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선박충돌 사고로 인해 발생된 민사소송에서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에게 어느 금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질지에 있어서, 양 선박의 과실비율이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민사법원은 대개 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을 중요한 자료로 참고해 과실비율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의해서 작성·공표되는 것으로서 특별조사보고서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 역시도 민사법원이 과실비율을 정할 때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지가 문제된다.

이 특별조사보고서는 대한민국이 IMO 해양사고조사코드를 도입한 결과에 따라 조사보고서를 IMO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되는 것이다. IMO 해양사고조사코드의 원제목은 “Casualty-Related Matters, Code of the International Standards and Recommended Practices for a Safety Investigation into a Marine Casualty or Marine Incident”인데 그 14.1조는 체약국은 중요 해양사고에 대해 조사한 후 그 보고서를 IMO에 제출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해난심판법) 제18조의 3 제1항은 “중앙수석조사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해양사고로서 심판청구를 위한 조사와는 별도로 해양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특별조사부를 구성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1. 사람이 사망한 해양사고 2. 선박 또는 그 밖의 시설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는 등 피해가 매우 큰 해양사고 3. 기름 등의 유출로 심각한 해양오염을 일으킨 해양사고 4.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서 규정한 해양사고 외에 해양사고 조사에 국제협력이 필요한 해양사고 및 준해양사고”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해난심판법 제18조의 3 제6항은 “특별조사부의 해양사고 조사는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된 사법절차, 심판청구를 위한 조사 절차 및 행정처분절차 또는 행정쟁송절차와 분리해 독립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특별조사부의 조사관에 대해는 제18조 및 제18조의2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공표된 조사보고서 표지에 “이 보고서는 해양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민·형사상 책임, 처벌 또는 비난 등을 하기 위한 의도로 작성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본 보고서를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18조의 3제 6항에 따라 민·형사상 재판 등의 증거자료로 활용하지 않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주의문구가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민사소송의 일방 당사자가 그 조사보고서를 민사소송의 증거로 법원에 제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이를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 그런데 이러한 주의문구는 미국의 NTSB(국가교통안전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 대한 미국법의 입장과 비교될 수 있는 것인 바, NTSB의 조사보고서는 법 규정에 의해 민사절차나 형사절차에서 미국법상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게 되어 있다. 따라서 증거로서 제출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졸저 실무해상법·해상보험법 106 내지 109면). 우리나라 민사소송에서는 “증거능력”이란 제도가 없고, 또 증거로 제출되는 것을 금하는 명백한 규정이 있다고 하기에 다소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법원은 이 경우 일반적으로 증거 제출을 그대로 허용할 가능성이 많고, 그 내용을 과실비율이나 충돌사고의 경위를 판단하는데 자료로 참고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용도로 조사보고서가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조사보고서를 작성·공표한 기관이나 사람의 본래의 의도에 반하는 것이어서, 만일 그것이 허용된다면, 현실적으로 작성주체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준비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 나아가 사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가 그 결과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유리하게 되도록 음으로 양으로 노력을 강구할 것이어서, 진실발견이라는 목적이 흔들리게 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법원에 조사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할 수 없으며, 법원은 그 조사보고서를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명문 규정을 마련하는 것으로 입법적 해결을 해야 할 것이나 그때까지 적어도 해상 변호사들은 자율적으로 이러한 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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