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현 연구원 "책임 전가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국내 조선업계는 상선분야에서 독보적인 기본설계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해양플랜트 분야는 설계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해양플랜트 계약서를 연구해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나금융투자 박무현 연구원은 13일 조선업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해양산업은 설계도의 오류와 설계 변경의 책임을 조선소에 전가시켰다”며 “이와 같은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계약서 연구를 통해 독소조항을 발견하고 거부하는 실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90년대 초반에는 한국 조선업이 일본 조선소에 기술자문을 하는 시절이었다. 당시 한국 조선업계는 선박건조 경험이 축적되지 않아 설계를 달리하는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그에 따른 여러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 설계자들은 설계변경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선주들의 여러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당시 일본은 기본설계 능력을 읽고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이미 90년대에 한국의 선박 기본설계 실력은 일본을 추월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상선 분야에서는 한국 조선업이 세계 선박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나 해양플랜트 기본설계 능력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양플랜트 설계는 오일컴퍼니와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설계로, 상선과 달리 참고할 기술표준이 없는 분야이다. 따라서 해양산업이 독자 설계를 개발하더라도 이미 작성된 설계의 근본을 바꿀 수 없었던 한국 업체들은 대규모 EPC(설계, 조달, 시공) 계약의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는 박 연구원의 지적이다.

그는 “해양플랜트 투자의 방향은 계약서에 대한 연구가 주된 방향이 돼야 한다. 계약서에 대한 연구는 당장의 손실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독소조항을 찾아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