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위한 일, 언제나 앞장서겠다"

한진사태, 정부와 업계가 최선의 방법 찾기를
해운기업이 아닌 해운산업을 과감히 지원해야

지난 8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정유섭 국회의원과 해양강국포럼이 주최하는 ‘해상수송시장의 건전한 발전 방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한진해운 사태로 위기에 몰리고 있는 때에 해운업계가 정유섭 의원을 내세워 한국해운을 살리기 위한 구원운동에 나선 것이다.

이 토론회 이틀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바람에 이 토론회의 의미가 희석이 됐지만, 보다 확실해 진 것은 한국해운업계를 대변해서 나설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바로 정유섭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이었다.

창사 27주년을 맞은 한국해운신문이 해운업계를 대변해 서 활동하고 있는 정유섭 의원을 만나 국회에서의 활동, 최근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견해, 해운업계에 바라는 사항 등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봤다.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는 도무지 종을 잡을 수 없는 이상한 선거였다. 야당이 둘로 분열된 데다가 여당은 친박, 진박, 비박하며 집안싸움을 하면서 분열해 매우 혼란스러운 양상이었다. 결국 야당은 수도권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참패를 맛보며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서 22표차라는 최소표차로 당락이 갈린 선거구가 있어서 화제였다. 바로 정유섭 의원이 당선된 부평구갑 선거구다. 재검표까지 하고도 소송으로 가는 바람에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고서야 확실한 국회의원이 된 정유섭 의원은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수도권에 5명밖에 없는 여당 초선 국회의원이 되었다. 청렴하고 순하기만 한 공무원이었던 그가, 공부하기를 좋아해서 연구하는 것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았던 그가 정치인으로 입문한 동기가 참 궁금했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2011년 당시 여당의 대표였던 홍준표 의원이 권유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홍 대표는 나의 선배였는데, 대학 때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가 서울시장이 야당 후보에게 넘어가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임하는 바람에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태에서 노력 끝에 여당의 공천을 따낼 수 있었습니다. 부평이 야세가 강한 곳이라 여당의 실력있는 지원자들이 없었던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죠. 하지만 5% 차이로 낙선하고 4년 동안 정치낭인 신세가 됐습니다. 공무원을 오래한 저에게 정치낭인은 잘 맞지 않는 옷 같았습니다. 저는 그 후에 기필코 당선되고야 말겠다는 희망 하나를 가지고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사실 이번 선거는 절대적으로 불리했습니다. 국민의 당 문병호 후보는 현직 국회의원인데다가 안철수 대표 비서실장으로써 많이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에 신인인 제가 상대하기는 버거웠습니다.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가 선거운동 기간동안 5번이나 부평을 방문했는데, 우리 당의 김무성 대표는 한번, 그것도 밤 9시쯤에 들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새누리당이 공천문제를 둘러싸고 너무나 잘못하고 국민들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영남의 몰표를 믿고 싸움박질을 하는 바람에 수도권에는 여당에 극히 불리한 냉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벽녘부터 톨게이트에 나가 홍보판을 들고 얼굴을 알렸으며,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지하철 출입구에 나가 인사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4년동안 정말 바닥을 훑으며 열심히 했기 때문에 역전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유섭의원은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에 너무나 힘이 들었기 때문인지, 그 동안에 겪은 고생과 선거과정에서 느낀 점 등을 끊임없이 얘기 하려고 했다. 기자는 일단은 한 템포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앞으로 국회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정유섭 의원은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실망하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먼저 털어놓았다. 현재 새누리당 인천시당 위원장까지 맡고 있지만, 중앙당직을 맡고 있지 않은 초선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말을 이어갔다.

“제가 선거를 하면서도 얘기한 것이지만 정치인들이 욕먹는 것을 들라면, 막말하고 몸싸움 하는 것, 부정부패하고 청탁하는 것, 지역 이기주의에 따라 법안 만들고, 계파로 갈려서 줄 세 우기 하는 것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것 하지 않겠다는 것이 첫 번째 다짐입니다. 반면에 우리가 총력을 기울여야할 것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입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이런 것을 뒷받침하는 법안들이 하나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규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런던, 동경, 상해, 파리, 세계의 주요한 도시들은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다 풀었는데 우리나라는 지방의원들의 반대로 꿈쩍도 못하고 있습니다. 보다 못해 제가 3년만이라도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인데, 충청 이남의 의원들은 단 하루도 못 풀어준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 국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국회입니다. 권한은 무지무지 강화가 됐습니다. 정부의 권한까지도 많이 빼앗아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공무원들, 특히 장차관을 계속 괴롭히고 일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안하는 국회, 법안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국회입니다.”

정유섭의원은 이렇게 국회가 어렵더라도 임기 4년동안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그저 뚜벅뚜벅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기자는 정 의원이 할 수 있는 일 가운데는 해운산업계를 대변하는 일도 들어갈 거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다. 그래서 업계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있는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해법과 해운, 조선 구조조정 문제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해양과 관련된 곳이 아닌 데서는 해운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해운이 왜 필요한지, 대한해운공사 시절부터 원양정기선항로를 유지해 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한진해운 사태를 마치 골프공 만드는 회사가 하나 없어지는 것 같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골프공 만드는 회사가 문 닫으면, 외제 골프공 쓰고 다른 제품 쓰면 된다는 식입니다. 이번에 보니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도 잘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정기선사의 법정관리 파장이 크다는 것, 벌크선사의 법정관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이제야 안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이들을 어떻게 하든 이해시키고 설득해 우리 편으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해운업계에도 잘못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원양 정기선해운사업을 시장의 원리로만 따져서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금융지원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해운이 그만큼 국민경제에 영향력이 크고 안보상으로도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장관은 물론 부총리, 대통령까지도 이해를 시켜 이번 사태를 막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한진 사태는 너무나 많이 진척됐습니다. 이제 남은 한가지 방법은 어떻게든 작게라도 살려놓는 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상선과의 합병 여부는 그 이후에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다 망가질 뿐만 아니라, 다른 선사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한진해운이 이대로 청산하게 되면 우리나라 해운은 말레이시아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정도의 수준으로 질이 뚝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제라도 빨리 해수부가 나서서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애매모호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물류대란 사태만 더 커지게 됩니다. 선주협회를 비롯한 관련기관들을 모두 모아서 심도있는 검토를 거쳐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것이 최선의 방책인가를 토론해 결론을 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정책당국이 따로 놀기 때문에 해운도 어렵고 조선도 어렵습니다. 해운, 조선, 무역이 연계해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장기 플랜을 가지고 육성해 줬으면 합니다.”

정유섭 의원은 한진해운 문제로 라디오 인터뷰에 네 번이나 나가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촉구했지만 자신의 말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앞으로 해운업계가 필요한 상황이 되어 자신보고 나서달라고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기꺼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 의원에게 궁금한 사항을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그 다음에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세월호의 교훈은 무엇이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세월호 사고는 있을 수 없는 재앙입니다. 여객선 업체를 제대로 감시 감독하지 못한 점과 해상구난체계가 부실했던 점은 반드시 고쳐져야만 합니다. 지금 무리하게 세월호 인양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양작업이 성공할지 의심스러워하고 바닷 속에 2년 반 이상 있었던 선박에 무엇이 남아 있을 까도 의심하는 사람입니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과 결과는 이미 검찰수사와 법원의 판결,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결과에 다 나와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대책을 세워 국민안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지금까지 120조원 이상의 국가적 손실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제 세월호에서 정치적인 사고 원인을 찾으려 하지 말고 정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세월호 사고이후 취해진 안전대책들은 너무 성급하고 감정적으로 이루어져 잘못된 사항들이 많습니다. 이제 차분하게 점검하여 잘못된 것을 하나하나 고쳐가야 합니다.

-연안해운업계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해운조합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지켜본 바로는 연안해운이 그렇게 수지맞는 사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륙교가 개통되면서 많은 여객선사들이 폐업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해운법에 손실보상규정이 있어서 보상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연륙교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연안해운은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연안여객선은 결국 관광항로 위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세월호 사태 이후 안전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화됐지만, 저는 이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봅니다. 열명이 한명의 도둑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개별 선사에 안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이를 어길 때 제재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고 선사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항만과 항만을 잇는 연안운송은 녹색운송수단으로 육상수송을 대체하는 중요한 수송수단이 될 것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면세유 등 정부차원에서 연안수송 지원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향후 어떠한 정책을 펼쳐야 합니까?
=국제적인 장기 해운경기 침체와 해양플랜트의 무리한 수주가 우리 조선업의 발목을 잡아 왔습니다. 과거 스웨덴의 코쿰조선소가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팔고 문을 닫은 것은 경쟁력을 상실해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도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잉설비를 감축하고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등 혁명적인 발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수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너무 일찍 해수부를 떠났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제대로 일 한번 한적 없는 것 같고, 도리어 국장급 교류로 발령받은 건설교통부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해 실적을 남긴 것 같습니다. 건교부에서 일한 만큼 해수부에서도 했어야 하는데, 그 점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 선배들보다는 지금의 후배들이 더 열정적이고 자질이 우수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주어진 일은 열심히 했지만, 한 단계 너머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공직생활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면서 정책결정을 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부당국과 해운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해수부가 세월호 충격에서 벗어나 이제 겨우 정상화 되는가 했는데 한진해운 사태로 또다시 충격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삼면이 바다이고 무역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해운은 필수불가결한 산업입니다. 해운을 금융권, 채권단에게만 맡겨서는 안됩니다. 정부가 기업이 아니라 산업을 보고 지원해 한국해운을 살려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바로 해운과 조선업입니다. 왜 이 지경이 됐는지, 관련 종사자들은 철저히 점검하고 반성해야만 합니다. 경영상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율적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기필코 살아남아서 우리 경제를 선도해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희망합니다. 

<정유섭 국회의원 약력>

△1954년생 △1973년 제물포고 졸업 △고려대학교 법과대 졸업 (행정학 학사) 1978년 행정고시 합격 (22회) △세계해사대학 석사과정 수료 △1994년 국제노동기구 파견 △1998년 주미한국대사관 해양관 △2005년 건설교통부 수송물류심의관 △2006년 국립해양조사원장 △ 2007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2007년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2011년 케이엘넷 사장 △ 2012년 새누리당 인천시당 부평구갑 당협위원장 △2016년 5월 제20대 국회의원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 △새누리당 인천시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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