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ㆍ물류연구본부 하태영 부연구위원

지난 8월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부산항의 물동량 감소세는 이전에 비해 더욱 커지고 있다. 금년 들어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8월간 전년대비 0.5%의 미미한 감소세를 보여왔으나, 한진해운 사태 이후 9월 실적이 크게 감소하면서 9월말 현재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동기 대비 0.6%로 더욱 낮아졌다(추정치).

수출입 화물의 경우 지난 4월 이후 줄곧 회복세를 보이며 증가했고 9월 들어서도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환적화물의 경우에는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년 들어 성수기인 7월에 일시적으로 실적이 증가한 것 외에는 매월 감소했으며 8월까지 전년대비 2% 수준의 감소세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9월 물량이 전년대비 4.7% 가량 감소하면서 하락세가 커지고 있어 관련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9월 한달간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환적물량 실적은 전년동월대비 4.6%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는데 항별로는 북항이 대폭 증가(11.6%), 신항이 대폭 감소(-9.1%)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신항 물량 감소가 심각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1)

일반적으로 환적화물의 특성상 휘발성이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반드시 운송해야 할 화물로 굳이 한진해운이 아니더라도 타 선사에 의해 운송되어야 하는 화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진해운에서 이탈된 부산항 환적화물은 화물의 기종점과 해당선사의 선박운항노선 여건에 따라 최초 출발지 항만에서 목적지 항만까지 직항 또는 타 항만을 경유해 환적운송이 될 수 있다.

부산항의 경우 글로벌 선사의 환적물량은 상당한 수준이다. 2015년 기준 2M(Maersk, MSC)의 부산항 환적물량은 Maersk 150만teu, MSC 89만teu로 연간 240만teu에 이르는 높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또한 기타 글로벌 선사의 경우에도 50만teu 이상의 환적실적을 가지고 있는 선사가 많다. 따라서 타 선사에서 한진해운의 환적물량을 영업해 가더라도 부산항으로 재환원 될 여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나름대로 재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금번 9월 실적에서는 한진해운에서 이탈된 환적물량의 상당 부분이 타 선사에 의해 부산항으로 재환원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한진해운이 운송하던 부산항 환적물량의 운송경로 특성을 분석해 보면 그 원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상반기(1~6월)까지 한진해운이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물량의 운송경로는 3,000여개에 이르며 약 54만teu를 처리했다. 이중 상위 50개 항만간 노선에서 약 22만teu를 처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한진해운에서는 활성화 되어 있는 이러한 환적운송 노선은 부산항을 기항하는 타 글로벌 선사에서는 그다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운송노선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베트남 호치민항에서 미국 롱비치항으로 운송되는 화물의 경우 한진해운은 부산항에서 환적해 화물을 최종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방식을 상당부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기타 글로벌 선사의 경우에는 이 경로상에 부산항 환적실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것은 호치민항→롱비치항간 운송되는 한진해운의 물량이 타 선사로 이전되더라도 부산항으로 재환원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부산항의 9월 환적물량이 전월에 비해 상당 부분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한진해운에서 이탈된 물량이 타 선사로 이전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그 물량은 해당선사의 선대운항 여건에 따라 직항 또는 제3국의 항만을 거쳐 환적운송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하반기 실적에서도 한진해운이 부산항에서 환적처리한 물량의 상당부분은 부산항으로 재환원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진해운에서 이탈한 환적물량을 부산항으로 적극 재환원시키기 위해서는 부산항 환적화물에 대한 면밀한 운송경로 분석을 통해 맞춤형 지원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1) 특히, 신항3부두(HJNC)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수출입(-45.8%), 환적(-50.9%)로 급속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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