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해양금융종합센터 이동해 센터장

▲ 해양금융종합센터 이동해 센터장
선후순위금융 팩키지로 지원하는 획기적 상품
1호 펀드 12월 중 완료, 2호 펀드도 협의 중
“지금이 저점 투자적기, 국적선사 적극지원”

2015년 12월 30일 개최된 제24차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국적선사의 선박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12억 달러 규모의 민관 선박펀드인 신조 지원 프로그램이 확정‧발표됐다. 고가의 메가 컨테이너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국적원양선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었다.

이 신조 지원 프로그램이 발표 후 거의 2년만에 첫 번째 펀드가 성사될 전망이다. 신조 지원 프로그램 1호 펀드는 이미 알려진 대로 현대상선이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VLCC 5척이다. 1호 펀드는 11월중으로 텀시트 작성, 12월 중으로 각 기관들의 투자심의 승인 및 약정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어렵사리 신조 지원 프로그램 1호 펀드가 나왔지만 해운업계의 시각이 그렇게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왜 1호 펀드가 나오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왜 당초 계획대로 메가 컨테이너선이 아니라 VLCC일까? 왜 해운선사가 아니라 조선소를 지원하는가? 라는 등 시장의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해양금융종합센터 이동해 센터장은 최근 해운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신조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 의문사항들에 대해 해명하고 1호 펀드가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속도감 있게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해 여러 국적선사들이 선대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제2기 해양금융종합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동해 센터장(한국산업은행 해양산업금융본부장)은 신조 지원 프로그램이 실제로 작동하기 까지 많은 문제들이 도출됐지만 올해로 4년째를 맞은 해양금융종합센터의 협업 시스템이 작동되면서 국적선사들을 지원할 수 있는 최적의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신조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달라.
=신조 지원 프로그램은 국적선사들이 대형‧고효율 선박을 신조해 선대 경쟁력을 제고시키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2015년 12월에 내놓은 선박펀드다. 당초 12억 달러 규모였으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해운업에 대한 추가 지원 필요성이 대두돼 24억 달러로 확대됐고 지원 대상도 당초 1만 3천teu급 메가 컨테이너선에서 벌크선, 탱커 등 모든 선종으로 확대됐다.

이 프로그램은 선순위 대출 60%는 무역보험공사가 보증(95%)하고 후순위 40%는 산업은행(14.8%)과 수출입은행(10%), 캠코(4.2%), 산은캐피탈(1%), 선사(10%) 등이 참여하는 선박펀드로 구성된다. 기존의 선박펀드들이 후순위만 지원해왔지만 이 프로그램은 선순위 보증까지 지원하는 신조 특화 종합금융으로서 지금까지 국내외를 통틀어 찾아 볼 수 없는 획기적인 선박금융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저선가로 선박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기임에도 국내외 상업은행들이 해운업을 리스크한 업종으로 분류해 선박금융을 거의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국적선사들이 선순위 금융을 모집하지 못해 선박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무보가 선순위 보증을 해주고 우리가 직접 선순위 금융기관까지 매칭 시켜주기 때문에 선사들은 걱정없이 신속하게 선박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1호 펀드 선순위금융에는 국내외 유수의 상업은행들이 참여할 계획이다.

-정부 발표이후 1호 펀드가 나오기 까지 무려 2년이나 걸렸다.
=해운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신조 지원 프로그램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현대상선도 얼라이언스 가입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등 해운구조조정 진행으로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운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본격적으로 신조프로그램 실행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 올해 6월이다. 1호 펀드를 구성하면서 참여기관들간 다양한 이견들을 보였고 이를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고 세부 펀드 운영방식 등을 조율하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럼에도 국적선사들을 지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신조 지원 프로그램이 구체화될 수 있었던 것은 올해로 4년째를 맞은 해양금융종합센터의 협업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해양금융종합센터라는 테두리안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협업해 왔던 경험들이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구체화시키면서 나타났던 많은 문제들을 풀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호 펀드가 메가 컨테이너선이 아닌 VLCC를 지원하게 된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난해 10월 신조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되면서 메가 컨테이너선뿐만 아니라 벌크선이나 탱커 등 모든 선종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1호 펀드가 당초 프로그램 취지대로 메가 컨테이너선 신조를 지원하면 좋겠지만 현대상선을 비롯한 국적선사의 여건상 메가 컨테이너선의 수요처가 제한적이어서 실제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조 지원 프로그램은 국적선사가 저가로 대형‧고효율 선박을 확보해 선대를 확충, 향후 해운시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선주와 조선소의 상생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메가 컨테이너선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선종을 확대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상선이 경영 안전성과 지속성을 높여 종합물류회사로 발전하기 위해 선종과 선박, 화물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현대상선이 발주한 VLCC는 IMO 환경규제에 부합하는 고효율‧저원가 선박으로서 현대상선이 종합물류해운회사로 성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호 펀드가 VLCC 신조를 지원하지만 앞으로 메가 컨테이너선 신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국적선사들이 메가 컨테이너선 신조를 요청해온다면 충분히 검토해서 지원할 것이며 이를 위한 예산도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

-장기계약 없이 VLCC를 발주한 것은 투기이자 조선소 지원용이라는 지적이 있다.
=신조 지원 프로그램은 현재 가동되는 선박금융 프로그램중 국적선사와 우리조선소의 상생을 유도하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호 펀드가 단순히 조선소만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은 동의하기 어렵다.

앞서 지적했듯이 국적선사는 영업안정성 측면에서 운송계약이 확보되거나 낮은 원가의 선박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상선이 발주한 VLCC 5척이 장기계약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VLCC 5척중 3척은 이미 장기계약 확보를 진행 중이고, 나머지 2척도 인수전까지 장기계약을 확보하도록 계약상 의무조항으로 반영해 안정적인 영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상선도 기존 VLCC 영업조직을 활용할 수 있어 충분히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정 선사만 지원하는, 사실상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 신조 지원 프로그램은 모든 국적선사와 국내 조선소에 열려 있는 프로그램이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프로그램은 낮은 선가로 대형‧고효율 선박을 신조해 국적선사의 경쟁력의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설립 취지다.

따라서 낮은 선가에 선박을 신조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업 계획을 갖고 있는 국적선사라면 누구나 선종과 조선소에 관계없이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재무안정성, 즉 부채비율이 400%가 남는 선사라도 프로그램 취지에 부합하는 영업 계획을 갖고 있다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호 펀드인 현대상선의 VLCC가 그렇고 현재 협의중인 2호 펀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1호 펀드를 통해 구체적인 프로그램 운용방식이 짜여졌기 때문에 2호 펀드부터는 속도감 있게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미 2호 펀드로 최근 국적선사가 브라질의 철광석 메이저인 발레(Vale)와 체결한 철광석 장기운송계약에 투입할 32만 5천dwt급 VLOC 3척 신조를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2호 펀드도 조만간 텀시트 완료 등 빠르게 추진이 될 것이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우량 국적선사들을 대상으로 신조 발주 수요를 조사한 결과, 24개 선사들이 2018년말까지 58척, 24억 1700만 달러 규모의 선박 신조 발주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는 바로 지금이 저가로 경쟁력있는 선박을 신조 발주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보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국적선대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

따라서 좋은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 보다 많은 국적선사들이 신조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조속히 받을 수 있도록 국적선사들에게 서면이나 설명회 등을 통해 신조 지원 프로그램 추진계획을 전달할 계획이다.

▲ 신조 지원 프로그램 1호 펀드 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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