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기술도입 제한 법안 마련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법안이 오히려 전세계 미국기업들의 석유·가스 프로젝트에 경제적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미국 석유산업계로부터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2014년부터 시행된 대러시아 제재 강화 및 개정을 위해 6월 법안을 마련했고 7월 하원에서 가결됐다. 이는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의 이유로 마련된 것이다.

미국은 이미 2014년부터 러시아 석유 및 가스생산 증대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 도입을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 흑해, 북극 해역 내 심해 시추 장비와 시베리아지역 내 셰일자원 개발을 위한 수압파쇄 장비 수출 등을 금지시켰다.

또한 개정·강화된 법안으로 미국은 일자리 창출과 러시아 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전세계 심해, 북극, 셰일 프로젝트에 필요한 장비·서비스·기술제공 등 투자를 금지하려 한다.

당초 개정된 법안의 주요 목적은 일자리 창출과 미국의 에너지자원 수출에 우선순위를 두기 위한 외교 정책 강화로 명시된 바 있으나 법안 개정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예기치 못한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석유산업계는 대러 제재 법안은 범위가 광범위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러시아 외 국가에서의 석유·가스 생산 활동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장비·서비스협회(US Petroleum Equipment & Services Association)의 Leslie Beyer 회장은, Kevin McCarthy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신규 제재 법안이 세계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활동을 방해하며 미국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의 석유기업 엑슨모빌(ExxonMobil), 쉐브론(Chevron) 등은 미 정부의 대러 제재 조치에 대해 입장을 반대하고 러시아 측 파트너들과 함께 추진했던 제3국의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 중단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대러 제재 법안이 미국 기업의 활동이 중단될 수 있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아제르바이잔 Shah-Deniz 2단계 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러시아 민간석유기업 루코일(Lukoil)이 10% 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미국 파트너가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기업들의 장비 및 서비스가 막대한 규모로 공급되고 있다.

또한 카자흐스탄 텡기즈(Tengiz) 유전개발 확충사업에 쉐브론, 엑슨모빌을 포함한 국제 컨소시엄이 37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추진하고 있다. 이 컨소시엄에는 러시아 루코일이 지분을 보유 하고 있어 신규 대러 제재가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미국의 대러 제재에 대해 EU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EU 집행위원회의 Jean-Claude Juncker 위원장은 EU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미국의 일방적 조치 행위에 즉각 대응조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측은 현재 러시아 가즈프롬(Gazprom)과 유럽의 5개 메이저기업이 함께 추진 중인 Nord Stream-2 가스관 프로젝트를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이 자국생산 LNG의 대 유럽 수출을 위한 경제적 이익 및 불공정한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법안이 개정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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