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kit Maritime &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한 메이저 선급협회 CEO에게 당시 유행하던 '스마트'란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선급협회의 브랜딩팀이 스마트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협회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지만 그는 콕 집어서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 여기서 스마트란 옷을 멋지게 입거나, 재치가 빛난다거나, 속도가 빠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경영 목표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약어는 더더욱 아니다.

스마트의 핵심 개념은 '연결' 혹은 '통합'이다. 또 다른 선급협회는 2025년 미래기술을 전망하면서 도시들이 물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디지털 측면에서 더욱 스마트한 면모를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래의 도시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거주 가능성, 노동 가능성, 지속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적 특징을 중심으로 수립될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 도시들은 정책과 거버넌스, 에너지, 운송 및 통신 네트워크의 통합, 참여 및 참가 행위를 통해 선진화를 이루는 데 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싱가포르는 스마트 도시가 되려는 목표를 넘어서 '스마트 국가'가 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뛰어난 협력 및 공조를 통해 대학, 의료시설, R&D 투자, 첨단기술 신생기업 및 투자 자본이 한데 통합되고 있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향후 싱가포르 어디서나 1Gbps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하며 스마트 에너지 기반시설을 위한 솔루션을 갖추고, 센서 네트워크, 빅 데이터 및 분석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가 진정 의미하는 바다.

게즈 드레이콧(Gez Draycott) SES 부사장과 미래의 항만과 위성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는 유토피아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위성 덕분에 항해 중 오락 및 기본적 소통을 누릴 수 있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운항 중 컨테이너 내부 습도를 추적해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며 입항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다음 단계가 스마트 도시에 디지털 아키텍처(digital architecture)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항만은 도시 주위 유통망과 연결되고 아직 출항도 하지 않은 선박들은 기상 데이터, 항로 업데이트, 철도 및 도로망, 배출가스양 등 해운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 관해 많은 양의 정보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상해와 같은 항만에서는 이러한 효율성 제고를 통해 수십억 달러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드레이콧 부사장은 설명했다.

물론 항만 운영자와 선박 운항자들에게 '스마트'해진다는 것은 그에 따른 비용을 의미한다. 대개 그렇듯이, 얼리어답터는 비용을 들인 만큼 혜택도 보게 될 것이다. 비록 지금으로서는 비용과 혜택의 규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한번 상상해보라. 선박이 도착하기 전에 물류 작업이 이를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으며, 여분의 상황에 대비하고, 서비스 엔지니어들 또한 제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는 상황 말이다. 이것은 마치 비행기 조종사가 관제탑으로부터 도착지가 준비되지 않았으니 30분 후 이륙하라는 연락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포뮬러원(F1) 경기 도중 참가 선수가 피트스톱 사인을 받고 철저하게 훈련받은 정비팀을 통해 순식간에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연료 효율성 및 안전성을 제고하고, 디지털 작업으로 이루어지며, 위성을 통해 광역 물류 네트워크로 통합되는 것, 이것이 바로 스마트한 것이다.

스마트 해운은 망망대해를 운항 중인 선박들의 통신이 다소 불안한 점을 개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상선을 공급망에 완전히 통합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거대한 모험에 있어 가장 큰 이해당사자는 선주나 용선주, 혹은 항만 당국이 아니라 바로 화주다. 각자 그들만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하지만 결국 최종 목표는 철광석, 바나나, 고철 또는 승객을 목적지에 제시간에 운송하는 것이다. 가장 스마트한 방법으로 말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