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십리를 같이 가자면 이 십리 길을 못 갈망정
그와 십리만이라도 기꺼이 동행할 수 있다면

겉옷을 달라하면 속옷까지 벗어주지 못 할망정
그에게 겉옷만이라도 즐거이 입혀줄 수 있다면

오른 뺨을 때리면 왼 뺨을 대어주지 못할망정
그에게 빙긋이 웃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렇게 사는 것이 신앙인인데
알면서도 그렇게 못하는 게 내가 속물이라서 일까

내 잔이 넘치도록 은총을 받았으면 절반은 돌려주어야 하는데도
그걸 움켜지고 바동대는 어리석은 내 모습이 밉광스럽다

이 또한 지나가면
모든 것 버려두고 허공으로 사라질 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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