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kit Maritime &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해운업계는 올한해 동안 뉴노멀(new normal)을 찾는 데 주력했으나 계속되는 변화로 인해, 2017년도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의 경제 둔화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졌으며 인도는 잠재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유럽 내 결속력은 약화되고 있으며 미국 차기 정권의 움직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유가가 급락한지 벌써 2년이 되었다. 해양 탐사·개발 부문, 해양시추설비 지원 선박업계, 그리고 고위험 고수익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조선업계에게는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한 날들이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소식에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하기는 했으나,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러시아, 앙골라 등 석유 기반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들 국가 경제가 회복되고 셰일오일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배럴당 55~60달러 수준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 원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지정학적 사건이나 자연재해가 있기 전에는 해양플랜트 산업 전망은 지속해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한해 컨테이너 시장에는 인수합병 물결이 불었다. 한진해운 몰락 이후 CMA CGM의 APL 인수, 하파그로이드의 UASC 인수가 이어졌고 COSCO와 차이나쉬핑이 합병했으며 일본의 MOL, NYK, K Line이 정기선부문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머스크라인도 함부르크수드 인수를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선복량 과잉이라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이미 포화한 시장에 초대형선이 계속해서 인도된 한 편, 다른 한 편에서는 덜 효율적인 소형 선박을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런데도 컨선 시장의 공급과잉 양상은 2017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운임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특히 내수시장 위주인 아시아 선사들의 인수·합병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건화물 시장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저운임 기조가 지속되어 왔다. 지난 8년간 낙관론에 사로잡힌 선주들은 1회 이상 신조 발주를 단행했지만 호전세가 경기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한 발주됐던 물량들이 인도되면서 하락세를 연장하는데 일조했다. 벌크선들이 꾸준히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해체됐지만 아직도 저운임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및 컨테이너 화물과는 달리, 건화물 수요는 느리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체와 발주량 최소화를 통한 공급량 감소와 수요의 점진적 개선은 현재 건화물 시장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다. 비록 지속적인 호전은 2017년 말이나 2018년 초에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운임 개선을 위한 토대는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한편, 탱커의 경우 신규 선박 인도로 인해 운임이 억제되겠지만, 시장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LNG,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중동 산유국의 대(對)아시아 원유 수출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비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알려진 석탄은 가스보다 인프라 구축 부담이 낮고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보다는 저차원 기술을 필요로 하므로 신흥 경제 국가들에 여전히 매력적으로 비치고 있다.

해운업계는 마치 습관처럼 “앞으로 18개월 후에는”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건화물 시장의 경우 이러한 전망이 들어맞을 수도 있지만, 컨테이너나 해양플랜트 부문은 아직 험난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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