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해봉 배순태 특별상 / 임기택 IMO 사무총장


50여개국 관계자들 만나 공감대 형성 노력
'IMO규제’ 논의 초기부터 의제를 선점해야

故해봉(海峰) 배순태 회장은 생전에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의 당선을 누구보다도 기뻐하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이유는 ‘세계 해양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높은 자리에 동향(同鄕) 사람에다가 후배 해기사인 해운계 인사가 앉게 되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런 것을 생각해 보면 ‘해운산업의 발전에 뭔가 도움되는 일을 지원하고 후원하라’는 故배순태 회장의 높은 뜻을 받들어 제정된 해봉 배순태 특별상 제1회 수상자에 국제 해사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크게 드높이고 있는 IMO 임기택 사무총장이 선정된 것은 어쩌면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12월 1일, 영국 현지로 전화를 걸어 수상 소식을 전하고 수상자 인터뷰 얘기를 했을 때 임기택 사무총장은 바쁜 와중에도 질문 내용을 하나하나 챙기며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일부 시간을 요하는 답변들은 나중에 별도로 이메일을 통해 그 내용을 보내왔다.

기자는 먼저 임기택 총장에게 올해의 인물상 가운데 해봉 배순태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 소감을 물어봤다. 임총장은 “고배순태 회장님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세계일주 항해를 한 선장, 그리고 정부공인 제1호 도선사로서 해운의 초석을 놓으신 분으로 평소에 존경해 왔는데, 이렇게 배회장님의 성함이 들어간 상을 받게 되니 더욱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임기택 총장이 사무총장으로서 공식업무를 시작한 것은 2016년 1월 1일부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사무총장로서 활동한지 2년정도가 된 것이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어 그동안 임총장이 역점을 두어 추진한 사업은 무엇이고,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에 대해서 물어봤다.

“IMO는 1948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해양안전과 해양환경보호를 위해 50여개의 국제협약과 2000여개의 관련 규정을 만들었고, 이것들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개정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부임한 이후에 이런 국제적인 규약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해기사와 선원들의 권익 향상 문제, 협약을 효율적으로 이행하는 문제 등도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고, 이를 위해 회원국의 동반성장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 급격하게 변화되는 디지털 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IMO가 관련통계나 데이터를 구축하여 관련 산업계가 보다 민첩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고, 정확한 해운 트렌드 분석을 통해 국제무역을 촉진시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해운 분야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초기 전략을 수립하고, 이네비게이션이나 자율운항선박과 같이 새롭게 부각되는 분야의 기술기준을 만드는 한편, 선박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효과적인 규정을 만들고 이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정말 바쁘게 보낸 2년이었습니다.”

임기택 총장은 부임 후 지금까지 50여개 회원국을 방문하여 해운분야의 지도자들을 만나 면담을 했으며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IMO의 역할이 단순히 해양안전과 해양환경 보호라는 차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발전에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한다. 특히 한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려면 해사관련 산업인 해운, 항만, 조선 등 연관 산업계간의 의사소통과 협업체계 구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기택 총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문답식으로 요약 정리한 것이다.

-총장님께서는 취임 직전 인터뷰에서 "동서 화합을 이끈 최초의 사무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실 계획인가요?

=앞에서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저는 부임 이후에 회원국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해 왔습니다. 가능한 많은 회원국 관계자들과 의견교환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리 할 것입니다. 모든 바다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IMO의 목표인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진국, 개도국할 것 없이 공통된 하나의 과제를 가지고 협력하여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때문에 서방선진국과 산업개발국간의 상호 이해증진과 상호 협력은 중요하기만 합니다.

최근 IMO차원에서 개도국에 5개의 지역협력센터(MTCC;Maritime Training and Cooperation Center)를 설립한 것은 큰 성과이며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긴밀한 협력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개도국의 협약 이행을 위한 선진국의 지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개도국간에도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제가 부임한 이후 서방선진국과 개도국간 이해의 폭이 대폭 확대되고 있는 점에 대해 총장으로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IMO가 개정한 새로운 규칙이나 규제 내용 가운데 우리나라 해사산업계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면밀히 대응할 것들은 무엇인가요?

=최근 독일 본에서 개최된 ‘COP 23’에서도 파리협약 이행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이를 위한 국가간의 협력문제를 논의한 바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저황연료유 도입 문제 등 친환경 해운을 위한 IMO 규제들의 이행이 본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산업계도 이에 발맞춰 IMO규제에 대비해 나가는 것은 물론 친환경 해운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선박뿐만 아니라 항만 등 연안과 연계한 지역에서 정보통신의 종합체라고 할 수 있는 이네비게이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가는 ‘자율운항선박’ 등은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운항의 패러다임을 대폭 변화시킬 수 있는 사안입니다. 해운, 조선산업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이므로 적극적인 대비를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점점 크게 부각되고 있는 사이버 보안문제도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 생각할 것은 IMO규제나 그와 관련한 신기술 개발 등에 대해 국제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초기부터 우리가 의제를 선점하여 우리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한편, 국제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선박평형수협약에 대해 주도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국제적인 환경보호 활동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해운산업은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 이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선사들이 안정성을 강화하고 친환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어 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적선사들이 닥쳐오는 미래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말씀해 주세요.

=대한민국 해운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전세계 해운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입니다. 최근의 해운산업은 금융, 해운, 신기술, 환경 등 다방면에 걸친 종합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한 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전세계 해운산업의 트렌드를 읽고 정부, 금융계, 해운계가 서로 협력하여 장기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한편, 급변하는 해운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체질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세계 해운계가 세기적인 전환기를 맞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외환위기를 극복해냈던 대한민국의 위기 반전 역량을 감안해 보면 우리 해운산업은 향후 100년을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확립할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공공 및 민간 분야, 그리고 관련 연구기관들의 통합적인 협업이 한층 요구되고 있다고 봅니다.

-끝으로 사무총장님께서는 앞으로 어떤 분야에 역점을 두고 IMO 조직을 이끌고 가실지 말씀해 주세요.

=IMO는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급격한 해운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신기술 개발 등 변화의 조류를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박사고로부터 얻은 선박의 감항성, 해운회사의 안전경영 문제, 선원의 사기 앙양 문제, 교통 환경의 개선 문제 등을 IMO 규정에 반영하여 보다 안전한 해운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각 회원국들이 IMO협약을 국내법에 잘 반영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도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IMO는 협약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일뿐만 아니라 회원국의 협약 이행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도국의 협약 이행을 위해 다양한 기술협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프로세스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IMO는 지식기반조직으로 거듭 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무총장을 배출한 우리 정부와 해운업계가 앞으로 IMO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은 IMO활동을 지원을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가진 대표적인 국가중 하나입니다. 해운업, 조선산업, 무역, 경제규모, 해기사 등 해양한역의 창조적 역동성, 해사관련 연구기관의 역량, 부산에 소재하는 집약적 해양혁신단지 등은 가히 독보적인 지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선박안전운항시스템 강화, 에너지효율성 제고, 해양환경의 보호, 선박신기술 도입 등 IMO가 추진하는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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