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팀마린컨설팅 심윤국 대표

LNG시장 자유화 위한 ‘공론의 장’ 열자
LNG 벙커링 표준화된 매뉴얼 만들어야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가 황산화물(SOx) 배출규제를 시행키로 하면서 전세계 해운계가 선박 연료로서 LNG와 LNG벙커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유럽에서 소형 예인선이나 페리선들이 LNG를 이용해왔지만 최근에는 자동차운반선(PCTC), 원유탱커, 크루즈선 등 중대형선박들까지 LNG추진선으로 발주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LNG추진선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LNG추진선과 LNG벙커링에 대해 말만 많았지 구체적인 정책들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팬오션 특수선영업담당 임원 출신으로 국내에 몇 안되는 LNG산업과 LNG해운 전문가인 팀마린컨설팅의 심윤국 대표는 LNG벙커링 산업 경쟁력 확보에 대한 공론의 장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20년 SOx 규제가 시작되면 (국적선사가 생각하는 것보다)훨씬 빠르게 LNG추진선 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동북아 LNG벙커링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검토하지 못하고 있고 제대로 된 정책들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LNG벙커링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대한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10여년전부터 LNG추진선과 LNG벙커링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관련 조선 및 기자재산업 지원 방안 외에 아직까지 정책적으로 추진된 것이 거의 없다. 반면 향후 동북아 LNG벙커링 허브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일본은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우리를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

중국은 이미 내륙 수로용 LNG추진선대와 LNG벙커링 설비를 갖추고 경험을 축적해 나가고 있어 원양으로 LNG를 확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본도 최근 요코하마항을 중심으로 동북아 LNG 벙커링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LNG벙커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이후 본격적인 LNG추진선 시대가 열리면 북미항로 시종점이라고 할 수 있는 동북아의LNG벙커링 시장을 놓고 한중일 3개국간의 경쟁은 불가피하고 필연적이다. 우리가 중국, 일본과 더불어 동북아 LNG벙커링 산업 경쟁을 벌이려면 최소한 중국, 일본과 비슷한 가격에 LNG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심윤국 대표는 현재 한국가스공사가 LNG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로는 중국, 일본과 LNG가격경쟁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LNG는 한국가스공사가 95% 가량을 수입하고 있고 나머지 5% 정도를 POSCO, SK E&S, 중부발전, GS EPS 등 사기업이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사기업이 수입하는 LNG는 자가소비를 위한 것으로 최근 자가소비용 수입 LNG의 10%에 한해서 수입을 허가받은 기업들간 거래가 허용되었으나 여전히 국내 시장에 파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이렇듯 한국가스공사를 제외하곤 허가받은 용도 외에는 달리 공급할 수 없으므로 한국가스공사가 일본이나 중국보다 경쟁력있게 공급하지 못하면 동북아 벙커링시장에서 낙오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우선 추구해야 하는 공기업으로서 비록 양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일본이나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도입가격을 무시하고 벙커링용으로 싸게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심 대표는 지적했다.

벙커링용으로 싸게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수요도 많지 않은데 우리나라에게만 상대적으로 싸게 판매할 판매처가 있을지 의문이며 설사 어느 한 시점에 싸게 도입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그 가격이 늘 변화하는 시장에서, 늘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그동안 도쿄가스, 추부가스 등이 LNG를 수입하는 과점형태였지만 LNG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최근 누구나 LNG를 수입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일본 가스시장을 개방했다. 이로써 수입한 LNG 일부를 벙커링용으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국내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문을 열어 줌으로써 최소한 법적으로는 공급자의 재고 부담을 없애주었다.

이러한 재고 부담 제거나 경감이 LNG벙커링 사업 관련한 LNG시장 개방 및 거래 자유화의 핵심이라고 심 대표는 강조했다. 일부에서 제안하는 국내 LNG시장의 거래 자유화가 아닌 LNG벙커링 시장의 자유화를 가정해 볼 때, 통상 LNG운반선 1척이 운송하는 LNG양은 6만~8만톤이다.

일본 요코하마항의 LNG벙커링 프로젝트에서 추정한 벙커링 수요는 2020년 초에 한달 약 1만톤이고 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으로 가정하면 달리 처분하지 못할 경우 점차 줄어들긴 하겠지만 공급자가 선박 1척을 가져오면 6개월 이상 재고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이 기간 중에 발생하는 저장 비용 부담과 미회수자금에 대한 이자, 기회비용 손실과 boil-off에 의한 잃어버리는 LNG도 문제지만 가격 하락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LNG 상품거래소가 개장돼 선물거래라도 가능하면 가격 변동에 대한 리스크 헤지라도 가능하나 현재 우리나라 체제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설사 LNG벙커링 시장을 개방해도 LNG벙커링 공급자 입장에서는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과 리스크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결코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어서 공급을 꺼릴 것이며 그러한 비용과 리스크를 비용화하면 한중일 3국중 우리나라가 가장 경쟁력이 없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도 없을 것이며 멋있게 깔아놓을 인프라는 관광용으로나 쓰일 것이다.”

심윤국 대표는 결국 공급자가 가져올 LNG를 자유롭게 상황에 따라 처분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주어야만 LNG벙커링 시장이 존재하고 활성화될 수 있으며 특히 한중일 3국이 경쟁하는 동북아 시장에서는 더욱 이러한 시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NG시장을 개방하라는 것은 대단히 급진적인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한 경쟁력 확보를 염두에 두고 LNG벙커링 산업을 추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내 LNG시장 개방 및 거래 자유화까지 포함하여 우리나라 LNG벙커링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한 공론의 장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가령 현 체제에서 약간의 법손질만으로 가능한 방법이라면 현재 사기업들이 자가소비용으로 도입하는 물량중 일부를 LNG벙커링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해 그들 사기업들이 쓰고 남은 물량을 공급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심윤국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LNG벙커링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봤다. 이미 미국 걸프지역과 유럽에서 LNG벙커링을 시작했고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가 LNG벙커링을 시작했으며 Ship to Ship 벙커링을 위한 LNG벙커링 선박도 신조돼 인도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세계 LNG벙커링 네트워크가 깔리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심윤국 대표는 LNG벙커링 네트워크가 전세계에 깔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여기에 맞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멋진 가게를 지어놨는데 옆집 가게가 똑같은 물건을 더 싸게 팔고 서비스도 좋다면 손님들이 우리 가게를 찾겠는가? 마찬가지로 우리가 그럴싸하게 LNG벙커링 설비를 갖춰놨는데 주변국보다 LNG가격이 비싸고 벙커링 편의성과 안전성도 갖추지 못했다면 과연 어떤 배가 기항하겠나? LNG시장 개방과 더불어 LNG벙커링 프로시저 표준화 작업도 시작해야한다.”

현재 국내 LNG추진선은 인천항만공사의 항만안내선 에코누리호가 유일한데 이를 통한 LNG벙커링을 위한 세부적이고 표준화된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LNG벙커링 표준화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안전하고 신속한 벙커링이 가능하다. 당장 올해말부터 일신해운의 5만dwt급 LNG추진 벌크선이 인도돼 운항을 시작하게 되므로 이 기회에 실제 작업을 위한 벙커링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30여년간 해운회사에서 일하면서 쌓아온 LNG와 관련된 경험을 한국해운산업과 LNG벙커링 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심윤국 대표는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LNG 산업과 LNG벙커링 산업에 접근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LNG벙커링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신기루를 보는 것 같다. 투자하면 금방 활성화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LNG벙커링 사업은 조직과 자금이 필요하고 당장은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 장기사업으로 미래 비전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에는 LNG벙커링 사업을 위한 비전을 그릴 수 있는 시장 자체가 막혀 있다는 게 문제다. LNG 시장 개방을 포함하여 모든 가능성을 찾기 위한 공론화를 하루 빨리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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