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VLCC는 총 709척이며 이중 지난해 시장에 신규 취항한 선박은 47척이고 노후선은 단 2척만 폐선됐다. 2016년 월평균 약 4척의 신조선이 시장에 유입된 셈이며 2017년 들어서도 2월 현재까지 12척의 신조선이 신규 취항하는 등 전체 VLCC 선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VLCC 용선시장은 이와 같은 신조선 신규 취항 증가와 노후선 폐선 저조로 인해 2016년 6월에서 9월 사이 용선 수익이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비록 2016년 연평균 VLCC 중동→극동 항로 용선수익이 10월부터 동절기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운임 반등에 성공하면서 연초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했던 일일 용선수익 3만~3만 5천 달러를 넘어서는 일일 4만 1천 달러에 도달하게 됐으나 신조선의 시장 유입은 2017년과 2018년에도 계속 예정돼 있어 향후 1~2년간 시장 상황은 2016년 보다 상당히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적으로 일부 자료와 언론에서는 2017년 VLCC 시장 전망을 언급할 때 현재 장기 계약이 없는 선박들은 선박 도입 원가 이하의 용선 수익을 벌어들일 가능성이 큰 상태이므로 ‘시장 위험에 노출됐다’라거나 그 반대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라고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외항선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서 양 선사가 가지고 있던 VLCC 및 유조선대가 급격히 축소됐다. 비단 위의 두 선사가 아니더라도 화주사와 전략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소수의 선사를 제외하고는 유조선 시장 불황 장기화로 VLCC 선대 투자가 점차 위축됐다.

현재 한국의 VLCC를 몇 가지 기준을 두고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VLCC 선박은 총 32척으로 전체 VLCC 709척 중 4.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VLCC를 보유한 국적선사는 현재 4개사로 그 중 가장 많은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A와 B사가 전체 선박의 84%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VLCC 선사 중 유일하게 B사만이 2017년 2척, 2018년 2척의 신조선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한국의 VLCC 선대 축소의 단적인 예로 D선사의 경우 2004~2005년 무렵만 하더라도 자사선 뿐만 아니라 장기용선(Time Charter), 선체 용선 계약(Bare Boat Charter) 등을 통해 약 20여척을 운항하면서 그 당시 명실상부한 극동아시아지역을 대표하는 VLCC선사로 자리 잡았었으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고 회사의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선박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면서 현재는 1척만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수입된 원유는 총 10억 2611만 배럴로 2014년 9억 2752만 배럴 대비 10.6% 증가를 보였는데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와 정제 마진 개선으로 인한 정제설비 가동률 증가가 주요 원인이었다. 이처럼 국가의 원유 수입 물동량은 증가하는 추세인데 반해 향후 1~2년간 VLCC 용선 시장 불황 전망으로 국적 선대가 점차 줄어드는 형태를 관망하고 있기에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2015년 기준, 전체 원유 수입을 VLCC로 운송했다고 가정할 경우 일일 VLCC 1.4척 운송분에 해당하며 비교적 근거리인 아시아 수입 물량을 제외한(타 원유 선종 이용가능) 물량 전체를 중동에서 수입했을 경우 연간 약 65~70척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한국 VLCC 선대는 현재 32척으로 전체 필요 선박의 50% 미만에 머물고 있으며 수입 원유는 상당부분이 외국적 선사에 의해 운송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은 화물의 안전하고 경제적인 운송을 위해 항해 용선 계약(Spot Voyage Charter)뿐만 아니라 COA(Contract of affreightment), CVC(Consecutive Voyage Charter), T/C(Time Charter)와 같은 장기용선 계약으로 항해 용선 시장(Spot Market)의 운임 급변 및 혹시 있을지도 모를 선박수배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용선 방법을 최대한 활용해 최적의 조합으로 분배해 놓고 있다.

그러나 VLCC 용선처인 국내 정유사가 선사를 선택할 때 국적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어느 선사와 장기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화주와 선사가 전략적 파트너가 된다는 것인데 해당 선사의 금융적 안전성과 용선 시장에서의 평판, 정해진 기간까지 해당 계약을 완료할 수 있는 지가 가장 먼저 고려되겠고, 양사가 갖게 되는 장기 계약 외의 Spot항해 용선 시장에서도 시장가보다 좀 더 우호적인 운임과 계약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선사와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것이 선사의 국적보다 우선시 될 일이다. 이외에도 필요한 원유 도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해당 산유국의 국영선사와 화물운송 장기계약을 맺는 일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현상황은 한국의 원유 수입 증가로 인한 VLCC 용선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전 세계 선대 증가로 인한 시황 악화로 한국의 VLCC 선대는 위축돼가는 상황이다. 작년 10월 31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의 국내 선사 계약 비중은 28%에 머무르고 있다. 그 안에 자회사 개념의 선사가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와 일부 정유사 지배 구조상 특정 해외 선사와의 운송 계약으로 국내 선사 계약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경우를 감안해도 국내 원유 수입량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어 국내 정유사와 선사간 계약 비중 향상의 여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의 국내 선사 계약 비중이 높고 낮음을 판단하기 전에 과연 한국의 VLCC 선사들이 정유사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적합한 금융 안전성과 충분한 선대를 갖추고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적 선사의 국내 영업뿐 아니라 해외 영업을 위해서라도 정부 및 관계 기관의 VLCC 선대 확보 지원과 경영 안정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악화된 국내 선사들의 대외 신용도 회복을 위해 ‘한국 정부 · 관계 기관이 해운업을 보증하고 있다’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해운시장에 보여주어 국내 선주의 활발한 영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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