조의 재원이 마련됩니다. 이 재원으로 크기에 따라 200~300척의 선박을 발주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선가는 그 어느 시기보다 낮습니다. 즉 선주 입장에서는 발주의 적기입니다. 국내에서 요청하는 선사들에게는 금융원가에 20년 장기 BBCHP를 주고, 외국에서 요청하는 선사들에게는 10~15년간 마진을 붙여서 BBCHP를 준다면 조선소 입장에서는 당장 2~3년간 일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추후 시장회복까지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낮은 원가와 고효율 신조 선박을 확보한 해운사는 낮은 가격과 이자에서 오는 경쟁력을 향유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고효율, 친환경 미래 지향적 선박을 개발하고 건조해야 합니다. 연료비가 적게 들어가고 친환경적인 LNG 연료 추진선을 건조해서 향후 유류 인상에 따른 상대적 경제성 확보를 통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조선의 강점을 십분 살려 미래 지향적인 선박을 공급해야 합니다. LNG 추진선은 경제적, 친환경적 이유로 많은 선주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각 항만에 연료 공급 인프라 구축이 늦어져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LNG 추진선을 대량 발주해 선도한다면 각 항구에서 그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각 항구의 인프라 구축 준비에 우리가 투자를 한다면 미래의 먹거리를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는 아울러 선박 LNG 연료 공급 산업에 획기적이고 큰 시발점이 될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건조 후 2~5년 뒤 시황이 회복되면 그 선박을 팔아 재투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수익이 많다면 선박투자공사와 해운사가 이익을 분배해 공적인 곳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많은 신조 물량은 해운 시황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터널을 지나면서 경쟁자들의 탈락을 기다리는 해운사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기간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의 국가이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비록 시황 개선에는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누구와 경쟁해서 이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어려운 시황은 단순하게 선박 공급 과잉만이 그 주된 이유는 아니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오일&가스산업의 저하로 구매력 약화, 중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등 세계 경제의 악화가 해운 수요 감소의 주된 요인이기에 다소 선박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경제가 활성화된다면 옵저브 가능한 수준입니다. 특히 고효율 친환경적 LNG 추진선이면 다른 어떤 선박들보다 경쟁우위이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주된 목표라 합니다. 있는 일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정부가 과연 창조적일까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잃는 일자리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한진해운 자체, 대리점, 육상 수송업체, 컨테이너 제작·수리 업체, 하역업체, 유류공급, 보험, 식음료 공급, 수리업체, 예선업체 등등 그야말로 수많은 유관 회사들의 2차 감원이 예상됩니다. 동일한 사태를 두고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과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 어느 것을 택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입니까?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우리가 해운·조선의 경기반전을 통해 다시 건정성을 다지고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할 것인 지, 아니면 그대로 이 몰락을 보고 있을 것인지? 그 목숨 여탈권을 쥐고 있는 재무 관료와 청와대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다시금 자괴감으로 다가옵니다.

다시 일어나 한국 해운·조선이 세계에 우뚝 서서 리더가 되도록 힘든 몸과 마음을 다스릴 약물 처방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해양이 대한민국의 미래라 믿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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