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학교 교수,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아래 글은 제가 4년전 해기사양성기관 증원이 대세를 이루었던 2013년 6월에 적은 글입니다.

당시 저는 신중론의 입장이었습니다. 그 뒤 위 정책은 받아들여져서 한국해양대 및 목포해양대에 상당규모의 증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일견 타당한 부분도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50여척 현대상선 등의 국취부나용선의 리스백으로 10척등 제가 아는 선박만으로도 60여척의 대형상선에 우리 선원들이 타지못하게 되었습니다.

업계에서는 100척이라고 말을 합디다. 항해과 학생 100명, 기관과 학생 100명의 승선시장이 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4년전의 전제 즉, 우리 상선대가 1000척에서 장차 2000척으로 늘어난다는 전제와 다른 상황에 현재 우리가 처해있습니다.

해기사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현상(우리나라 대형상선기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이런 현상이 단기적인 현상으로 거치고 5년이내 10년 이내에 우리 선원들이 승선할 선박이 2000척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면서, 그 당시 발표하지 못했던 저의 글인데 그 시사점을 해운인들과 함께 생각하며 공유하고자 합니다(2017.7.28.).

I. 서언

최근 해운단체를 통하여 해양대학에서 양성하는 해기사를 1년 475명에서 2000명으로 확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나 기사를 여러 차례 보게 되었다. 그 근거로서 한국의 선박이 1000척에 이르고 장차 2000척에 이를 것이고 육상에서 해기사출신들의 경험이 필요한 직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가 이런 주장을 접하면서 우선 4배 이상의 증원에 멈칫하게 된다.

해기사출신이고 한 때 해기교육을 담당하던 해양대학에 근무하였던 사람으로서 한편으로는 반갑고 즐거운 기분이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몇가지 전제되는 점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된다.

첫째 의문점은 국제선원시장은 국제시장에 오픈되어있어서 선주들은 한푼이라도 선원비가 싼 국가의 선원을 승선시켜 경쟁력을 갖추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편의치적이 생겨났다. 지금도 편의치적은 상당한 숫자를 가지고있다. 우리나라 선주들은 이제 이러한 그간의 정설적인 선원수급입장을 버리게 되는가이다.

둘째 의문점은 한국 선박이 1000척이라고 할 때,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과연 모두 그 선박에 승선하는가이다. 1000척 중에는 한중일 항로에 투입되는, 해양대 졸업생들이 승선하지 않는 소형외항선박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고려되었는지? 이러한 선박에 이들이 승선하지 않는 다면 해양대학이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 이들 선박에 승선할 해기사들이 양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셋째 의문점은 선원의 승선과 연계시킨다는 개념은 선박의 소유자로서 혹은 나용선자로서 선박을 운항하는 경우를 전제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정기용선 등을 하지 않고 소유하는 개념을 더 선호하는 것이 정책인지?

넷째 의문점은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해외송출이라고 하여 외국적 선박에 많은 선원들이 나가게 되었는바, 이에 대한 수요는 어떻게 되는지?

II. 편의치적과 우리나라 선원

선박회사가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른 것은 고정비에 가까운 것이라서 선원비로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는 것이 유효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각국은 파나마등에 편의치적을 하여 임금이 싼 선원을 태우고 경비를 절약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편의치적이 50%이상을 넘는 현상이 일어났다.

우리나라는 세제혜택 및 외국선원의 승선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국제선박등록법을 만들어 실시하여 한국국적을 가진 선박이 제주도에 부가등록을 하면 일정한 수의 외국선원의 승선이 가능하게 되었고, 상당수의 외국선원이 승선하고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편의치적된 선박들이 우리나라 국적을 찾아온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이상의 선원들은 한국선원이다. 외국선원을 태울 장점은 모두 사라진 것인가?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외국선원들의 임금도 엄청올라서 우리나라 선원을 승선시키는 것과 별반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상당한 변화이고 이제 편의치적의 장점은 많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고, 이 점에서 우리나라 선박이 많아지면 선원의 수요도 정비례하여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III. 소형외항선의 경우

우리나라는 상당한 수의 소형 외항선들이 한국-중국-일본등 동남아를 항해하고있다. 이러한 선박은 전통적으로 4년제 대학을 나온 학생들이 승선하지 않아왔다. 특히, 총톤수가 6000톤 이상에 승선한 경우에만 도선사 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승선가능선박의 크기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되어있다. 이러한 선박에는 다른 교육기관을 나온 해기사들이 승선하여왔다. 오히려 이러한 소형선박은 연안항해를 많이 하고 항구입출항이 더 잦기 때문에 오히려 4년제를 나온 전문해기사들의 승선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로 기피의 대상이 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현재에도 이러한 사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기사증원확대를 고려할 때에는 이를 고려에 넣어야 한다. 즉, 일정부분에 대하여는 해양대학의 증원의 대상이 아니라 해양수산연수원의 단기과정등의 증원이나 해양고등학교의 증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해양대학의 증원을 확대하여도 소형선과 한중일등의 선박에 여전히 승선을 기피하게 되면 정책이 무용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해양대학에서 과거의 전수과나 2년제 전문대학의 과정을 고려한다면 성립이 가능한 전제조건이 된다.

IV. 1항 기사 부족의 문제

선박에 근무하는 해기사들은 병역의무를 마치는 3년이 지난 다음 육상에 진출을 많이 하게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 3년만 승선하고 내리는 것은 하책이다. 적어도 5년이상 근무하여 1항사 1기사를 마치고 가능하면 선장 기관장까지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필자의 신념과 같은 지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해기사들의 이러한 경향은 지속되어왔다.

이러한 현상은 선박회사의 1항사 1기사 기근의 문제로 연결된다. 학교를 갓 졸업한 3항사 2항사 그리고 선기장은 충분하지만 1항사 1기사가 부족하여 인력난이 지속되었었다.

지금도 이러한 경향이 지속된다면, 해기사증원을 확대하면 3항사 2항사등은 충분할지 몰라도 그 뒤에 1항사 1기사는 부족하게 될 것인데, 이에 대한 대책과 증원대책은 같이 가야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떻게 하면 해기사들이 장기승선 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하지 않을 수없다. 필자가 해양대학에 있을 때, 의무기간을 5년 혹은 7년으로 연장하고 이들 학생들에게는 재학중은 물론이고 의무기간을 마치고서도 어떤 혜택을 주자는 주장을 한 적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원자들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서 정책으로 진행되지는 못하였다.

장기승선을 위한 유인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셋트로 정책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V. 소유와 운항의 분리

선박을 이용한 영리행위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지 오래다. 진정한 해상기업은 물적 설비와 인적 설비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중에 하나만 갖추어도 충분하다. 해상기업의 영리활동은 용선과 운송이다. 해상기업은 수십척의 선박을 운항한다. 이 중에는 자기가 소유하는 선박도 있고 빌려온 선박도 있다. 선박에 대하여 소유자이거나 나용선자(선체용선자)인 경우에만 자신의 선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에 선원을 선박관리업자에게 위탁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국적선과 관련하여 선원의 수급을 말하게 될 때에는 한국기업이 선박의 소유자로서 직접운항하거나 아니면 외국적 선박을 빌려서 나용선한 경우를 포함하여야하고, 소유하고는 있지만 이를 나용선 내어준 경우는 그 나용선자가 선원을 공급하므로 제외되어야 할 성질로 생각된다.(또한 여기에 외국의 선박에 우리나라 선원을 송출하는 숫자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플러스측면이다)

반드시 많은 수의 선박을 소유하고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선박을 소유하는 것은 많은 위험이 따른다. 높은 가격에 건조한 선박은 지금같은 불황기에 소유자에게 엄청난 금융비용을 치르게 한다. 따라서 해운회사는 적절하게 소유하고 적절하게 용선을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에 맞추어서 선원수급량도 결정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의 정책이 한명이라도 더 많은 한국선원을 승선하게 하여 고용창출을 바라게 된다면, 그 만큼 선박회사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선박을 나용선주지 말고 직접운항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말하는 것이다.

VI. 해기사 육상진출의 전제

해기사의 관련육상 분야로의 진출은 모든 해기사의 열망이라고 할 수있다. 이러한 육상진출은 적절한 해기경력이 동반되어야 수월성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1990년대경부터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운업을 육성하여왔고, 해운산업이 성장하면서 해기사들의 육상진출도 활발하게 되었고, 해운회사의 임원들 중에서 해기사 출신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도 밝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비하여 얼마나 더 많은 해기사들이 육상진출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그 숫자가 늘어날 것인지는 현장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육상직에서 해기사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은 예측이 가능하다. 또 그래야만 할 당위성도 있다.

해운회사의 해무와 공무, 해양수산부 공무원, 해양경찰 진출, 용선브로커, 도선사 및 교수 등은 해기사들이 육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직종으로 잘 알려진 분야이다. 이 직종에서 인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하여 현재보다 2배이상 늘어날 수 있을까? 적어도 해양수산부 공무원, 도선사 및 교수 등은 충원의 형태일 것이기 때문에 전체로 보아 숫자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해상보험업, 선박금융업, 그리고 해외진출이다. 해상보험업과 선박금융업은 일정한 해기경험이 필요하고 해운인맥의 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해당 업계에서 해기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싱가폴에 진출해있는 해기사들이 약 250명에 이른다. 미국에도 상당수이다. 이들은 대게 선박관련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진취적인 기상을 갖는 해기사들이 상당수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는 선박관리회사 제도가 활성화된다면 육상관리직으로서 해기사들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기존의 해기사들이 진출하였던 육상직종에서 해기사들이 후퇴하는 직종도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한다. 해운회사의 보험법무쪽에는 많은 해기사들이 진출하였었지만, 최근에는 그 숫자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들 자리는 로스쿨 출신 해기사들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러한 육상해기사진출 자리도 적어도 1등항해사/1등기관사 경험이 있을 때라야만 해기사들은 육상에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단기간 육상근무를 하다가 다시 해상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해기사들의 육상진출을 말할 때에는 일시적인 육상진출이 아니라 정년퇴직까지 갈 수 있는 육상진출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하여는 장기승선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하선한 다음에도 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테면 법과대학이나 경영대학에서 법학이나 경영학을 더 공부하여 해기경험과 법학/경영학/공학의 두가지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해양대학의 정원의 증원의 근거로서 육상진출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든다면, 제대로 육상에서 자리를 잡는 그런 해기사의 생애주기적인 교육제도가 필요한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물론 그간 정부와 업계에서 해기사의 육상진출을 돕기 위한 좋은 제도들이 마련되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육상진출해기사가 필요하므로, 업계와 정부가 지금보다 4배의 정원을 요구한다면, 육상진출을 위한 더 광범위한 지원과 제도의 실시를 바라는 것이다.

VII. 결어

해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나라 해운의 성장에는 해기사들이 기여한 바 크다. 이 점은 이번 바다의 날에 훈장을 받으신 분들이 모두 해기사출신인 점을 보아도 그렇다. 정부에서도 이점을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는 무역입국을 하여야하는 나라이고 부존자원이 적다는 점에서 해운만큼 좋은 산업도 없다. 해기교육의 전통도 있고 풍부한 인적자원도 있기 때문에 해기교육이 더욱 발전하여 세계를 호령하도록 되어야 한다. 수십년간 묶여있는 해양대학의 증원을 늘려서 늘어나는 수요에 부응하고 또 새로운 수요를 찾아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철저한 분석과 기초를 닦아 줄 것을 업계와 정부당국에 부탁드리고자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i) 한국국적의 소형상선의 경우에 해양대학 졸업생이 승선을 하지 않는 경우는 다양한 시각에서 수요를 창출하여야 한다는 점 (ii) 의무기간이 지나면 하선하는 해기사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항사 1기사가 부족한 점은 여전할 것이니 장기승선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점 (iii) 해기사의 육상진출은 지속적이고 장기적 근무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하선시 재교 육등 생애주기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iv) 업계는 더 이상 편의치적이나 외국선원을 선호하지 않는 점, 용선보다는 소유하면서 우리 선원을 승선시켜야 한다는 점에 대한 실태와 이론적 근거를 함께 제시하면서 증원을 요구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여 본다. (20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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