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국토교통 가족 여러분,

여러분들을 정겹게 불러볼 수 있는 것도 오늘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여러분들과 함께 했던 지난 1년 반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인사청문회에서 국민 앞에 말씀드렸던 막중한 책임감과 정책에 대한 약속들,

취임식을 통해 여러분들과 나누었던 정책과 성과 창출에 대한 계획과 의지, 조직의 발전과 소통에 대한 약속들,

취임하자마자 당면했던 가뭄과 보령댐 도수로 공사, 서해대교 낙뢰와 서해안 고속도로 통행제한, 작년 초 제주 폭설과 공항마비, 경주 지진 등 이어지는 재해, 재난과 항공, 철도, 건설현장에서의 빈번한 안전사고들

그리고 영남권 신공항 확정문제와 화물연대 운송거부, 철도노조 파업과 같은 굵직한 사회갈등 문제의 대두 멕시코, 이란 정상외교 수행과 파나마 운하 확장개통식 대통령 특사 파견, 3연속 이사국 지위 수임을 위한 ICAO 총회참석, 이락 전후복구에 대비한 경제공동위원회 참석과 말레이시아-싱가폴 고속철도를 포함한 해외건설 수주지원을 위한 출장 등

되돌아보면 하루하루가 숨가쁘게 바빴고 긴장된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여러분들이 굳건히 버티어 주면서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었기에 어려움을 어려움이라 여기지 않고 오히려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진한 동지애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작년 연말 탄핵사태로 말미암은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공백 속에서도, 우리 국토부 직원들은 누구 하나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다른 어느 부처보다도 훌륭하게, 그리고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안정적으로 정부의 기능과 역할을 유지하였습니다.

공직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여러분들이 보여준 소명의식과 국민에 대한 헌신에 찬사를 보내며 그러한 여러분들과 같이 일했다는 사실에 저 또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동안 느낀 보람과 성취감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정부업무평가에서 우수부처로 선정되고 여기서 받은 포상금을 어떻게 나누어 쓸까 하던 즐거운 고민,

조그마한 국토부의 지원이 계기가 되어 터키 차나칼레 교량사업을 수주하게 되고, 국무회의 석상에서 전 국무위원들의 박수를 받았던 기억,
그리고 무엇보다 자랑스러웠던 것은 우리 부 김영태과장이 이달 초 OECD 국제교통포럼(ITF) 사무총장에 당선된 일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김영태 과장의 출중한 능력과 치밀한 준비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제는 해외에서도 우리 국토교통부의 전문성과 역량을 인정해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조그마한 바램이 있다면 김영태 총장의 당선을 계기로, 더 많은 직원들이 국제기구 진출은 물론이고, 해외전문가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장차 세계속의 국토교통부, 다른 국가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어하는 국토교통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떠나는 저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도 있습니다.

지난겨울 유성용 수자원정책국장이 과로로 인해 갑자기 쓰러진 일입니다.

최근에는 몸 상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어 불행중 천만다행이지만,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업무적인 성과나 명예, 금전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하고 값진 것은 바로 여러분의 건강, 여러분과 가정의 행복이라는 점을 절대로 잊지 마십시요.

제가 장관으로 부임하면서 여러 가지 정책 구상도 밝히고 산업화 시대 패러다임을 극복할 미래 준비에 대해 강조했던 것을 여러분은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건설과 토목 등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과 집행을 담당하는 부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래를 기획하고 새로운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스마트하고도 소프트한 부처로 도약하기 위해 화두를 던지고 노력했던 일은 저에게 매우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다행히 직원 여러분들이 저의 생각과 비전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동행해 주었기에 자율주행차나 드론을 포함한 국토교통 7대 신산업이 다른 부처를 앞질러 시장을 선도하게 되었고, 스마트 시티는 쿠웨이트에 수출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아직은 만족할 만큼의 수준에 이르거나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과 함께 뿌린 오늘의 씨앗들이 곱게 싹 틔우고 열매 맺는다면, 우리 국토교통부의 도약은 물론이고 새로운 시장의 형성과 연관산업의 발전, 그리고 부가가치 높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미래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튼튼한 기둥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당부드리고 떠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국토교통부 직원이기에 앞서 각자가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공직자들이라는 사실을 꼭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술발전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경제사회구조가 근본적인 변화를보이는 시대에 요구되는 가치는 융합과 협업, 혁신입니다.

과거의 관행이나 기존의 법·제도에 얽매이고 조직이해나 부처의 권한에 집착하다보면 정작 국가발전에 필요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일들을 놓치기 쉽습니다.

모든 정책을 개발하고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대통령의 마음과 장관의 눈높이로 판단한다면
여러분들과 국토교통부는 변화의 객체가 아닌, 혁신의 주체로서 국민들이 환호하는 존재가 되리라 믿습니다.

국토교통 가족 여러분,

저는 이제 저의 젊음과 정열을 바쳐왔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여러분 곁을 떠납니다.

제 공직생활의 마지막 부분을 국토교통 가족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겐 축복이었고 오랫동안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마음은 영원한 국토교통부 가족으로서, 그리고 여러분의 선배로서 여러분들이 도전하고 성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서 양해해주신다면 마지막으로 한 사람 더 감사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 30년을 함께 지내오면서도 아직 고맙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지내온 사람.

바로 제 아내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믿어주고 묵묵히 따라주면서, 외롭고 힘들 때는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항상 분수를 지키며 만족하며 생활해 왔기에 30년을 공직 외에 한 눈 팔거나 쓸데없는 욕심 부리지 않고 정도를 걸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비록 빛나거나 거창한 영광은 아니지만 내가 받을 수 있는 조그만 영광이라도 있다면 오늘만큼은 제 아내에게 그 모든 영광을 바치고 싶습니다.

여보! 고맙고 사랑합니다.
 
2017년 6월 22일
국토교통부 장관직을 물러나면서

강 호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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