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고려대 법대 교수)

▲ 김인현 교수
2013년 콤파스 클럽 모임에서 김종길 선배님으로부터 수필집 ‘저녁노을 바라보며(2013, 연인M&B 출간)’를 선물로 받았다. 차일 피일하다가 이번 휴가중에 읽어보게 되었다. 

책에는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70대의 작가가 쓴 글이다 보니 아무래도 인생을 반추하는 내용이 많다. 해양수산분야의 공무원을 30년 이상 행한 경험이 여러편의 수필의 소재가 되었다. 1950년대 해운공사의 “여수호”의 타륜을 소장하게 된 이야기, 수교가 되지 않았을 당시인 1993년 러시아 방문에서 느낀 애국심의 표출, 공무원 파견 공부를 나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의 추억 등을 담고 있다. 또한 해양산악회 등 퇴직 후 작가의 해양수산분야에 대한 여전한 열정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많다.
 
우리 사회를 이루는 구성 단위의 가장 기초가 되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추억도 책의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친척이 두고 간 폭탄이 터져서 팔을 잃게 된 “팔없는 할머니”의 기막힌 사연, 팔없는 시어머니를 모시는 작가의 어머님, 그리고 그 어머님의 작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전쟁에 나갔다가 행방불명이 된 삼촌의 이야기, 조상들의 묘소를 하나로 통합하여 이장하려하자 단지 등기가 되어있다는 이유로 선산의 권리를 주장하는 장조카며느리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 사연, 이런 내용은 해방과 6.25를 전후하여 태어나 산업화를 함께한 장년층 누구에게나 집안에서 경험할 법한 일이라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다.
 
수필의 마지막에는 출가한 아들이 아버지를 존경하고 인정한다는 편지내용을 소개한다. 이것은 작가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요소로서 가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며느리와 손녀 다슬이와도 어떻게 대화하고 소통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정과 가족의 가치와 통합이 무너져가는 오늘날 작가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할아버지로서 소통하려는 모습은 우리들에게 좋은 지침이 된다. 

김종길 작가는 수필의 소재가 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 사건이나 사실에 교훈적인 의미를 담아 한편의 수필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현란한 문장이나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지만, 호흡이 짧은 문장을 사용하면서 독자들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글 솜씨가 뛰어나다. 이러한 작가의 글솜씨는 “영예로운 해운인(2010)”등 다수의 책을 펴내면서 독자들의 입장에 서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작가는 “저녁노을 바라보며”를 해양수필이라고 이름을 달았다. 해양과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수필이나 산문집을 통하여 작가의 살아온 인생에 대한 진솔한 삶의 고백을 듣게 된다. 그 삶의 고백은 직업상의 직무수행과정에서 일어난 경험을 소재로 하기도 한다. 해양분야에서 일하던 분들의 수필이나 산문을 통하여 우리는 해양수산 분야의 역사를 알게 되고, 당시 상황의 처리에 대한 교훈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해양수필이 많아지면 질수록 해양문화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고 해양산업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수필집이 문학으로서의 가치는 물론이지만 이러한 기능도 있다는 것을 김종길 작가의 “저녁노을 바라보며”를 통하여 느끼게 되었다. (2017.8.7.)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