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스자코니, IHS마킷 저널오브커머스(JOC) 주필

▲ 마크 스자코니
지난 2016년 8월 31일 일어난 한진해운의 몰락은 컨테이너 해운업이 과연 안정세로 들어설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여파로 차질이 빚어졌음에도 과연 해운업 시장의 안정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세계 6대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이 지속 불가능하게 책정된 화물운송비에 경고음을 울리긴 했지만, 경각심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부 해운사가 한진이 소화하던 물량을 흡수하고, 전반적인 수요 증가를 만끽한 후 시장의 반등을 지나치게 자신한다면 말이다.

IHS Markit에 따르면, 올해 선적능력은 기존 주문이 연기 및 취소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해운업은 신규 슬롯(slot)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맞이한 상태다. 국제 컨테이너 물동량은 올 상반기 6.7% 증가했으며, 프랑스 해운 조사기관 알파라이너(Alphaline)는 올해 연간 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해운시황 분석기관 드류어리(Drewry)는 지난 6년간 내리 손실을 냈던 해운업이 마침내 올해 성장세로 돌아서 연간 수익 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해운사들의 전망은 현재보다 매우 안 좋은 상태였다. 드류어리에 따르면, 한진 이외의 선사들이 2016년 기록한 전체 손실액만 50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두 국적선사 중 현대상선의 손만 들어준 데에는 국부펀드와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내는 해운사에 더 이상 투자하기를 꺼린 것이 한몫했다. 이로 인한 여파로 CMA CGM은 APL을 인수하고, Hapag-Lloyd는 United Arab Shipping을, Cosco Shipping은 OOCL를 인수하게 되었다. 이렇게 글로벌 선사들이 인수합병에 나서자 국제 해운선사의 수는 2014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 동서기간 항로의 16개 선사가 현재 9개로 줄어들었으며 일본 선사 셋이 Ocean Network Express로 합병되면, 그 수는 다시 7개로 줄어들 예정이다.

한진해운 몰락의 속도와 심각성은 해운동맹의 위험을 그대로 드러냈다. 많은 화주가 한진과 직접 거래하지 않았음에도 선박이 압류돼 화물이 묶이는 등 물류대란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가장 놀랐던 점은 매우 많은 컨테이너의 선하증권이 한진의 선박에 묶여 있었다는 점"이라고 어느 다국적 화주 관계자가 IHS Markit의 해운전문지인 JOC.com에 밝혔다. 한진해운이 속해 있던 CKYHE 얼라이언스의 소속 해운사들이 한진해운 사태로 가장 타격을 크게 받았지만, 발이 묶인 54만여 컨테이너 중 일부는 한진과 슬롯 공유를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위기에 빠진 다른 선사의 컨테이너였다.

또한, 한진 사태는 화주들이 단순 손익을 떠나 선사의 재정 건전성을 따져 묻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열 개가 채 안 되는 컨테이너가 압류되었지만 매우 중요한 장비가 포함되어 있었던, 제한적이나마 영향을 받았던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한 무역회사 관계자는 한진 사태 이후 해운사의 재정상태를 면밀히 검토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은 해운사와 협상할 때, 그들의 재정 건전성을 면밀하게 살피고, 재정상태가 나쁘면 계약이나 예약을 하지 않는다"고 이 회사의 물류담당 매니저가 말했다.

화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자 THE Alliance는 소속 해운사가 파산할 경우 압류된 물류를 풀기 위해 비상대책기금을 마련하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기금의 범위를 공개하지 않아 구제 조치에 충분한지, 화물 하역 시 컨테이너가 압류되지 않을 만큼 충분한 금액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진 사태는 채권자들에게도 경고를 보냈다. 재정 압박이 심한 해운사의 고삐를 너무 심하게 당겼을 때 따르는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연료 공급업체부터 컨테이너 임대업체까지, 모든 채권자가 회수할 평균 금액은 105억 달러의 채무액 중 2%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진해운의 변호인이 지난 8월 4일 미국 뉴저지 파산법원에서 밝힌 바 있다. 대만과 한국 정부는 국적선사인 양밍해운(Yang Ming)과 현대상선의 회복을 위해 나서는 등 각국 정부들도 현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선사들이 한진해운 사태를 교훈 삼아, 늘어나는 물동량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선적능력 관리의 필요성을 마음 깊이 새겼는지는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 지난 8월 16일 머스크라인 CEO 쇠렌 스코우(Soren Skou)가 밝혔듯, 2분기 수요 증가로 국제 선적능력이 4% 증가했다는 소식은 선사들에게는 분명 고무적인 소식이다.

발주 잔량을 보면, 지금까지는 선적능력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신규 주문량이 없다는 전제하에, 적재량은 2018년 7% 증가, 2019년 1.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휴물동량(idled capacity)은 물동량이 상반기에 6.7% 상승한 것에 비해 매우 소폭 상승했다. IHS Markit에 따르면, 7월까지 폐선 작업은 전년 동기대비 22% 증가했다.

중국의 두 조선소가 프랑스 대형선사 CMA CGM으로부터 22,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 수주 의향서를 받았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화주 및 업계 분석가들은 선사들이 완전히 회복세에 들어선 것인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CMA CGM은 "시장의 소문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JOC.com에 밝히며 건조 주문에 관해 확인해주지 않았다.

조선소들이 낮은 가격대를 제안한 터라 컨테이너선 건조 주문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머스크의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 중 스코우 CEO는 밝혔다. 그러나 신규 건조에 대한 기업효용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로서는 컨테이너선을 주문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3~5년 전만 하더라도 연료 경제(fuel economics)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대형 컨테이너선을 주문했지만, 현재 가격으로는 그 효과마저도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한때 한진이 소화했던 4500만 TEU 물동량을 다른 선사들이 흡수하고, 전반적인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다툼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고 씨인텔리전스 컨설팅(SeaIntelligence Consulting)의 파트너 라스 옌슨(Lars Jensen)은 밝혔다.

"2017년 글로벌 선사들은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전리품을 나눠 먹는 데 만족했다"며 2년간 아시아-유럽 항로 물동량 중 23%에 달하는 물동량이 풀리면서 선사들이 요율 인하의 유혹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개의 선사만 움직여도 시장은 바로 교란되기 마련"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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