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포워더(forwarder)가 화주나 적하 보험자로부터 운송물 손상이나 멸실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받는 경우, 해당 포워더가 운송인으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인지, 아니면 운송주선인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인지 여부가 자주 문제가 된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관련 업무를 의뢰 받았다고 하더라도 운송을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해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했는지 여부를 확정해야 할 것이지만,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우스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라고 일찍이 판결한 바 있으며(대법원 2007.04.27. 선고 2007다4943 판결) 이러한 입장은 지속되고 있다.

대법원이 판시한 원칙에 의하면 맨 먼저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해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했는지 여부를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으며 만일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 필자가 검토하려는 사안은 한국의 수입자 X가 물류업무에 관해 Y회사와 1년짜리 계약을 체결해, 물류업무를 전체적으로 Y회사에 위탁을 했으며, 이에 따라 Y가 중국의 선적항에 있는 자신의 파트너 회사인 A에게 송하인 겸 수출자인 B가 선적하는 화물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해상 운송해 달라고 요청한 사안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 A가 자신 명의의 house B/L을 발행했다. 물론 A는 ocean carrier인 H에 실제운송을 의뢰했고, H 운항의 선박이 해당 화물을 중국에서 한국까지 실제 운송한 사안이다. X는 Y에게 ocean freight로 일정 금액을 지급했으며 Y는 운임을 A에게 지급했다.

한국의 양하항에 도착해 보니 해당 화물에 손상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X는 Y에 대해 운송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이에 대해 Y는 house B/L을 자신이 발행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자신은 운송주선인이라고 항변했다. 이러한 경우 Y는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운송주선인인가 아니면 운송인인가?

이러한 주장은 의외로 많이 있는 것 같다. 위 사안에서 Y가 자신은 운송주선인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대법원의 위 판결에 의할 경우 구분의 제1의 기준은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해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했는지 여부를 확정해야 할 것이다. 위 사안에서 X는 Y에게 운송의뢰에 대한 대가로 운임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했는데, 이것 하나로 양 당사자의 의사는 해당 개별 화물에 대해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명백히 볼 수 있다.

Y는 물류업무에 전문화한 기업인데, 운임을 청구해 운임을 받았음이 명백한데 자신이 이제 와서 운송주선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운송주선인이 받는 금전은 물류비 전체에 대한 일정비율의 금액을 commission(수수료) 형태로 받게 되기 때문에 명백히 구분된다. 대법원 판결의 원칙에 의하더라도 이 사안은 어렵지 않게 결론이 내려진다.

이러한 상황을 만일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본다면 하우스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해야 할 것인데, 이 사안에서는 house B/L의 발행 주체가 Y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발행 주체가 A이니, Y 자신은 운송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Y의 이러한 주장은 오늘도 법정에서 혼동을 야기하게 하고 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실질적인 내용에 의해 하며, 그 실질적인 내용은 운송계약이기 때문이다. house B/L 발행 명의가 Y가 아니라는 것은 지극히 형식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사실 house B/L 역시 실질적으로 보면 운송 전체를 인수한 Y가 발행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위 사안에서 Y는 운송주선을 인수한 것이 아니고 운송을 인수한 것이다. house B/L의 형식적인 발행 주체에 집착해서는 안 되며 실질적인 거래 내용을 고려해 이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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