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국정과제에 ‘해양강국 건설’ 포함>

새 정부의 국정운영 로드맵이 확정이 됐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7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리 보고했던 ‘국정운영 5개년 계획(100대 국정과제)’을 이날 최종 확정하여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는 해운산업과 관련된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이라는 제목의 과제가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어 해운 관련업계가 큰 기대를 갖게 했다.

100대 과제 중 하나인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의 내용 가운데 단연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한국해양진흥공사법을 제정하고 해양진흥공사를 발족하여 해운선사를 위한 원스톱 지원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한국해운을 재건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정부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의해 이미 설립된 한국해양보증보험, 한국선박해양, 켐코선박펀드, 선박신조지원 프로그램 등을 다 합쳐서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이 공사가 국적선사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한국해운을 재건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운과 조선의 상생협력을 위해 친환경선박에 대한 기술 개발과 신조를 추진하고(1차 목표 100척),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할 경우 보조금까지 지급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수출입화물의 안정적인 운송을 위해 국가필수해운제도를 도입하여 비상시 화물운송체계를 구축하고, 물류망 확충을 위해 해양산업클러스터를 2개 지정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정부는 이 ‘해운강국 건설’이라는 과제를 제대로만 수행하면 5년 후인 2022년에는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매출액이 50조원(2016년 29조원)에 달하게 되고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이 100만teu를 달성하여 해운강국으로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2022년까지 친환경 선박 100척의 건조를 통해 해운과 조선이 상생하는 구조를 확립하고, 조선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는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해운산업 재건’의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 특히 집권하자마자 도탄에 빠져있는 한국해운산업을 어떻게든 부활시켜 보겠다는 의미에서 이번에 ‘해양강국 건설’을 재빨리 국정과제로 선정한 것이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 선정된 100대 과제는 문재인 정부가 풀어가야 할 국정과제의 큰 밑그림일 뿐, 그것을 제대로 그려나가는 일은 또 다른 차원에서 실질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원대한 목표는 정해졌으나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이나 실천 방법들은 이제부터 마련돼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정부부처간의 협조와 관민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문제만 놓고 봐도, 기존의 선박금융 관련 금융기관들을 한꺼번에 통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주관 부처가 해양수산부로 정해졌다고 해도 금융당국과의 협력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되며, 이 기관을 실제로 이용해야 하는 국적선사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이 되어 공사의 운영체계가 확정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때, 누가, 어떤 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할지 세부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들지 않으면 자칫 사상누각이 되거나 허송세월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한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정권에서 추진해 왔던 ‘해운경쟁력 강화 방안’과의 연계와 함께 구체적인 항로별, 선사별 ‘회생 대책’이 새로 수립이 돼야 한다고 본다. 정말 어이없게도 지난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선사인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내몰아 문을 닫게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에 따라 원양 컨테이너항로에는 현대상선이 유일한 국적선사가 된 셈이나, 이후에 한진해운의 일부 항로와 조직을 인수한 SM상선이 등장하여 결국은 원양항로는 2사체제가 됐다.

이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원양항로 2사 체제를 앞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명확한 방향 제시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처리가 곤란한 문제니까 뒤로 미뤄놓자고 하면 안 된다. 미리미리 선을 그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혼란은 한국해운을 또 한 번의 위기로 빠트릴 수도 있다.

아시아역내항로에 대한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당국은 국적선사들이 한국해운연합(KSP)을 결성하게 하여 아시아역내항로에서 중복노선을 구조조정하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원양항로 선사들이 아시아역내항로에서 세력을 넓혀간다는 것은 비즈니스 윤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당연히 원양항로 선사는 원양항로에서 세력을 넓혀 나가야 하고, 그런 부문에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만 한다. 이런 것을 명확히 하지 않고 “무조건 덩치를 키워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부정기선사들에 대한 정부당국의 대책도 나와 줘야 한다. 사실상 우리나라 외항 상선대의 2/3를 차지하는 것이 부정기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해운정책은 부정기선사들을 외면해 왔다. 물론 상대적으로 경영형편이 더 어려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지만, 그동안 정부당국은 부정기선부문에 대해 거의 무대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선사들이 간판을 내렸거나 법정관리, 은행관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이제라도 부정기선사들만을 위한 특별 대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과 같은 불황기가 선박도입의 적기다. 정부는 부정기선사들이 한국해운진흥공사가 설립되기 이전이라도 금융지원을 받아서 선박확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결국은 100대 국정과제를 실천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실천 방법들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오는 7월 3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국회의원 회관에서 개최하는 ‘해양수산 국정과제 이행 전략 세미나’에서 좋은 방안들이 제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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