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의심되는 ‘경쟁력 강화 방안’>

지금 우리 ‘한국해운’호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8년 이상 지속된 불황의 여파는 ‘한국해운’호의 앞길을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해운 빙하시대’를 만나 커다란 빙벽들이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불빛들이 차단되어 암흑천지로 변한 형국이다. 리먼 사태이후 불황이 지속되고 있고 세월호 사태의 직격탄, 그리고 한진해운 사태의 냉혹한 현실 위에 최순실게이트 국정농단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해운업계는 무거운 빙벽들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것도 또 하나의 장벽이 될 것 같은 냄새를 풍기고 있어 그 또한 불안하다. 우리 해운업계의 비극은 정말 어디가 끝인 것인지, 절로 한숨이 나오는 요즈음이다.

이러한 난맥상 속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의 위신을 곧추 세워야 할 주체는 바로 우리 해운인 뿐이라는 점이 정말로 분통이 터지는 아닐 수 없다. 현 상황은 정부 정책에 어떤 기대를 하거나, 일반 국민들이나 주변의 산업계로부터 해운을 이해하고 협조해 주기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사태에도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부 당국이 내놓은 ‘해운산업 위기 탈출 대책’도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기만 한다. 결국 눈물겨운 얘기이지만 이 빙하시대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우리 해운인들이 단결하여 스스로 탈출구를 마련하는 방안뿐인 셈이다.

정부가 지난 10월 31일 내놓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그 내용만을 놓고 볼 때 우리 해운업계가 그동안 요구해 왔던 내용을 상당 폭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정부가 자본금 1조원의 한국선박회사를 만들어 국적선사들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게 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나 선박 신조 지원프로그램의 자금규모를 24억불로 당초 보다 배로 늘린다는 얘기는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거의 다 망가지고 거덜이 난 업체들에게 몇조원 규모의 지원을 해봤자 소용이 별로 없을 것이고, 효율성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이것을 일부 업체에만 지원한다고 하면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우리 국적선사는 근해항로의 컨테이너선사와 일부 근해 부정기선사만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원양선사들은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거나, 주인이 바뀌고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실정이다. 원양 부정기선사 가운데 몇 군데는 선전을 하고 있으나 후발 주자이거나, 금융위기 이후에 COA를 확보하여 영업력을 신장 시킨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의 해운업체들이 다 망가지고 난 다음에 좋은 처방이 나온다고 해도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현재와 같은 지원 방안이 지난 8월초에만 나왔더라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세계적인 물류대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번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과연 실행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그 실효성이 매우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그 이전에 나왔던 해운산업에 대한 지원 대책도 지금까지 제대로 실현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에 해운업 위기 탈출을 위해 선박 신조에 12억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한 푼도 지원이 된 것이 없다. 이것을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 이번 ‘방안’의 핵심 내용인데 지금까지 안 되던 것이 갑자기 배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뿐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선박회사 설립 방안도 현재 가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해양보증보험처럼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구나 한진해운 사태와 최순실 게이트가 연관되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해운 사태를 야기한 정부 관계자들이 만든 방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실행력에 의심이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해운업계 중심으로 ‘해운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다시 수립하여 정부측에 건의하고 지원을 받아내는 식으로 전환할 수밖에는 없다. 해운업계의 재편이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논의는 쉽지 않겠지만, 한국선주협회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해운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수립하거나 종전 것을 대폭 수정해야만 한다고 본다.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적선사의 대형화와 그에 따른 해운업계의 재편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본지는 이미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발생 때부터 제2의 해운업계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는 1980년대 ‘해운산업 합리화 방안’에 의한 국적선사간 통폐합 조치는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물론 지금 현재는 그 당시와 같이 정부가 막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현재 원양항로의 경우 이미 많은 선사들이 망가지고 없어지고 했지만, 지금이라도 통폐합을 통해 향후 건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해운업계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국적선사를 오퍼레이터와 오너로 양분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물론 이 때 선사들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물론이고 족벌 경영이 아닌 전문성을 가진 CEO체제로 전환하는, 시스템의 변화도 가져와야만 한다. 우리나라 원양 컨테이너선사의 경영위기가 비전문가 CEO의 기용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해운업계 전체로서는 전문인력의 양성과 전문성의 제고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함은 물론이다.

해운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은 결과적으로 해운업계 재편을 포함하는 한국해운의 회생 대책이 돼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선주협회를 중심으로 다시 대책을 마련하되, 회원사들이 모두 참여하여 진지한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야만 할 것이다. 관련 당국자들이나 관계자들은 이번에 제대로 된 한국해운 부활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모두 함께 사퇴한다는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일을 추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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