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IHS Maritime and Trade 전무

▲ 피터 터치웰 전무
2016년은 Ideal X호가 뉴어크(Newark)항을 첫 출항하며 컨테이너 해운업계 시대의 막을 올렸던 1956년 이후 가장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인수합병과 실패 그리고 구조조정이 일어났으며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세계해운협의회(World Shipping Council) 존 버틀러(John Butler) 대표가 2017 JOC 연례 보고 및 전망(2017 Journal of Commerce Annual Review and Outlook)에서 "정기선해운은 역사상 가장 극적인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리고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모든 혼란이 가라앉을 것이다. 그렇다면 화주들은 2017년 이후에 어떠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해운업계가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변모했나? 아니면 지난 몇년간 늘 그래왔듯이, 선사들의 인수합병이나 구조조정, 또는 메가 선박 건조나 감속 운항과 같은 구조조정 결정은 고객을 생각한 것이 아닌 그들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결론이었나?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 가능성은 없나?

단기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합 과정에서 선사들은 캐퍼를 축소시키고 있다. 머스크-함부르크수드, CMA CGM-NOL, 하파그로이드-UASC, NYK-MOL-K라인 등의 거래 모두는 "캐퍼의 합리화로 귀결된다"고 씨스팬(Seaspan)의 피터 섀프(Peter Shaerf) 부회장이 언급했다.

용선 계약이 종료되면서 선주들은 재계약을 하는 것이, 심지어 새 선박을 갖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단적으로 2016년 12월에 폐선된 리크머스 인디아(Rickmers India)호는 선령이 고작 7년 된 배로, 이제까지 폐선된 배중 가장 선령이 낮다. IHS Markit 데이터에 의하면, 당시 600만 달러에 폐선된 리크머스 인디아호는 2009년 인도될 당시 선가는 6천만 달러였다.

해체조선소로 향하는 선박의 평균 선령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씨킹 알파(Seeking Alpha)에 따르면 머스크그룹의 CEO 소렌 스코우는 지난 11월 실적발표에서 "앞으로 폐기처리되거나 노는 선박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캐퍼 축소에 이어 선박공유협정(VSA)을 기반으로 하는 얼라이언스 재편, 즉 2017년 상반기에 출범하는 오션얼라이언스(Ocean Alliance)와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는 화주들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머스크라인과 MSC가 참여하고 있는 2M이 고객들에게 기쁘게 지적했던 점이다.

"많은 화주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형 연맹화의 결과 화주들은 더욱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서 우려해야 마땅하다"고 Zim USA의 조지 골드만(George Goldman) 회장은 설명했다. Zim은 메가얼라이언스 회원사가 아니다.

다른 이들도 회의적이긴 마찬가지이다. 미국 농산물운송연합(Agriculture and Commodities Transportation Coalition)의 피터 프리드만(Peter Friedmann) 전무이사는 "18개 원양선사들이 10개새로, 그리고 이제 단 세 개의 얼라이언스로 통합된다는 것은 선박들은 더 대형화되고, 운항측면에서는 경쟁이 줄어들고, 수출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항차수가 더욱 줄어들고, 터미널들과 하역노동자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 가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클라우스 슈니드(Klaus Schnede) 이스트만 케미컬(Eastman Chemical) 북미 담당자는 "이렇게 새롭고 혼란스러운 운영 환경에서는 많은 의문점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예컨대 기존의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단계적으로 선박을 도입하고 또 철회시킬지, 현재 주행시간과 기항 통지, 선박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화주들에 유리할 수도 있다. 소수의 더욱 강력해진 운송사들은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대한 검증으로 신설된 머스크 그룹의 물류 사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신설된 물류 사업은 터미널, 유통 및 정기선 운송부를 통합하여 고객에게는 마치 UPS나 FedEx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기반 사업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사의 계획이 야심차고 진보적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접근방식이 원자재 사이클을 깨고 고객에게 가치창출을 하고, 또 고객이 기업과 성과를 공유하는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는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12월 13일에 개최된 Capital Markets Day 행사에서 머스크는 물류 사업의 통합으로 인해 얻어지는 비용 시너지에 대해 언급하며, 원가 경쟁력 및 "최저 원가, 매년 더 낮은 원가" 문화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와 동시에,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디지털화와 고객 경험 개선 또한 핵심이라고 언급하며, 화물 추적, 즉각적인 견적 및 예약 확인, 온라인 문서 등의 분야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에 언급된 모든 서비스는 지금 현재 운송사들의 경우 절망적일 정도로 구시대적이다. 머스크가 진정한 변화를 빨리 이뤄낼 수 있다면, 차별화를 꾀할 기회가 될 것이다.

조만간 통합될 그룹을 포함한 다른 운송사들 또한 그리 멀리 뒤처져 있지 않다. 고객들이 이러한 혁신 덕을 보긴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봤을 때, 이것만으로 과연 충분한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뢰도인데, 이것은 디지털화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운송사-고객 관계 구도가 바뀌어야 한다. 펑 보(Feng Bo) 차이나Cosco 북미 담당 사장이 "화주와 운송사는 계약 방식과 공정하면서도 해난을 예방할 수 있는 요율 및 계약 조건을 협의하는 데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역설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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