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Surrender B/L(혹은 Surrendered B/L, 서렌더 선하증권)은 법적 근거는 없지만 해운업계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관행으로서 두 가지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즉, 종래 무역거래에서 선하증권은 왕자의 위치에 있었다고 할만하다. 수출자는 외국의 수입자에게 물건을 보낼 때, 대금 확보를 위해 수입자로 하여금 L/C를 열게 하고, 물건을 선박에 선적한 후 교부 받는 선하증권을 다른 관련서류와 함께 은행에 매입함으로써, 대금을 안전하게 지급 받게 돼 있었다.

한편 양하항에서 해상운송인은 선하증권의 원본을 들고 와서 물건의 인도를 요구하는 자에게 한해 선하증권의 원본을 상환한 후 그 물건을 인도하게 되므로, 수입자로서 물건의 인도를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되고, L/C 개설은행은 운송 물건을 담보로 해 수입자에게 금융을 제공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거래 구조 아래에서 특히 근거리 해상운송에서 선하증권 원본이 물건보다 뒤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그 경우 수입자는 운송돼 온 물건을 즉시 인도 받아 갔으면 하는데, 선하증권의 원본을 제시할 수 없으니, 물건의 인도를 요구하지 못하고 기다려야만 했다. 해상운송인도 그 물건을 인도하지 말고 선하증권의 원본이 은행을 경유해 수입자에게 도달될 때까지 계속 보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이러한 비경제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 혹은 유통증권성을 제거하는 방안으로 고안된 것이 바로 서렌더 선하증권이다. 이에 관해 필자는 해사법률 187 Sea Waybill과 Surrender B/L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에서 서렌더 선하증권의 법적 성격에 관해 새로운 판결이 나왔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대법원에서 검토한 사실관계는 선하증권 원본이 발행돼 송하인에게 교부됐다가 송하인의 서렌더 선하증권으로 처리해 달라는 요청으로, 그 선하증권 원본은 운송인에게 선적항에서 반환되고, 운송인이 그 선하증권이 표면에서 Surrendered라는 기재를 한 후 그것만 송하인에게 교부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서렌더 선하증권에 운송계약과 화물인수사실을 증명하는 일종의 증거증권으로서 기능하다고 판시했고, 또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의사 표시가 없다면 상환증권성의 소멸 외에 선하증권에 기재된 내용에 따른 운송에 관한 책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6다213237 판결).

대법원의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해당 서렌더 선하증권을 추후 수하인이 취득하게 되는 경우, 소지인 겸 수하인과 사이에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은 유효하게 적용된다는 것이 된다. 또한 해당 서렌더 선하증권을 추후 제3자가 취득하게 되는 경우, 그 제3자와 사이에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은 유효하게 적용된다는 것이 된다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대법원은 상환증권성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 서렌더 선하증권은 통상의 선하증권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일단 내려진 이상, 이러한 점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의 내용은 필자가 해사법률 187에서 밝힌 견해와 크게 다르다. 그런데 필자는 대법원의 이러한 견해는 해운업계의 이용자가 의도했던 내용이 아니라고 보며, 그러한 이유에서 잘못된 해석이라고 본다. 즉, 서렌더 선하증권 아래에서 송하인과 운송인이 의도하는 것은 양하지에서 화물의 인도가 이루어져야 할 때에 선하증권의 제시없이 수하인에게 화물이 인도되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러한 송하인과 운송인의 의도는 선하증권의 발행이 애당초 없이 하는 운송과 큰 차이가 없다. 선하증권의 발행이 애당초 없이 하는 운송의 경우 상법 제815조에 의해 준용되는 동법 제140조에 의해 운송계약 관계를 법적으로 규율할 수 있다. 물론 서렌더 선하증권의 방식에 의해 운송된 경우,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에 해당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이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의 해상물건운송계약의 내용을 규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경우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에 해당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이 자동적으로, 달리 말하면 채권적 효력에 의해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의 해상물건운송계약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부분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서렌더 선하증권은 분규의 소지가 있고, 그래서 서렌더 선하증권 보다 Sea Waybill을 사용하는 것이 절대로 바람직하다.

사실, 서렌더 선하증권의 관행은 일본이나 대한민국에서 퍼져 있는 것으로서, 결국 법원의 적절한 해석이 뒤따라야 할 것인데, 대법원의 위 판결은 당사자들의 의사와 동떨어지게 해석한 오류가 있다고 본다. 서렌더 선하증권의 경우, 선하증권의 발행이 없이 해상운송이 이루어지는 경우와 동일하다고 보는 견해가 일본에서는 유력한 것으로 보이고, 특히 채권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일본에서 이론이 없이 인정된다. 대법원의 위 판결은 조속히 변경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변경시까지 대법원 판결은 유효한 선례가 되므로, 해운업계는 대법원 판결에 부합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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