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항만연수원 최재준 부산연수원장

항만부대산업으로 교육과정 확대 추진
예산 부족·협소한 부지, 풀어야할 숙제

전남 나주가 고향인 최재준 원장은 기계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우연한 기회에 항만연수원과 인연을 맺었고 26년간 교수직을 수행하다가 이번에 처음 도입된 공모형 원장으로 선출됐다.

부산항만연수원 창립 멤버로 우리나라 항만기능교육 체계를 만들어온 장본인인 최재준 원장이 첫 공모형 원장으로 선출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최재준 원장은 20여년간 연수원 교수로 활동하면서 엔지니어로서 재능을 십분 발휘해 수많은 항만장비 운용 및 안전교육과정 등을 만들어내 우리나라 항만기능교육의 체계를 확립시켰다.

개원 준비 단계부터 참여해 왔고 20여년 연수원에서 일해왔기에 그 누구보다도 연수원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잘 알고 있는 최재준 원장은 취임 목표로 ‘실무중심의 세계적인 항만교육기관으로 도약’을 내걸었다.

항만하역시장이 자동화, 대형화 등이 급격하게 추진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고 이에 따라 항만연수원도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만 하는데 그 변화의 방향은 실무중심의 교육과 세계 진출이라는 게 최원장의 생각이다.

최원장은 항만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모든 교육과정을 만들어 제공하고 더 나아가 우리니라의 우수한 항만기능교육시스템을 개발도상국 등 해외로 전파하는 일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항만연수원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부산항만연수원 개원 멤버로서 26년간 연수원에서 일해 왔다. 이번에 원장으로 선출돼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부산항만연수원이 실무중심의 세계적인 항만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크레인이나 산업용 장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일을 하다가 1989년께 지인으로부터 부산훈련원(부산항만연수원 전신) 설립이 추진 중인데 참여하는 게 어떤가 라는 권유를 받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항만산업에 대해 잘 몰랐지만 크레인을 비롯한 기계장비에는 자신이 있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부산훈련원 준비단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0년 개원한 부산훈련원에서 교수로서 26년간 일해 왔고 마지막으로 원장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돼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역장비 현대화·자동화로 교육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항만하역 분야에도 현대화, 자동화가 많이 도입돼 과거처럼 단순히 힘으로만 하는 작업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에 따라 항만종사자들도 점점 줄어들고 당연히 교육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항운노조나 연수원 모두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앞으로 자동화 하역 장비를 유지하고 보수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연마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교육수요가 줄어드는 문제는 교육 품질 제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만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정리하고 하역 현장의 실정에 맞는 교육으로 재편해 교육생 만족도를 높여나가겠다.

-새로 도입한 교육과정이 있는가?
=항만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모든 인력양성과 교육과정을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것이 우리 연수원의 의지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 개설된 교육과정만 26개다. 그동안 항만의 핵심적인 기능인 하역 부분에 집중적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항만부대산업으로 교육과정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미 컨테이너 라싱이나 검수, 검량 등의 교과과정은 운영을 하고 있고 앞으로 줄잡이, 하역장비 정비 및 검사, 항만 보안 등의 교육과정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가장 최근 만들어낸 교육 과정은 컨테이너 라싱(고박) 교육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라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항운노조원 직무교육과정으로 개발해 30명씩 팀을 만들어 항운노조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화물 라싱 교육과정도 만들고 있다. 일반화물 라싱에 대한 교육이 전무하다보니 무작위로 작업이 진행돼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제대로된 라싱 작업이 이뤄지지 못해 항해도중 화물이 손상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화물 라싱 교육을 위해 부산항만공사와 울산항만공사로부터 각각 4천만씩 총 8천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일반화물 라싱 교육장을 만들고 있다. 내년부터는 일반화물 라싱도 본격적인 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만인력수급협의회를 통해 선발돼 신규로 항만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에 대한 교육과정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협의회가 선발한 10명 미만의 교육생들에게 1주일간 이론 및 실습교육을 실시해 완전히 숙지시킨 후 작업 현장으로 내보내고 있다.

-천진항 폭발사고 이후 항만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항만안전교육이다. 항만은 항상 대형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내실있는 안전교육을 강화해 안전사고율을 낮춰야한다. 우선 현장순회 안전교육을 체계화시키려고 한다. 각항만별, 화물별, 작업별로 위험물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순회안전교육 전담팀을 구성해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해 나가겠다.

유류 등 위험물 취급 분야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법정교육인 산적액체위험물 안전관리자 교육과정을 확대하고 유류하역 안전실습장치와 동영상을 제작하는 한편 IMDG코드 등 위험물안전운송교육과정도 개설할 계획이다.

-과거에 비해 교육 장비가 크게 변화된 것이 없는 것 같다.
=예산부족과 협소한 부지 때문에 현대화된 장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현재 항만에서 사용하고 있는 실물 장비를 확보해 교육에 활용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하역장비들이 빠르게 현대화, 대형화되면서 구매비용이 수백억원을 호가해 실물 장비 도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현대화된 실물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기존 교육장비가 점점 노후화돼 유지비용이 상승하는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설령 운좋게 실물 장비를 확보하더라도 부지가 협소해 설치할 공간도 마땅치 않다. 현재 기중기나 지게차 등을 실습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실물장비보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공간도 덜 차지하는 시뮬레이터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행히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 등에서 예산 지원을 해주셔서 최근 4~5년간 컨테이너크레인 시뮬레이터, 양화장치 시뮬레이터, 스트레들캐리어 시뮬레이터 등을 도입할 수 있었다.

특히 2014년에 도입한 컨테이너 크레인 시뮬레이터는 11억원이 투입돼 개발된 세계 최고 시뮬레이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터미널에서 사용되는 장비를 모델로 개발돼 현장의 작업 환경과 유사하게 날씨, 바람, 시간 등 다양한 환경을 설정해 운용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다. 유럽, 호주, 중국 등에서 이 장비를 벤치 마킹하려고 우리 연수원을 자주 찾고 있다.

최근에는 3D 컨테이너터미널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개발을 완료했다. 이 프로그램은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이뤄지는 본선작업, 야드작업, 부두 이송작업 등 24개 작업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 유형들을 3D로 구현해 작업자들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번 달부터 이 프로그램을 가지고 터미널 안전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협소한 부지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계획인가?
=첨단 시뮬레이터 장비를 확보하기는 했지만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실물장비를 확충하고 실습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우선 단기적으로 인접한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용당캠퍼스 유휴시설을 활용하는 방법을 관계기관들과 협의 중이다. 해양수산연수원은 본원을 동삼동으로 이전하고 용당캠퍼스는 오프쇼어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중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는 일부 시설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설들을 활용 하려면 우선 관계기관 합의가 필요하고 시설 리모델링을 위한 예산도 확보해야한다. 현재로서는 2가지 모두 쉽지 않지만 꾸준히 설득해 나가다 보면 성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부산 북항의 하역시설이 신항으로 이전될 예정이기 때문에 아예 연수원을 부산신항 인근으로 이전하는 문제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
=앞서 말씀드렸듯이 실무중심의 세계적인 항만교육기관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항만연수원의 교육 품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항만연수원의 수준 높은 교육을 이수하고 싶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이미 베트남 항만관계자들이 우리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은 바 있고 미얀마, 파키스탄, 터키 등에서도 교육을 요청하고 있다. 알제리에서는 아예 항만교육기관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그러나 연수원 독자적으로 해외 항만교육을 지원하기에는 예산문제가 걸림돌이다. 앞으로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등과 협의를 통해 해외항만개발시 항만교육프로그램도 패키지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우리의 우수한 항만교육훈련시스템을 해외에 전파시키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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