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급분야 수익성 확대해 나갈 터”

▲ 한국선급 이정기 신임회장
이란·중동주목, 중동지역본부 개설 추진
“서비스 품질 제고로 BV와 경쟁할 것”

22일 개최된 임시 총회에서 73:13이라는 압도적인 회원들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한국선급(KR) 이정기 회장은 당선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비선급분야 수익성을 확대해 향후 2~3년간 펼쳐질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운장기 불황으로 신조 발주량이 급감한데다가 KR이 독점해왔던 정부검사시장이 내년부터 프랑스선급(BV)에 개방되는 등 향후 2~3년간 혹독한 경영환경을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정기 회장이 펼쳐 든 카드가 바로 비선급분야 확대 전략이다. 이정기 회장은 현재 선급사업과 비선급사업 비중이 8:2인 구조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KR이 또 다시 해운불황에 직면하게 될 경우 회복할 수 있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단기적으로 인증이나 엔지니어링, 컨설팅 등을 집중 육성하고 중장기적으로 ICT, 융복합 기술, 가스&오일 분야에 진출해 비선급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간단한 소감 부탁드린다.
=여러 모로 부족한 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신 회원 여러분께 다시 하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회장에 출마하기로 결심하고 선거운동을 하면서 해운·조선업계 여러 선배들로부터 많은 조언과 질타를 받았다. 앞으로도 KR 발전을 위해 부족한 점은 지적해주시고 도움을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KR과 해운·조선업계가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회장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전세계 신조 발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KR은 올해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2017부터 2019년까지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되는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려면 직원들을 결속시키고 경영을 내실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 KR을 잘 아는 내부인사가 CEO를 맡는 것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KR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제가 미약하나마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회장에 출마하게 됐다.

-표 차이가 많이 났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저 나름대로 해운·조선업계 선배님들을 찾아다니며 자문도 구하고 선거운동도 열심히 했지만 상대인 이호성 후보도 열심히 한 것으로 안다. 또 이호성 후보는 경력과 인품 모두 대단히 훌륭한 분이셔서 이렇게까지 표 차이가 많이 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아마도 KR을 아끼시는 많은 회원분들이 현재 KR이 처한 위기를 헤쳐 나가는데 KR 사정을 잘 아는 제가 CEO를 맡는 게 좋겠다는 공감을 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KR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향후 3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선 직원간 화합을 통해 조직을 안정화시켜 경영을 내실화하는데 역량을 모아나갈 계획이다.

그 다음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다. KR의 수익구조를 보면 선급사업이 80%, 비선급사업이 20%다. 이런 수익구조가 계속되면 앞으로 또 다시 해운불황이 닥쳤을 때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비선급 사업분야의 수익을 키워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 미래선급 기술 개발과 R&D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즉 기존 국책과제 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R&D 투자방향을 바꿔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인증이나 엔지니어링, 컨설팅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ICT, 융복합 기술, 가스&오일 분야 진출도 검토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내년부터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사업 투자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KR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내부의 중지를 모아서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결정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전통적인 선급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존 거점지역 영업방식을 보다 강화할 생각이다. 현재 KR은 유럽, 일본, 중국, 아태지역 등을 주요 거점지역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유럽, 중국, 일본은 그간 성과가 있었지만 아태지역은 아직까지 이렇다할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아태지역을 비롯해 각 거점지역들이 고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이란을 비롯한 중동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과거 IMF때 수주 감소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모선사가 일본에 배를 많이 발주하면서 KR이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이란에서 비슷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 경제봉쇄가 해제되면서 이미 KR은 이란 현존선 200만톤을 입급받았고 최근 이란이 발주한 신조선 2척도 KR 입급이 결정됐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발주가 기대되는 등 향후 이란 시장은 상당히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시장 진출을 위해 영업적으로 필요하다면 중동지역본부도 개설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BV에 정부검사시장이 개방된다.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정부검사시장에서 KR이 가진 강점중 하나가 수수료 경쟁력이었다. BV가 정상적인 수수료 정책을 가져간다면 KR이 경쟁력을 유지하겠지만 한국정부검사시장 공략을 위해 전략적으로 수수료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즉 KR이 더 이상 수수료 경쟁력을 갖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KR이 국적선대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검사 서비스의 품질을 제고밖에 없다.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영향은 없나?
=KR에 입급된 한진해운 선박은 80여척 정도였다. 이들 선박들 일부는 매각되고 일부는 반선됐는데 해당선주를 만나 KR 입급 유지를 요청해 약 절반정도는 KR 입급을 유지키로 결정이 됐다.

-KR 성장을 위해서는 주식회사나 지주회사 체제로 변환이 필요하지 않나?
=오공균 전회장님 재직시절 KR의 법인형태를 어떻게 유지하는 것이 경쟁력 유지와 성장에 도움 되는지 검토했었다. 당시 사단법인을 해체하고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방법이 검토됐지만 자본 및 세금 문제 등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시도해 만들어졌던 것이 iKR이다.

앞으로 사단법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나은 지, 지주회사나 주주회사로 전환하는 나은 지, 좀 더 연구를 해봐야한다. 법인 형태가 KR 발전에 저해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단법인이 KR 발전에 저해된다면 구체적인 검토를 거쳐 정부와 협의를 해서 개편 방안을 찾아 보겠다.

사실 KR은 이미 사단법인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KRE, KR브로나이, KR이란 등의 자회사들을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회원제를 유지하는 선급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KR도 개편이 필요하지 않나?
=회원과 관련해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저는 원칙적으로 회원제가 좋은 점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회를 보더라도 해운·조선업계 CEO, 선주협회를 비롯한 관련업계 대표 등 80여분이 바쁜 시간을 내서 KR의 발전을 위해 참여하셨다. KR에게는 이런 회원분들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물론 50여명이던 회원수가 2000년대 초반부터 해운·조선산업이 팽창하고 KR의 업무도 폭증하면서 증가했고 임기가 규정돼 있지 않아 종신 회원이 되는 문제가 노정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고 회원 임기를 3년으로 하고 연임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현직에서 물러난 회원은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직 여부와 관련 없이 회원분들이 가진 기술과 경험 등을 고려해 회원자격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회원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회원제와 관련된 문제들이 계속 제기된다면 전체적으로 검토를 해보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의 관계가 좋지 못한 것 아닌가?
=세월호 참사는 KR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준 사건이다. 이를 치유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일단 KR과 정부의 관계는 나쁠 것이 없다. 정부는 어떻게 보면 KR의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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