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의 대비는…>

우리는 지금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아주 급격하게, 대규모적으로 변화하고 있기에 이를 바라보는 일반인들로서는 깜짝깜짝 놀랄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연전연패한 사건은 그 시작의 조그만 단초에 불과했다.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증권회사의 주식 시세판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놀라운 현상들을 자주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의 물결은 어느 새 우리 직장은 물론, 우리의 안방까지도 파고들어 우리들을 압박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빅데이터, 자율운행 자동차, 3D프린팅, 드론 등등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모든 첨단 기술과 그와 연관된 주체들이 연결되고 융합하여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낸다고 하니 우리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리벙벙해 하고 있을지라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도하게 우리의 실생활을 파고 들고 있다. 우리가 아무런 대비를 못하고 있을지라도 그 물결의 흐름은 도도하게 이어지고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해운항만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급격하게 다가오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보다 무인 자동운항선박이 먼저 실용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을 가장 먼저 실용화 시킬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해운산업 분야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선진국들은 오늘도 해운 및 항만 분야에서 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해운관련 온라인 플랫폼을 이미 200개 이상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고, 상해항에서는 모든 신기술들을 집대성한 ‘항운인터넷산업기지’도 구축을 마쳤다고 한다. 일본은 일본재흥전략에 따라 2025년까지 250척의 선박에 인공지능 자동운항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한다. 머스크라인이 대서양 구간에서 해운공급망내에 거래체결이나 관리, 추적 등과 관련하여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적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IoT 기술이나 드론 등을 이용한 선박의 안전 진단, 유지 보수 등의 기술 개발은 유럽과 일본 등에서 이미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는 이러한 선진국들과 달리 너무나 뒤떨어지고 후진적인 것이 현실이다. 최근 민간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대응은 정부나 민간 양 부문에서 모두 한참 뒤처져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 선진국인 독일, 중국, 에스토니아, 미국 등이 정부의 로드맵대로 착실하게 변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대응태세가 너무나 안 되어 있는 현실이다.

정부부터 대응태세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하면, 산업구조의 변화로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제도의 개혁 등에는 그저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어쩌면 이는 결국 4차 산업혁명은 민간에서 일어나는 산업혁명이므로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부에 몸담고 있는 공직자들이 지금까지 유지되던 관행이나 제도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한다.

민간에서도 말만 앞서있지, 새로운 조류에 발맞추어 실제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등을 위해 함께 노력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그 흔한 민간기구 하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실상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민간에서는 그저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앞에서 끌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독일의 경우는 거의 민간 주도로 4차 산업혁명에 해당하는 ‘인더스트리 4.0’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들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해운항만 분야에서 민간의 대응은 사실 더욱 열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4차 산업혁명이 어떤 것인지, 이 산업혁명의 불길이 해운항만 산업분야에서 어떻게 번져 나갈지,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도 “무인 선박의 등장은 결국 선원 수의 급감을 야기하고 결국 선원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가능한 4차 산업혁명의 불길이 빨리 번지지 않도록 늦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일부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무인 자동운항선박 등은 그 실현이 늦춰질 것이라며 애써 자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도도하게 닥쳐오고 있고, 싫든 좋든 우리는 그 물결 속으로 이미 빠져들고 있다. 그렇다면 차일피일 대비를 미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로 시급히 대응태세를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우선 정부당국이 발 벗고 앞장서야만 한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수산 분야의 공공 빅테이터를 민간에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을 2020년까지 150억원을 들여 구축하기로 했다. 그나마 없는 것 보다야 낫지만, 너무나 작은 예산이기에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빅데이터 활용뿐만 아니라, 무인 자동운항선박 등의 연구와 활용, 선박과 항만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한 신기술 개발 등을 모두 묶어 4차 산업혁명의 큰 틀이 구축돼야 하고 그를 기초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정부와 민간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육성이다. ‘IT강국 코리아’라는 말은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맞지만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전혀 틀린 말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북한에도 뒤떨어졌다는 평가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 양성에 범정부적인 힘을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

해운항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이 절대 부족한 현실이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더욱 소프트웨어 인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므로, 업계와 학계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해운 항만 분야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많이 등장하여 많은 우수 인력들이 이 분야를 살찌우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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