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통재라! 한진해운 파산 선고>

오호통재라! 마침내 한진해운이 2월 17일 법원(서울지법 파산부)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예고가 되고 예상이 되었던 일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해운의 맏형 한진해운의 파산 선고에 많은 해운인들은 마치 가족이라도 잃은 듯 슬픔에 잠겨있다. 우리가 더더욱 안타깝고 애통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영선사의 법통을 이어왔던 한진해운의 파산 사태가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금융관계자들을 포함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왜 하필 그런 당국자들이었으며, 왜 하필 그런 오너였는지 참으로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진해운 파산 사태의 후폭풍은 벌써부터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행을 선택했을 때부터 시작된 물류대란 사태로 국가경제가 마비될 정도의 파란을 겪었지만, 이 사태는 아직까지도 뒷정리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한진해운 파산 선고로 인해 이제부터는 하주나 관련 물류업체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이해관계자들간의 충돌과 법적인 다툼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류대란에 따른 무역업체와 물류업체들의 직접적인 손실과 부산항 관련 부대산업과 부산지역 경제에 미치는 피해들 까지 모두 합산하면 우리가 추산했던 14조원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큰 문제는 한국해운의 신뢰도 추락으로 인한 피해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에 한국의 모든 해운업체들이 대외적인 신뢰도를 잃어버리는 신용도의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당하고 있다. 최근 외국선사들이 한국의 해운업체와는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움직임이 아주 뚜렷해지고 있다. 더구나 맏형격인 한진해운의 사라짐은 든든한 방패막을 잃은 것과 같아서 우리나라 군소선사나 근해선사들에게는 과열 경쟁을 불러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최근 확인되고 있다. 이래저래 진정으로 한국해운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매우 시급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한진해운의 파산을 애석하게 생각하고 자꾸 옛날을 되새겨 보는 이유는, 이 사태에 대한 깊은 반성을 통해서 다시는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고, 하루라도 빨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원양 정기선사를 복원시켰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에 그 누구보다도 먼저, 일을 그르친 금융당국을 포함한 정책 당국자들과 회사를 지배했던 오너부터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자들의 첫 번째 잘못은 잘 알지도 못하는 해운산업을 구조조정이라는 구실을 들어 마음대로 재단하려 한 것이다. 금융논리로만 접근했기 때문에 국가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끼쳤다. 반면에 해양수산부 당국자들의 잘못은 내용을 알면서도 직무를 방기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해운산업의 구조조정과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 대책을 추진하는 주축세력은 당연히 해양수산부가 돼야만 한다. 물론 이것은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초래한 책임 당국자들을 엄히 처벌한 뒤의 얘기다.

두 번째 잘 못은 정기선해운과 부정기선해운을 동일시하는데다가, 정기선해운만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번 한진해운 파산사태는 대한해운이나 팬오션의 ‘법정관리후 부활’이라는 성공 사례에 고무된 정책당국자들이 정기선사의 법정관리도 부정기선사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오판한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것도 정기선과 부정기선의 엄격한 구별이 없이 수립된 것이기 때문에 미흡한 방안이며 따라서 우리는 절대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가 정기선해운의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다시 세우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2016년 10월 31일 발표)에는 정기선해운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대책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세계 5위의 선사를 육성한다’라고만 되어 있다. 이러한 막연한 목표 설정은 특정 선사에 대한 특혜 시비 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정부가 보다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기선해운 정책은 정기선항로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정기선항로별로 구분된 세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기선해운 마스터 플랜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원양 정기선항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만 한다. 세계적으로도 ‘1국가 1선사’ 트랜드로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이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원양항로 선사들의 직접적인 근해항로 취항은 자제를 시키고 근해선사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근해항로나 인트라 아시아항로별로도 대책이 나와야만 할 것이다. 이들 항로별로 특성을 살려서 운용을 하되, 경쟁이 지나친 항로는 선사들간의 결속과 협업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짜여져야만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본다.

해운업계도 정기선해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나름대로 정책 건의 등을 통해 스스로 활로를 찾아가야 할 것이다. 정기선사들은 작은 이익의 희생을 담보로 스스로 경쟁력 강화 방안들을 마련하고, 그 후에 그에 따른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쪽으로 능동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기선해운의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구축은 선사들의 중지를 모을 수 있는 한국선주협회가 나서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강화 방안과는 별도로 정기선해운의 장기적인 발전 대책을 만들어 정부에 건의해 주길 바란다.

정기선항로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항로운영을 하여 지금도 성공 사례로 자주 얘기되는 것이 국적선사들이 과점하고 있는 한일항로이다. 여타 정기선항로 선사들은 한일항로 선사들의 단결노력을 본받아 서로서로 협력함으로써 선사별로 경쟁력을 키우면서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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