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일 크루즈 협의체 만들어 본격적인 협력 필요"

▲ 17일 개최된 '환동해 크루즈관광 발전 컨퍼런스'에서 국내외 크루즈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초 몰아닥친 사드사태로 한중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해왔던 아시아 크루즈 시장에 대한 위기의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시아 크루즈 시장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해왔던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인 코스타크루즈와 로얄캐러비안이 내년에도 사드사태에 따른 불확성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내년 동북아시장에 투입할 크루즈선대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금한령으로 중국 단체여행객의 한국 방문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에서 중국-한국-일본을 연결하는 크루즈 상품으로 재미를 봤던 코스타나 로얄캐러비안으로서는 아시아 시장 선대 축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여진다. 한국 기항지를 빼 버리고 중국-일본을 연결하는 크루즈 상품을 구성하려면 하루 전일항해를 반드시 넣어야하기 때문에 모객도 어렵고 수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드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 큰 상황에서 동북아 크루즈 시장의 미래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인가? 사드사태가 본격화되고 한중일 크루즈가 중단된 지난 6개월 동안 새로운 동북아 크루즈 시장을 찾기 위한 노력들이 본격화됐다. 그동안 동북아 크루즈 시장은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었지만 사드사태와 같은 정치적인 리스크를 해소하고 항로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시장을 찾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됐고 그렇게 해서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한국-일본-러시아를 연결하는 환동해 크루즈다.

지난 17일 JW메리어트 동대문 호텔에서 사드사태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환동해 크루즈 시장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날 컨퍼런스는 한국관광공사와 강원도 해양관광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로얄캐러비안의 니콜라오스 안탈리스(Nikolaos Antalis) 중국‧동북아지부 부사장, 다이아몬드 크루즈의 헬렌 리유(Helen Liu) 사장, 프린세스 크루즈의 세이치카와(Sae Ichikawa) 아시아 항만 운영부분 총책임자, 블라디보스톡 크루즈 터미널의 발레리 나고르니(Valeryi Nagornyi) 사장, 일본 교토부 아츠시 사카이(Atsushi Saki) 항만국장, 일본 이시카와현 쿠보 미츠오(Kubo Mitsuo) 항만활용추진실 차장, 롯데관광개발 백현 사장 등 세계 크루즈선사 대표와 한러일 크루즈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한러일을 연결하는 새로운 크루즈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3국간 협력을 통해 협력을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일본 서안의 가나자와항의 크루즈 인프라에 대해 발표한 이시카와현 쿠보 미츠오 차장은 한러일 3국간 항만 협력으로 새로운 크루즈 시장을 개발하면 세계 크루즈의 성지와 같은 제2의 지중해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츠오 차장은 한러일간 3단계 크루즈 회랑(corridor)을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첫 번째 크루즈 회랑은 속초항과 가나자와항을 연결하는 크루즈항로로 양국 모두 고속철도로 수도권과 3시간 이내로 연결돼 수도권 여행객들의 모객이 용이해져 최대 6천만명의 크루즈 수요가 기대되고 있다.

두 번째 크루즈 회랑은 가나자와항과 블라디보스톡항은 연결하는 항로로 최대 4천만명, 세 번째 크루즈 회랑은 속초항과 블라디보스톡항을 연결하는 항로로 최대 3천만명의 크루즈 시장을 갖게 된다. 즉 한러일 환동해권 크루즈를 개발할 경우 1억 3천만명의 새로운 크루즈 시장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미츠오 차장은 또한 환동해 3국 크루즈 항로를 개발하고 향후 사드사태 해소로 기존의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크루즈가 다시 활성화되면 한국을 중심으로 서해와 동해를 양날개로 하는 나비모양의 크루즈 시장이 형성돼 지중해나 카리브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크루즈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대학교 이경모 교수는 “사드사태이후 아시아 크루즈시장의 다변화 필요성이 대두됐고 관광공사, 강원도, 문화부, 해수부 등 관계기관들이 대책을 추진해 환동해권 크루즈 시장 발전전략을 내놨다. 미츠오 차장이 지적했듯이 한국을 중심으로 한중일과 한러일 크루즈시장이 성장하게 되면 아시아 크루즈 시장이 충분히 제2의 카리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황진회 박사도 “환동해 크루즈 시장의 발전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크루즈 시장이 발전하려면 크루즈선사들을 유치해야하고 한러일간 상이한 크루즈 관련 법제도를 표준화, 간소화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3개국이 참여하는 환동해 크루즈 발전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인천항만공사 김영국 팀장은 “환동해권 크루즈시장이 성장하면 세계적인 크루즈시장인 지중해의 축소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크루즈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바운드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되고 아웃바운드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한다. 우리가 최근 사드 등 정치적인 이슈로 어려워진 것은 중국 인바운드에 너무 집중했기 때문이다. 아웃바운드 크루즈 여행객들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아웃바운드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을 선사들에게 보여주고 제안해 그들의 기항을 유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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