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발레막스 시장진입

2016년 12월 9일 일본선사 NS United Kaisha Ltd(NSU)와 브라질 Vale가 2019년 하반기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으로 연간 160만톤, 25년간 총 4천만톤의 브라질 철광석을 수송한다는 COA(Contract of Affreightment)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전에도 화물운송계약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번과 같이 장기 계약을 맺은 것은 처음이다.

NSU는 Vale와의 COA 체결 직후 자국 조선소인 Japan Marine United(JMU)에 40만dwt급 발레막스(발레막스) 1척을 신조 발주하며 일본 조선소가 처음으로 발레막스 건조 시장에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NSU는 지난 2010년 10월,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신화(新和)해운과 일철(日鐵)해운이 합병으로 설립된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특화 선사로 세계 2위 철강기업인 Nippon Steel & Sumitomo Metal(新日鐵住金)에 연간 3500만톤의 철광석을 수송하고 있다.

1세대 발레막스 35척은 한국조선소가 15척, 중국조선소가 20척을 건조하며, 한국과 중국 조선이 발레막스 시장을 양분했다. 2세대 발레막스는 2016년 3월에 중국 선주 3사가 중국조선소 4곳에 30척의 대규모 발주를 진행했다. 12월에 일본 NSU가 자국조선소에 1척을 발주하며 중국조선소에 편중된 발레막스 시장에 일본조선소도 진입하면서 한중일 조선 3강이 모두 발레막스 건조시장에 참여하게 됐다.

하지만 2세대 발레막스 시장에 아직까지 한국조선소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복공급과잉으로 인한 해운업의 장기불황 상황에서 한국조선업의 VLOC 시장참여 가능성을 향후 철광석운송시장의 전망을 통해 진단해 보자.

Vale CEO의 중국시장과 발레막스에 대한 전망

Vale의 CEO인 Murillo Ferreire는 중국시장에 대해 항상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해 왔다. 2013년 1세대 발레막스가 인도되기 시작했지만 중국선주들의 반대로 발레막스의 중국입항이 거부되었던 시절 그는 “40만톤급 운송이 20만톤급 운송에 비해 원가절감효과가 25~30% 크므로, 머지않아 선주들의 호응과 중국정부의 입항허가도 이루어 질 것”이라 낙관했고, 중국발 세계경제둔화가 글로벌 이슈였던 2015년에도 그는 “중국이 단기적인 구조조정을 마치고, 6개월에서 1년 내로 철광석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었다.

CEO Murillo의 예상대로 2015년 중국정부가 발레막스의 입항을 허가했고, 입항허가는 2016년 중국과 일본의 VLOC 31척 신조로 이어졌다. 또한 2016년 국제 철광석가격도 30%이상 상승했고, 중국의 철광석 수입 역시 10억톤을 초과하며 사상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Vale의 철광석수출과 발레막스 수요전망

2016년 Vale의 철광석생산량은 3.4억톤으로 이중 70%인 2.3억톤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으로 수출했다. 운송원가절감을 위해 2.3억톤을 모두 40만톤급 선박에 운송한다고 가정하면 계산상 약 150척에 달하는 발레막스가 필요하게 된다.(39만톤 적재, 4항차/년 기준)

Vale가 최대광산업체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개발한 신규광산 S11D 프로젝트가 2016년 12월 중순부터 정식운영에 들어갔고, 2020년부터 S11D광산에서만 최소 7500만톤 이상의 양질의 철광석이 30년 이상 채굴될 전망이다. 2020년부터 Vale의 철광석생산량은 4.6억톤으로 늘어나며, 이중 3.5억톤을 아시아지역으로 운송할 계획이다. 이 물량을 40만톤 발레막스로 계산하면 약 220척이 필요하게 된다.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철광석 수요전망

Vale의 철광석 공급증가를 시장수요가 원활하게 소화해줄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하기 몇 가지 사유로 발레막스의 전망이 밝다고 판단된다.

① 2016년 전세계 철광석 해운물동량은 14.80억톤으로 2015년 14.14억톤 대비 4.7% 증가세를 나타냈다.(Data : SSY)
② 2016년 중국의 철광석수입량은 10.18억톤으로 전년대비 4.68% 증가했다. 이중 호주산이 6.84억톤으로 4.2% 증가, 브라질산이 2.01억톤으로 12.7% 증가, 기타국가 수입량이 1.33억톤으로 3.6% 감소했다.
③2016년 1~11월까지 중국의 철광석 생산량은 11.77억톤으로 전년대비 6.2% 감소했다.

2016년 중국과 신흥국 인도의 철광석 수입량이 각각 4.68%와 7.58%의 증가세를 보이며, 전세계 철광석 해운물동량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중국은 원자재의 최대 수입국이기 이전에 최대 생산국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철광석 자국 생산과 수입의 비율이 8:2에서 6:4 수준으로 수입비율이 증가해 왔다. 2016년에는 수입비율이 45%에 근접할 전망이다. 중국정부의 산업구조조정과 인건비 상승이 심화될수록 자국 생산은 감소하는 반면 수입 비율은 증가할 것이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도 철강과 철광석 수요의 지속성을 견인할 전망이다. 그 이유로 첫째, 일대일로전략을 들 수 있다. 중국-중앙아시아-중동-유럽과 중국-몽골-러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철로 건설, 중동-중앙아시아-중국에 이르는 송유관과 러시아-중국에 이르는 가스관 건설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 경진기(북경, 천진, 하북성)일체화 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남한크기 면적에 1.2억명 규모의 인구를 하나의 도시생활권으로 묶는 프로젝트로 대규모 도시철도와 도로망을 건설 중이다. 셋째, 도시화 정책의 추진이다. 농촌지역에 도시형 주택공급과 교통망, 도시화 인프라시설 공급 등, 향후 30년 이상 발전이 유효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2016년 중국의 국가별 철광석 수입추세를 살펴보면, 2015년 대비 호주산은 4.2% 증가한 반면 브라질산은 12.7%나 증가하는 등 브라질산이 큰 폭의 수입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정부가 국제정치적 이유로 브라질산의 비중을 높여 호주산과 균형을 맞추려하는 점도 발레막스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한국조선 발레막스에서 기회를

상술한 바와 같이 비록 Vale의 철광석 생산량이 증가한다고 해서 220여척의 발레막스가 신조발주 된다는 보장은 없다. 신형 발레막스의 연료효율 개선과 기술 발전으로 고속운행과 선하시간 단축으로 기존 년 4항차에서 항차수가 증가할 수도 있고, 호주의 메이저 광산업체들과의 수출경쟁도 심화될 것이고, 중국의 철강생산량과 철광석수입량이 지속적인 기록경신을 멈출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Vale가 발레막스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강한 의지가 있기에 이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Bulk선대 중 VLOC를 포함한 Cape 선대 중 선령 20년을 초과한 노후선박이 2,454만dwt에 이르고 있고, Vale의 철광석 운송에 사용되고 있는 상당수 VLOC도 해운호황기에 VLCC를 개조한 노후선박이기에 Vale 역시 발레막스 증편을 통한 선대쇄신과 경쟁력 강화를 희망하고 있다.

1세대 발레막스가 20만톤급 VLOC에 비해 35% 이상의 연료유절감과 25~30%의 운영원가 절감효과를 통해 시장의 변화를 선도했다. 2세대 발레막스를 설계한 중국의 상해선박설계연구원(SDARI)에 의하면 2세대 발레막스가 1세대에 비해 선박제조연비지수(EEDI) 20% 개선과 탄소배출량 30% 절감에 LNG Ready 기능을 갖추고, 40만톤 화물을 20시간만에 선적, 선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비록 2세대 발레막스 경쟁에 일본이 뛰어들고 한국이 배제된 상황이지만, 한국조선의 저력이라면 2세대 경쟁에 참여가 가능하고, 더 나아가 2세대보다 뛰어난 성능의 3세대 발레막스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저력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NSU 선박연합과 JMU 조선연합이 상호 연합하여 2세대 발레막스 시장에 진입하였듯이, 우리도 신속히 어려운 조선산업과 해운업계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선사와 조선소가 협력을 통해 다시 대한민국 해운과 조선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를 새해 소망을 담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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