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 ‘허베이스피리트호 오염사고 방제. 그리고 10년’

“‘태안의 기적’에는 신의 가호가 있었다”

해양오염방제 최고 전문가가 쓴 태안사고 방제 증언록

▲ 이봉길 前 해양경찰청 해양오염방제국장

지난 2017년 12월 7일이 바로 태안의 만리포 해수욕장 앞에 허베이스피리트호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사고가 발생한지 만 10년이 되어 이제는 태안반도의 생태계는 거의 완벽하게 사고 이전으로 복원되었고, 어민들의 보상 문제도 극히 일부만 민사소송 등이 남아있을 뿐 거의 다 해결된 상태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부당국은 허베이스프리트 사건 10주년에 대해 홍보를 하거나 세미나 등을 통해 우리가 반성해야 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짚어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지나갔다. 정부당국도 이러하니 일반 국민들로서야 10주년이 됐다는 사실 자체를 알 길이 더욱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처럼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현장에서 오염방제를 총 지휘했던 당시의 ‘방제사령관’이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의 수습과정을 세세히 기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오염사고 방제, 그리고 10년’이라는 책을 내놓아 까맣게 잊고 지내고 있던 우리들을 일깨우고 훈계하고 있다.

이 책은 공무원으로서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건 처리를 포함하여 해상오염 방제업무에만 30년간 일하다가 퇴직한 우리나라 해양오염방제 최고 전문가 이봉길씨(사고 당시 해양경찰청 해양오염방제국장)가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의 방제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한 전문서적이다. 이 책에서 이봉길 前해양오염방제국장은 “오염이 발생한 현장이 10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복원되었는지 점검해 보고, 사고 당시의 해양오염상태와 현장의 방제전략과 방제기법을 기술하고, 당시에 제기되었던 문제점을 분석해 보는 한편, ‘태안의 기적’을 낳게 한 자원봉사자들의 역할과 그 외의 성공요인을 분석했다”고 썼다.

저자인 이봉길 前국장은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건 방제가 ‘태안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은 정말로 신의 가호를 받은 행운이 따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조건이 방제가 잘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두루 갖추게 됐다는 얘기다. 우선 먼저 태안반도가 리아시스식 해안이라 밀려온 기름띠를 그대로 품고 유출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수월하게 방제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침 사고발생 초기에 바람의 방향도 해안쪽으로 북서풍이 불어 기름이 넓은 바다로 재유출이 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리고 이후에 해저에 가라앉아 있던 ‘타르’가 계속되는 강풍으로 해면으로 떠올라와서 그에 대한 방제가 또한 수월했다. 더구나 발생시기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사고현장에는 정치인들의 방문이 이어져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이것이 123만명의 자원봉사자가 그야말로 구름떼처럼 몰려와서 태안의 기적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국민적인 역량이 한군데로 결집이 됐던 것이 방제 성공의 큰 원동력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봉길 前 국장은 이러한 성공적인 방제작업 이면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해난방제에만 30여년씩 매달려온 진정한 전문가들이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양경찰청에 해양오염관리관실이 생기고 방제업무에 전념해온지 30년이 되었고, 그 조직이 탄생된 초기부터 외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을 포함 여러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당시에도 이들 전문가들은 헬기를 타고 현장에 접근하여 사고 선박에 직접 뛰어내려 파공부위에 응급조치를 하는 등 목숨을 건 방제활동을 했다고 한다. 이 前 국장은 이런 경험있는 사람들의 귀한 경험을 국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양오염 방제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공무원이나 대학의 환경관련 학과 학생들, 환경단체 관계자 등은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도서출판 동화기술(031-955-4211/6) 총 347페이지, 정가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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