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선박안전기술공단 목익수 이사장

운항관리업무 이관 2주년, 중대사고 없어
선박 안전에 관한 종합적인 역할 수행할터

세월호 사건 이후 연안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위해 선박안전기술공단이 한국해운조합으로부터 안전운항관리업무를 이관 받은 지 올해로 2년이 지났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안전운항관리업무를 이관 받은 지난 2년간 여객선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중대사고가 단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지난 2년간 여객선 운항관리 업무를 안착시기키 위해 인력을 보강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으나 예산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박안전기술공단 목익수 이사장은 최근 해운전문지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지난해에만 운항관리부문에서 4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운항관리비용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객선 운항관리업무를 넘겨받으면서 공단이 명실공히 해상교통안전을 다루는 전문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지만 예산 부족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취임 2년 8개월째를 맞고 있는 목익수 이사장은 리더십 타임갭을 이야기하며 리더가 단기간에 너무 욕심을 부리면 부작용의 대가를 조직원이나 국민이 치러야 한다며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보다는 임기 중에 선박 안전과 국민 행복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제 꿈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목익수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


-취임한지 2년 8개월여가 지났다. 그간의 소회와 성과를 말씀해 달라.
=선박안전을 책임지는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취임 당시 세월호 여파, 6개월간의 이사장 공백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내부 소통을 최우선으로 조직안정을 도모해 역량을 결집시키고 외부적으로도 공단이 처한 입장과 계획 등을 전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 결과 2016년 기준으로 내부직원대상 조직문화 설문조사(Climate Survey) 결과 조직문화지수가 지난해 대비 20% 향상됐고 경영실적평가도 전년보다 2단계 상승한 등급을 획득했다. 또한 내부청렴도평가 42개 기관중 3위, 노동생산성 역대 최대, 금융부채 Zero 달성, 차질 없는 선박검사업무 수행을 위한 현장 검사 인력 10% 이상 증원 등의 성과를 냈다.

특히 지난해 11월 전세계 6개국 2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중소선박안전기술포럼을 창립해 전 세계 중소형 선박 안전기술과 안전정책 방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기관간 상호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연간 16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 여객선 안전운항관리업무도 인수받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단 임직원 모두는 선박검사,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선박안전기술연구 등 공단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 공단이 ‘선박의 안전, 국민의 행복을 이끄는 해사안전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안전운항관리업무 이관 받은지 2년이 지났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
=연안여객선 안전운항관리업무를 인수한 지난 2년간 업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지난 2년간 중대사고가 단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미한 충돌사고가 되레 늘었다는 지적도 있으나 중대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연안여객선에 대한 대국민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킨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운항관리업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운항관리인력을 32명 늘렸고 K-POS와 같은 모니터링 시스템을 여객선 안전관리에 도입해 더욱 체계적이고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인력을 확대하고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이에 따른 예산이 충분치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운항관리비용은 여객운임의 3.2%를 징수하고 국고보조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재원이 많이 부족하다. 지난해에만 운항관리부문에서 약 4억원 가량의 적자가 났다. 올해 여객이 약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나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객운임을 올리지 않고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여객선 이용객이 1700만명을 넘어서거나 국고보조금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공단은 이와 같은 비용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영화진흥기금처럼 여객운임중 일부를 정부가 기금으로 징수해 운항관리비용을 전액 국가가 지원하는 방법을 정부측에 제안했지만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수하는 재정당국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속적으로 연안여객선 운항관리업무를 수행하려면 비용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새 정부가 제1국정과제로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둔만큼 공단도 간부직 대책회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우선 현재 약 1.6%로 소수이긴 하지만 공단의 퇴직계약직 등 비정규직을 주무부처와 협의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어선거래시스템 운용, 선박대기오염 물질 통합 관리, 항만법 개정에 따른 항만작업선 검사 업무 등 신규 업무에 대한 일자리 창출과 선박검사, 연구개발,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업무 등 기존 업무에 대한 일자리를 합쳐 약 1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방침이다.

또한 공단은 세월호 이후 한층 강화된 선박검사 업무 등의 차질없는 수행을 위해 현장에서 보완, 확대가 필요한 업무분야를 발굴해 해상안전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려고 한다.

-최근 십만양선론(十萬養船論)을 주창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
=해운·조선이 무너졌다고 하지만 2016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는 선박이 10만여 척 있다. 12척의 배로 명량해전에 임했던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관과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도 밑천이 두둑한 셈이다.

십만양선론(十萬養船論)은 우리가 지금의 10만 척을 효율적이며,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차세대 선박으로 양선(養船)해 이를 기반으로 해양강국의 명성을 되찾자는 의미다. 2015년 말 기준 20년 이상 된 선박만 내항어선이 1만 2천여척, 원양어선이 3백여척, 연안여객선이 5십여척, 그 외에도 내항 화물선·예부선 등 수백 척이 있다. 이 노후선들의 10%만 국내 조선소에 발주해도 국내 조선업계는 초호황을 누릴 것이다.

우리에게 10만 척의 배가 있지만, 낡았고 비효율적이며 비경제적이고, 안전에 위협적인 노후선이 많다. 한시바삐 과감한 정책자금지원으로 10만 척의 중·소 내항선을 기반으로 안정적이고 강한 내수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이 길 만이 내수를 살리고,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해운·조선·수산업계 고급인력의 해외유출을 막고 고용을 증대시키며, 나아가서 안전하고 풍요로운 바다를 만드는 길이다.

요즈음 백가쟁명식으로 내수를 살리고,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자고 여러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십만양선 만큼 확실하고 부대효과가 큰 사업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우리도 해운·조선·수산업의 중흥을 위해 그리고 안전한 선박, 풍요로운 바다를 위해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

연안 여객선의 경우만 해도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는 노후선 교체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현실은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업계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대부분 노후 대체선으로 외국에서 운항하던 중고선을 수입하거나 건조비용이 국내조선소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에 발주하려 한다. 다행히 정부에서 여객선현대화 자금지원을 위해 2016년부터 관련법령을 마련하고 2019년까지 약 1000억 원의 재원마련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못해 올해까지는 겨우 3척 정도만 국내조선소에 발주 가능한 실정이다.

어선에 대해서도 차세대 한국형 연근해 표준어선개발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시작해 2020년까지 국비 총 242억원을 들여 10종의 연근해어업 업종별 조업특성 등을 반영한 표준어선을 설계·건조하고, 시험조업 등을 거쳐 현장에서 보급하기 위한 ‘차세대 한국형 표준어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 주도적 계획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과감한 노후선 교체정책과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올해 역점 목표나 계획은?
=최근 5년간의 해양사고 통계를 보면, 정부와 관련 기관·단체에서 수많은 대책을 수립하고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해양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이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단은 지난해 8월 해양사고로 인한 선박·인명피해 예방 및 최소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의 일환으로 해양사고방지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공단은 올해 ‘만(萬)사(事)안(安)통(通)’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해양사고 방지를 위해 해양사고방지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전사적인 역량결집과 관련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기관정비업체 인증사업, 1인 1선박 케어십(Care Ship)제도 등 새로운 대책도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선박 무상점검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선박검사나 합동안전점검 시에 취약분야에 대한 사전점검이나 비상시 긴급조치 요령 등을 선박소유자에게 상세히 전달하고 교육함으로써 단 한 명의 소중한 생명도 잃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대국민 해양안전문화 홍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먼저 해양안전실천본부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양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매년 대국민을 대상으로 안전캠페인 전개, 표어, 포스터, 체험수기 등을 공모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선박 안전 관리자 협의회운영 및 영세선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컨설팅도 시행하고 있다.

세종시를 비롯한 충청권 소재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지난 2015년 공단과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상호협정’을 체결한 전국 12개 해양수산계 고교 학생들도 초청해 현장교육 및 실습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공단은 지난해 7월 7일 ‘해양안전문화센터’ 문을 열었다. 공단 본부 사옥 1층에 위치한 해양안전문화센터는 해양안전문화 체험의 기회가 제한된 내륙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안전체험 및 교육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건립됐는데 지난해 30여개 단체, 987명이 수료했고, 올해도 2000여명 이상 교육을 수료할 예정이다.

-공단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1979년 설립된 공단은 현재 400여명의 직원이 전국 18개 지부ㆍ출장소에서 약 9만 여척의 선박을 검사하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부터 168척의 연안 여객선 안전운항관리를 하고 있으며 기술연구원에서 선박안전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곳도 우리처럼 선박안전에 관한 포트폴리오가 잘 구성돼 있고 어선, 일반선, 레저보트, 예부선 등 다양한 선종과 많은 선박을 한 조직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험과 조직, 기술력이 우리 경쟁력의 근간이다.

무엇보다 공단의 가장 큰 경쟁력은 사람이다. 국내 최고 해사안전 전문가 집단에서, 세계 최고의 기관이 되기 위해 전 임직원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단 주도로 해외 선진기술단체를 포함한 국내 여러 기술단체들간의 안전기술 공유와 협업의 장을 만들기 위해 ‘중소선박안전기술포럼’을 창립했다. 이 포럼에는 노르웨이해사청, 일본 국토교통성 JCI(소형선박검사기구), 중국 어업선박검험국(ZY), 인도네시아 교통부, 캐나다 메모리얼대학 해양연구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재임 중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리더십 타임갭(Leadership Time Gap)이라는 말이 있다.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개혁을 추진하더라도 그 혜택을 거두기 위해선 2~3년의 시간차를 버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단기간의 욕심에만 치우치면 그 부작용의 대가를 조직원이, 공기업의 경우 국민이 치러야 한다.

저는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보다는 임기 중에 선박 안전과 국민 행복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꿈이자 제가 할 역할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취임 후 ‘선박의 안전, 국민의 행복을 이끄는 해사안전 전문기관’이라는 비전을 새롭게 수립했다. 공단이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선박에 관한 하드웨어적 요소인 선체나 설비에 대한 검사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안전 운항관리와 새로운 안전문화 확산 등 선박 안전에 관한 종합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해사안전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와 함께 비전 달성을 위해 ‘3 Zeros & 3 Champions’라는 목표를 세웠다. 세 가지는 없애고 세 가지는 챔피언이 되자는 뜻이다. 없애야 할 세가지는 청렴서약에 어긋나는 검사, 중대한 해난사고, 업무이행에 있어서 생기는 부적합 사항이다. 최고가 되어야 할 세 분야는 여객선 안전관리, 검사업무, 소형선박 안전기술이다.

또한 국내 유관기관과의 협업에 그치지 않고, 해양 선진국인 노르웨이 해사청과 MOU도 체결해서 안전에 대한 기술을 교환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소형선박에 대해서는 세계 챔피언이 되자는 슬로건 하에 새로운 비전은 무조건 안전이다. 그걸 통해 국민이 행복한 풍요로운 바다를 만들고자 합니다.

여객선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연간 1600만 명에 이른다. 국민 모두가 안전한 선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제 작은 소망이다. 그건 절대 저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공단의 직원들, 그리고 본 기관뿐 아니라 정부와 유관단체, 외국기관까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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