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진행된다

중국 신화통신은 사드가 배치되기 전, 즉 2014년 시진핑 방한 부터, FTA 체결,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방문시기까지를 한중관계가 정점을 찍었다는 의미로 ‘밀월기(蜜月期)’라는 단어를 표현했다.

한국과 중국 간 무역총액이 2905.6억달러를 기록한 2014년 중국 언론은 “서로가 최고의 파트러”라고 보도하면서 한국이 중국의 최대수출입시장이라고 평가한다. 국제경제협력연구원 부주임 바이밍(白明)는 신화망과의 인터뷰에서 “근래 몇 년 동안 양국가간 경제무역교류의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때는 두 국가가 형성하는 시장의 규모가 11조달러 달한 것으로 예측했었다”고 밝혔다.

2016년 7월 13일, 한국 국방부가 대외적으로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선포한다. 같은 날 중국의 신화망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 루캉(陸慷)이 성명을 보도한다. “한미가 중국을 포함해 관련 국가들이 반대의 입장을 표했음에도 한국이 사드배치를 선포했다”며 강력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달콤한 허니문은 파국으로 향해간다. 사드 배치와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은 파국을 불러온다.

사랑하던 두 사람은 갈라선다. 그리고 그 사이의 아이는 상처를 입는다. 한중간 무역, 물류, 산업이라는 아이가 말이다.

한국해운신문은 창간 27주년을 맞이해 최근 경색되고 있는 한중 관계와 그 여파에 대해서 알아본다.

▲ 짧은 허니문, 현실이 된 파국
외교적 관점에서 한중간 우호 관계는 2014~2015년에 정점을 찍는다.

2014년 7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방한해 양국 문화 관계 등 3가지 합의사항을 이끌어 냈고, 다음해인 2015년 8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한국과 중국 사이의 짧은 봄이 온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2014년 국빈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3000억달러의 무역, 양국 국민 1000만명 교류 시대를 열겠다고 결의하면서 한중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14년 정상회담의 가장 큰 결과는 한중 FTA 체결에 마지막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받았다.

2004년 9월 아세안+3 경제장관 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통상장관회담에서 민간공동연구 합의가 이루어진 지 10년 만인 2014년 11월 10일. 양국 정상이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협정문 공개, 안건 의결 등을 통해서 2015년 6월 1일 한중 통상장관 회담에서 FTA 협상문 정식 서명이 이루어지면서 한국의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비관세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창간특집

한국과 중국 사이의 우호 관계는 2015년 중국 정부의 전승절 열병식에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정점을 찍게 된다. 미국을 비롯해 서방진영에서는 현직 국가 장성이나 관료급의 국가사절을 파견하지 않았음에도 미국의 우방국 중 하나인 한국의 정상이 열병식에 참석하게 된 것.

박 전 대통령의 참석은 한미 관계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보다 더욱 큰 균열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당시 일본 교도통신은 미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이 한미일 공조를 핵심 축으로 하는 아시아 중시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전승절에 참석했고, 천안문 성루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함께 우방국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다.

▲중국의 카드 “경제보복”
미국의 경고를 감수하고서 구축한 우호적인 한중관계는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허망하게 깨지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드배치 발언이 한중관계를 급속도로 냉각시키게 된 것.

사드 배치 이후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2016년 2월 16일 논평을 통해서 ‘전쟁’을 언급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환구시보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다면 한국 본토는 중국과 미국이 군사 배치를 두고 바둑을 두는 민감한 지역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

아직까지 중국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와 관련 직접적으로 한중관계를 압박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 정부가 집어든 카드는 외교안보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활용해오던 ‘경제제재’ 방법이다.

산동대학교 뉴린제(牛林傑) 교수는 날로 반한 감정이 고조되던 2016년 8월 5일 중국 언론과의 특별인터뷰에서 한중 경제무역발전의 토대는 동요될 수밖에 없고 무역협력의 형국은 파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린제 교수는 한국 경제가 중국에 매우 큰 위존도를 가지고 있는데 사드배치를 하게 된다면 한국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무역수출액 하락, 기업 파산, 실업률 상승 등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비판강도를 높여갔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재차 사드배치가 자국민보호를 위해 진행되야 한다며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자 중국은 “여러 해 동안 한국의 무역파트너이자, 대규모 수출시장, 수입내원국, 해외투자대상국이다.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과 한중 FTA 체결이라는 양국간의 발전이 있었는데 한국은 자국의 안전을 이유로 중국의 정당한 안전을 훼손했으며, 군비 경쟁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실제로 2016년 1월 박 전 대통령이 사드배치 발언 이후로 중국의 경제보복은 예측되어 왔었다. 그동안 외교안보 차원에서 중국의 행보를 봤을때, 비관세장벽을 포함한 경제제재는 확정된 상황이었다.

지난해 4월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는 ‘사드 도입논쟁과 중국의 對韓 경제보복 가능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행보를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시행할 가능성이 높은 경제제재 방식은 크게 5가지로 예상됐는데, 비관세장벽, 관광상품 판매중단 및 비자발급 지연, 관영언론을 통한 반한감정 확산,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표적 단속, 그리고 중국 자본의 철수가 그것이다. 보고서의 이 같은 예측은 사실이 되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비관세장벽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일본과 필리핀, 노르웨이, 그리고 한국
비관세장벽(non-tariff measures)은 중국정부가 그동안 외교안보적 사안에 첫 번째로 들고 나온 압박용 카드이다. 중국정부는 필리핀, 일본 등 외교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관세장벽을 무기로 외교적 우위를 확보하곤 했었다. 실제로 중국은 2012년 필리핀과 황옌다오(黃岩島) 영유권 관련 분쟁이 발생하자 필리핀의 주요 수출품인 바나나 등 열대과일에 대한 통관을 보류하고 이를 폐기처분함으로써 필리핀 정부를 압박했다. 당시 중국은 필리핀의 세 번째 수출대상국으로 전체 비중의 14.2%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두테르데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 전까지 4년간 필리핀산 바나나의 수입제한 조치는 유지되면서 필리핀을 압박했다.

일본도 중국 정부의 경제제재에 피해를 입었다. 중국정부는 2010년 9월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 충돌에 의해 발생한 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압박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재료 및 부품 등에 대한 통관을 중단하거나 지체함으로써 중국에 진출한 일본 제조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노르웨이도 경제제재의 대상이 되었다. 중국정부는 반 중국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반발, 노르웨이산 연어수입을 축소하고 나섰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했던 노르웨이산 연어는 30% 이하로 급락한 상황이며,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 이 같은 조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편 우리도 중국 발 경제보복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 발생했던 ‘마늘파동’이 그것이다. 2000년 정부는 국내 마늘 농가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산 마늘 수입 물량에 최대 315%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세이프가드를 단행했다. 이에 중국은 일주일만에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제품에 대해 잠정수입조치를 내린 것. 2000년 당시 대중 마늘 수입액은 1500만달러 규모였는데 반해, 폴리에틸렌 수출액은 4억7000만달러, 휴대전화 수출액도 4000만 달러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정부는 중국의 이 같은 조치에 빠르게 백기를 들고 세이프가드를 철회 한 바 있다.

▲“속수 무책, 방법이 없다”
2월부터 중국 정부는 한국발 컨테이너에 대한 겸역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통관 중단에 가까울 정도로 한국발 컨테이너에 대해 발이 묶였다고 현지에서는 주장한다. 청도에 있는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보는 것보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식품과 화장품에 대한 비관세장벽이 높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 비관세장벽이 다른 업종에 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해관당국은 식료품과 화장품에 대한 검역을 강화함으로써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인데, 중국 강제인증(CCC) 획득, 그리고 중국 정부의 포괄적 법 제정, 지방정부의 자의적 해석 및 과도한 재량권 등 대표적인 비관세장벽과 더불어 2015년 개정된 식품안전법과 화장품안전기술규범의 엄격한 적용 등 전통적 비관세장벽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달 8일 개설된 한국 무역협회 대중 무역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건수는 60개사 67건으로 집계됐다. 통관지연과 계약 취소, 수입 중단 등이 대표적인 피해사례로 신고 됐는데,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통관지연이라고 현지에서는 지적한다.

수도권과 중국을 연결하는 인천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고 말한다. 인천상의가 지난 2월 관내 대중국 관련 기업체를 대상으로 대중국 교역 환경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에 63.1%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실제 피해가 발생한 업체는 화장품, 식품 및 생필품 업체가 다수였지만, 기계, 전자, 자동차부품, 건설자재 등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인천상의는 분석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이보다 더 적나라 하다. 속수무책(束手無策)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현지에서는 소위 말하는 꽌시를 이용해 언더벨류(Under Value)로 컨테이너를 통관하는 등 잘못된 행동을 하는 업체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규모가 적은 중소업체들의 경우 그 같은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초부터 분위기가 안좋아지고, 해관에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한국 기업들도 여기에 대비해 원활한 통관을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관 당국에서 일방적으로 통관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관에 문의해도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식료품 통관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이고, 화장품도 큰 타격을 입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최근 중국에 위치한 제조기업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들에 대한 통관도 강화되면서 전체적으로 통관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속수무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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