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종합 해운회사가 우리 목표"

M&A기업 고용승계로 업계서 좋은 평가
“제일 근무하고 싶어하는 선사 만들 터”

지난 11월 14일 해운업계에는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한진해운의 북미항로 서비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예상을 깨고 현대상선이 아닌 대한해운이 선정이 됐기 때문이다. 이 선정의 결과로 정부가 구상한 ‘세계 5위권 선사 육성 계획’은 초반부터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들이 나오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벌크선사인 대한해운이 과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원양 컨테이너 정기항로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견그룹인 SM그룹은 대한해운을 인수하면서 고용을 그대로 승계하고 모범적인 경영을 펼침으로써 죽어가던 기업을 다시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 시켰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SM그룹은 이러한 임직원들에 대한 고용 승계 원칙을 향후 한진해운이나 삼선로직스의 인수에서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 두 회사의 M&A도 잘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해운신문이 2016년 외항해운 부문 올해의 인물로 김용완 부회장을 선정한 것은 구조조정 전문가인 그가 대한해운의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 해운에서의 사업영역 확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1일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대한해운이 있는 마곡지구 SM R&D센터를 방문했을 때 우연히 대한해운 경영진과 한진해운 관계자들이 만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진해운 인수건이 상당히 진척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때문에 김용완 부회장을 만나자 마자 먼저 한진해운 북미항로 인수 건에 대해서 첫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먼저 할 얘기가 있다며, 최근의 해운회사 인수 건들은 자신이 주도했다기 보다 그룹에서 결정한 것이며 “최종적인 결정은 오너인 회장님이 하신 것이기 때문에 공은 회장님께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자신은 내실있는 경영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홍보라는 것도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자연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인터뷰도 지나친 선전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러한 전제를 깔고 김 부회장은 최근 일련의 M&A 경위와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삼선로직스는 상호를 ‘대한상선’으로 바꾸기로 했고, 최근 이사회를 개최해 이사도 선임하고 경영진도 구성했습니다. 12월초, 늦어도 12월 중순까지는 삼선로직스의 법정관리가 종결되고 경영권을 인수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선도 관리인만 사임하게 되고 100% 고용 승계를 할 생각입니다. 한진해운은 아직 명칭 문제를 결론 내리지 못했습니다. ‘대한오션’ 등을 생각했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 CEO 선임을 어떻게 할지는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그저께(11월 29일) 우리가 승계할 육상직원 293명의 명단을 한진해운에 통보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해외 직원들 280여명 등을 합쳐 600명을 고용 승계하고 새로 400명의 선원을 채용하게 되면, 결국 1000여명을 고용하는 것이 돼서 정부 정책에도 적극 부응하는 결과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선박을 21척까지 사선으로 확보해 북미서안항로에 5개 루프 서비스, 아시아 역내항로에서 7개 루프서비스를 제공, 전체적으로 12개 항로에서 서비스를 전개할 생각입니다. 이미 컨테이너선 1척에 대해 검선을 마쳤으며 내년 1월 5일까지 잔금을 납부하고 준비해 3월 정도에는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설 생각입니다.”

한진해운의 북미항로 인수 건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는 컨테이너선 21척을 모두 사선으로 매입해 서비스에 투입하겠다고 하는데 대해 너무 위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김용완 부회장은 지금이 좋은 찬스이고 선박을 도입할 적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저희들은 지금의 선가가 바닥이기 때문에 21척 모두를 사선으로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선가가 4000~6000teu급이 1000만 달러에서 1200만 달러선에서 움직이니까 고철가격 800만~900만 달러 수준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수준입니다. 지금 선박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3년 후에 선박이 더 필요하면 그때 가서 용선해도 됩니다. 따라서 이 사업을 너무 위험하게만 볼 것은 아닙니다. 2~3년 후에 시황이 좋아지면 그 땐 대박입니다. 앞으로 선사들과 공급경쟁을 벌이지 않고 무리한 사업 확장도 하지 않으면서 수익성과 고객의 신뢰 회복에 주안점을 두는 한편 기존의 한진해운 영업망을 활용한 특화서비스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한진해운의 맨 파워와 최고의 정보화시스템을 잘 이용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해운의 한진해운 북미항로 인수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SM그룹의 대한해운 인수가 3년여가 흐른 지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한진해운 북미항로 인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기자는 김 부회장에게 대한해운의 경영이 성공하게 된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실 처음엔 대한해운 같은 큰 회사를 인수하기에는 버겁다고 생각했는데, 채무조정을 거치면서 규모가 작아졌기 때문에 이 정도면 해볼만 하다고 해서 인수에 나선 것입니다. CEO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고 생각합니다. 해운에서 중요한 것은 영업, 리스크 관리, 선박금융, 안전운항, 이 네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잘 컨트롤 해나가야 합니다.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결정할 때는 그들의 얘기를 듣고 결정하면 최고의 정책이 나옵니다. 직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불황기에는 네 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리스크 관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것에 실패해서 지금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영상황이 어려워지면 긴축경영을 해야 하고, 잘 될 때는 외부로부터의 차입금융의 비율을 대폭 줄여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자는 김용완 부회장과의 인터뷰를 이어 나갔다. 그는 대한해운이 지향하는 목표를 묻자 “직원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 하는 해운회사로 만드는 것”이고 했고 향후 SM그룹은 벌크, 탱커, LNG, 컨테이너선 등을 망라한 ‘글로벌 종합 해운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이어진 인터뷰를 문답식으로 정리한다.

-대한해운의 올해 경영실적에 대해서 자세히(매출, 순익, 영업이익 등등) 설명해 주시고 좋은 실적을 올리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자체 분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올한해는 역사상 최저점이었던 BDI와 지속적인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3분기말 연결기준 매출액 3809억원, 영업이익 282억원, 당기순이익 197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2014년부터 이어온 신규 화주 및 화물 개발, 장기운송계약을 위한 적극적인 영업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현재 BDI가 1200선을 넘어서며 점진적 시황회복을 예견하고 있어 향후 회사의 실적도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한국가스공사 및 한국남동발전과의 장기운송계약, 해외선주와의 장기대선계약이 예정돼 있어, 회사는 분기별로 계단식 성장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부회장님께서는 임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시는 경영상의 지침은 어떤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설정하신 경영 목표는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임직원 개개인이 매년 본인이 정한 자율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합니다. 업무에 대한 목표뿐만 아니라, 업무외적인 일상의 목표 등도 이에 해당합니다. 목표의 제한은 전혀 없습니다. 연말이 되면 본인이 정한 목표를 달성한 직원들에게 포상하고 미달성한 직원들에게도 차년도의 목표 달성을 위한 격려를 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늘 회사와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일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것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할 것을 주문합니다. 대한해운 임직원들과 그 가족이 함께 행복하고 오랜 시간을 같이 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 제 목표이며, 또한 장기적으로 국내외 해운회사 중에서 육상, 해상직원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탈바꿈시키자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대한해운은 SM그룹이 인수 후에 경영이 안정되고 영업실적도 향상돼 M&A의 성공 사례라고들 말하고 있습니다. 대한해운이 빠른 시간내 재건에 성공하게 된 요인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2013년 말 대한해운 취임 이후 가장 최우선으로 살폈던 부분은 회사의 재무건전성과 회사의 최대 장점인 다수의 장기운송계약을 근간으로 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설계였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조직을 재정비하고 신규 인력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했습니다. 내실 안정과 외형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업무에 반영했으며, 정기적으로 워크샵 및 산행 행사 등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회사는 직원들이 다양한 업무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을 지닌 우수 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해 업무 순환 배치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한해운의 향후 전체적인 중장기 발전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특히 향후 업종다각화 계획이나 선대 확충 계획, 서비스 강화 계획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대한해운은 지난 반세기동안 대한민국 전략물자를 수송해온 우리나라 대표 벌크선사입니다. 지금껏 잘해온 것처럼 향후 회사는 안정적 수익 기반인 전용선 서비스 강화와 함께 올해 해외선사와의 탱커 장기계약 사례처럼 신규 화주 개발을 통한 다양한 화물 운송 사업 영역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또한 2017년부터는 국내 전용선 입찰뿐만 아니라 해외 전용선 입찰에도 적극 참여해 해외 화주 영입에 주력할 예정이며, 인수예정인 삼선로직스와 함께 양사의 네트워크를 활용, 신규 화주 개발 및 시너지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부회장님께서는 향후 해운시황을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지요? 드라이벌크 부문과 컨테이너 부문으로 나누어 전망을 해 주십시오.
=저의 예측도 큰 줄기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드라이벌크 부문과 컨테이너 부문의 불황도 결국에는 모두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지속적인 불균형에 기인한 것이고, 현재 신조발주 오더북을 볼 때 공급 측면에서의 조정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요 측면에서도 올 6월에 있었던 브렉시트 그리고 최근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더 가중시키는 이벤트들의 발생으로 그 누구도 단정지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불확실한 시황 속에서는 대한해운에서 근간을 두고 있는 것처럼 화주들과의 상생을 위한 협의에 기초한 장기운송계약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하되,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먹거리를 찾아 사업다각화에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현재와 같이 어려운 시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별 해운사 입장에서 보면 호·불황기를 떠나서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 방안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해운업 자체가 긴 안목에서 경영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재무리스크 관리가 중요하고, 호황기에 차입규모의 최소화 등 재무건전성을 높여 원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도 생각합니다.

-부회장님께서는 최근 정부당국의 해운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고, 해운산업 부활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조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많은 해운인들이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도 작금의 사태로 인한 한국해운의 경쟁력 저하와 이에 대해 최근 내놓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지원책이라도 정말 필요한 시점에 이루어져야 되는데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되지 못한 점은 참 아쉽고 이는 결국 정부당국과 해운업계의 소통의 부재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물론 늦게나마 최근 정부당국에서 다시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내어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부분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경쟁력 강화 방안만큼은 제 타이밍에 맞추어 실행되고 필요한 기업들에게 지원돼 실효성 있게 실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특히 해운산업도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인식하에서 선제적으로 해운금융, 구조조정 문제 등에 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선사의 대형화 또는 해운업체간의 통폐합, 혹은 대형 운항선사로의 집약화 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물론 이론적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테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거래를 결정짓는 요소는 저렴한 원가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속된 말로 싼 물건은 싼 이유가 있다고, 모든 선사가 원가절감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면, 운송서비스의 품질 하락은 필연적일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최종 소비자의 이익(또는 후생)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원가절감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가절감과 운송서비스 질 향상 가운데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최종 소비자인 화주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시장상황을 잘 판단할 수 있는 열린 마인드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정부당국이나 동종 업계, 혹은 하주들에게 건의하거나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지금같이 세계경제가 불안하고 해운업계는 물론이거니와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등 많은 산업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상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당국에서 지원해 화주가 장기운송계약을 국내해운사들과 체결함으로 운송수요를 창출하고, 이러한 장기운송계약 수행을 위해 국내해운사가 신조선박을 국내조선소에 발주하게 하고, 국내조선소는 선박건조를 위한 철강제품 등을 다시 국내 철강업계에게 구입하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낸다면 모든 당사자들이 상생하는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대한해운 김용완 부회장 약력>

△1956년 3월 11일생 △1975년 광주상고 졸업 △1984년 건국대학 경영학과 졸업 △1988년 서울대 한국산업은행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8년 한국산업은행 여수지점장 △2009년 한국산업은행 본점 영업부장 △2011년 SM그룹 경영지원본부장 △2012년 삼라네트웍스 대표이사 △2013년 11월 대한해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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