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책은 없다"

“중국 여행객들이 한국여행을 취소한다고 언론에서 마치 큰 위기인 것 마냥 연일 보고 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따지면 이는 아주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가장 큰 문제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전부 말라죽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언론은 명동을 가득 채우던 관광객에게만, 보여지는 표면에만 포커스를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청도에 있는 국내 기업 주재원은 사드로 경색된 한중관계에서 제일 먼저 풀어야 할 부분은 비관세장벽이라고 지적한다. 비관세장벽이 강화되고,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를 기업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사드배치 결정으로 시작된 갈등은 서해안을 넘어 국내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드 사태가 항상 발생되는 국제관계에서의 갈등 중 하나이고, 이를 계기로 대중무역의존도를 낮춰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한다.


▲“위기를 기회로, 의존도 낮춰야”
일각에서는 이번 중국발 경제보복을 계기로 높은 대중 무역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가 우리에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일본정부는 센카쿠열도로 인한 충돌 발생 당시 중국 어선 선장을 구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대응했는데, 일본 정부는 신속하게 중국 어선 선장을 석방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일본이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것이 일본의 패배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산업계의 분석이다. 일본이 희토류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취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니혼게이자이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2012년 처음으로 대 중국 희토류 수입 비율을 50% 아래로 끌어내렸다. 센카구 열도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고 2년만이다.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은 호주와 베트남, 카자흐스탄, 인도 등 다른 국가에서 희토류 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는 것이다.

연어 수입에 대한 비관세장벽으로 곤욕을 겪었던 노르웨이도 수출시장을 다변화 하고, 우회 수출 등의 방식을 통해 중국의 경제보복을 무력화 시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은 위기이지만 이를 계기로 편중된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입선을 다변화해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어디까지 피해를 감수해야 하느냐는 부분이다. 중국 현지 한국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 같은 지적은 도움이 안된다고 말한다.

“2010년에 반일 감정이 극에 달했을때, 현지에서 일본인들이 겪었던 공포가 지금 한국인들이 겪는 공포보다 더 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달랐습니다. 당시 경제보복의 최대 이슈는 희토류 수출 제한이었고, 통관지연의 경우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2~3개월은 가볍게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대기업 위주인데 반해, 지금 산동반도에 위치한 한국기업들, 특히 식품, 화장품 등을 다루는 무역회사들은 한달도 버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수출입선 다변화? 위기를 기회로? 말은 좋지만, 현지에서는 당장 사느냐 죽느냐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없이 관광객만 비추고 있는 국내 여론에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그렇다면 피해가 중국에 있는 국내 기업들에만 한정될 것인가? 당연히 답변은 ‘아니다’이다. 대중무역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의 특성 상, 올해 경제 상황은 크게 흔들린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번 달 10일 IBK투자증권에서 발간한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IBK투자증권은 ‘중국 사드 경제보복, 일본보다 더 걱정되는 한국’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의 경제보복에 따른 우리나라의 상황이 일본보다 더 안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보복 효율이 높은가
보고서는 첫 번째 요인으로 한국의 경제구조를 꼽았다. 내수 규모의 확대에 따라 어느정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 일본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56.6%이고, 한국은 49.3%, GDP 대비 수출규모는 일본이 17.6%인데, 한국은 46%나 된다.

보고서는 “일본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민간소비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중국과의 분쟁으로 대외 부문이 타격을 받더라도 내수로 일정 수준 뒷받침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내수가 어려움을 뒷받침하기는 커녕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가계부채 문제, 높은 자영업자 비율, 정치적 불확실성 등 내수시장의 위험요인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무역수지 관계도 국내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우리는 대중 무역수지 흑자국이지만 일본은 대중 무역수지 적자국이라는 점도 중국의 경제보복이 우리한테 더 치명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2016년 기준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중국이 한국 수출대상국 1위인 상황이다. 중국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경제보복의 효율이 더 높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금융시장에 미치는 피해는 일본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WTO제소 쉽지않다” 발 빼는 정부
외교부는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와 관련, WTO 제소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7일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서 “정부는 안보사안에 대한 원칙을 당당하게 견지해 나가면서 관련 조치에 따른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는 가운데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한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중국 측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주요 소통 계기를 활용해서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는 등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 내 관련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하면서 피해업계 지원, 시장 다변화 측면지원 등 우리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 범정부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의 이같은 발언은 3월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외교부는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국제법적 검토도 대응방안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다음 달인 2월 7일 외교부는 입장을 바꾼다. WTO 제소가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한 것이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검토 중이긴 하지만 ‘정부가 취한 명시적 조치’가 제소의 조건인데, 그 부분에서 쉽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실제로 사드 갈등이 발생한 2015년 1월 이후 중국 관영 언론에서는 경제보복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중국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경제보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무역업계는 WTO 재소는 사용할 수 없는 카드라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외교부가 WTO 제소를 검토한다고 발표한 3월 7일 산업부는 고려할 사안이 많다며 발을 뺐다. 정부 차원에서 전혀 대책이 없다는 증거를 보여준 것과 다를 바 없다”며, “WTO 안보예외 조항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정부의 무책임을 비난했다.

중국에 위치한 한국기업들은 더욱 분노의 목소리를 높인다. 대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안좋아지면서 중국 현지의 한국 기업들은 신경을 곤두새우고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큰 문제없을  것이라고 배짱을 튕기고 있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실제로 지난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직후인 7월 19일 당시 국무총리였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은 국회 긴급현안질문 답변에서 중국의 경재보복 우려에 대해 "기본적으로 한중 관계가 고도화 돼있다. 쉽게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면서 "그런 우려의 소지는 크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날 외교부 윤병세 장관도 "중국 정부 측에서 경제 제재를 취하겠다는 얘기도 없었고, 그런 걸 시사하는 발언도 없었다"며 "앞으로도 그런 게 있을지에 대해 꼭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선 이후 한중관계 개선 가능성 있다”
중국의 입장은 자명하다. 사드 철회 없이 한한령(限韓令) 철폐도 없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경제 부문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중국 언론들이 중국 정부의 입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23일 중국 경제지 제일황금망(第一黄金网)은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분석기사를 내면서 향후 한국의 상황 변화를 지적했다.

이 분석기사에 따르면 사드배치로 인한 갈등, 그리고 중국 정부의 경제제재로 인한 한국 경제의 위기는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한국경제성장률이 둔화 될 것이라는 수치를 들었다. 실제로 홍콩 다이아 캐피털 마켓(Daiwa Capital Market)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3%에서 1.7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중 간 긴장관계가 양국 교역규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기반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 예측을 하향조정 한것이다.

제일황금망은 “중국의 경제보복조치는 이미 한국경제에 많은 상처를 입혔다. 한국인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해결방안을 찾으려 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태도는 완강하다”며, “사드가 존재하는 한, 한한령 역시 존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국의 분노와 관심은 다가올 한국 대선과 연결된다. 다음 대통령의 정책 방향, 즉 사드를 유지할 것인가? 철회할 것인가? 친미전략을 고수할 것인가? 친중전략으로 복기할 것인가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심판이 정말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탄핵이 기각될 경우 정말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도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었습니다. 정치적 관점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생존의 관점에서 말입니다.”

황금제일망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을 “하룻 밤 사이에 세상이 바뀌었다”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어수선한 국면을 차기 대통령에게 과제로 남겼다”고 표현했다.

최근 중국언론은 국내만큼 다음 대선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황금제일망은 “대선후보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은 한중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사드배치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다른 후부들 중 사드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지지자들이 많은 만큼, 5월 9일 한국 대선이 끝난 후, 한중관계가 개선 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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