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해운 재건위한 마지막 골든타임”

▲ 왼쪽부터 이철원 국장, 이환구 부사장, 정갑선 부사장, 엄기두 국장, 김영무 부회장, 조병호 사장, 김인현 교수
벌크선 회복세 지속‧컨테이너선 수급악화 우려
해운업 재건대책 본격 추진, 정책 집중화 필요

2017년 한해는 한진해운 파산사태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한국해운산업이 반등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한해였다. 다행히 벌크선 시황과 컨테이너선 시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적선사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해양진흥공사 설립, 한국해운연합 출범, 폐선보조금 등 한국해운 재건을 위한 대책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2018년 무술년 한해는 벌크선 시장은 계속해서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컨테이너선 시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해운시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한국해운은 무엇을 준비해야하는 가?

한국해운신문이 구랍 19일 2018년 새해를 앞두고 해운시황 전망과 한국해운의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개최한 ‘2018 신년 특집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2018년이 한국해운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8년은 한국해운이 재건되느냐 아니면 다시 망가지느냐를 결정짓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해운이 마지막 골든타임에서 재건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정부와 선주협회, 해운업계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 꼭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 내고 이를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특히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한국해운이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이므로 조금 미뤄두더라도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SOx와 같은 환경규제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저유황유가 필요한데 정부와 해운업계, 국내 정유업계가 협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저유황유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조속히 개발하는 등 한국 해운업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시급한 과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아직 공론화되지 않고 있지만 선원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선원 노동문제 등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해운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018 신년특집좌담회 개요>
-일 시 : 2017년 12월 19일(화) 오후 4시 30분
-장 소: 한국프레스센터 (한국언론재단) 20층 무궁화실
-참석자 : (성명 가나다순)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
김인현 고려대학교 교수
엄기두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이환구 흥아해운 부사장
정갑선 팬오션 부사장
조병호 화이브오션 사장
-사 회 : 한국해운신문 이철원 편집국장

<2017년 해운산업 회고>

◆ 사회 : 한국해운업계를 대표하시는 여러 전문가분들을 모시고 한국해운신문 신년 특집 좌담회를 개최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기탄없는 논의를 통해 한국해운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다잡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좌담회는 2017년 한해를 회고해 보고 2018년을 전망해 본 후에 한국해운업계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현안문제들을 다뤄보고 마지막으로 정부와 업계에 바라는 사항들을 이야기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해운신문이 선정한 10대 뉴스를 통해 간단히 2017년 한해를 회고해보면 먼저 새 정부가 들어서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한국해운 재건 방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습니다. 두 번째는 한국해운연합(KSP) 결성, 세 번째는 SM상선의 북미원양항로 개시, 네 번째는 원양항로 시황 회복세, 다섯 번째는 해운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 여섯 번째는 3대 얼라이언스 체제 출범, 일곱 번째는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사고, 여덟 번째는 사드사태, 한중항로 직격탄, 아홉 번째는 선원노조연맹 합병계약 체결, 열 번째는 해사법원 설립논의 본격화입니다.

10대 뉴스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기억할만한 중요사건이나 특별히 해운업계가 반성할 것들이 있는지 돌아가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님부터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7년 한국해운 재건 준비한 기간

▲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
◆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이하 김영무 부회장) : 2017년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우리나라 물류네트워크가 외국선사에 기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해였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무역대국으로 수출입 규모 1조 달러, 물동량 15억톤, 컨테이너 화물 1600만teu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우리 화물을 국적원양선사에 제대로 싣지 못한 그런 한해였습니다.

일본, 중국, 유럽 등 외국 선사들은 M&A를 통해 규모를 키워나갔지만 우리는 원양선사가 무너지고 인트라아시아 선사는 정체됐습니다. 어떤 학자가 인트라아시아 선사들을 M&A 무풍지대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만 M&A를 통해 규모를 늘려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었음에도 그러하질 못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7년은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KSP를 결성하고 선사간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한 한해였습니다.

2017년의 가장 큰 이슈는 정부의 해운산업 재건 대책 추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6년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그해 10월 박근혜 정부가 해운산업경쟁력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그 대책은 우리해운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대책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채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조기 대선국면이 진행되면서 선주협회는 우리해운업계가 원하는 대책을 만들어 대선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각당대선캠프와 접촉했습니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우리가 더불어 민주당측에 전달했던 대책들이 80~90% 정도 수용돼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대책이 바로 해양진흥공사 설립입니다. 오늘 좌담회에 참석해주신 해양수산부 엄기두 국장님께서 사력을 다해 추진해 주신 결과, 해양진흥공사가 2018년 7월 1일 발족을 앞두게 됐습니다.

이외에도 2017년 폐선보조금이라든가 KSP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이 추진됐는데 2017년은 정책들을 준비하는 시기였고 2018년부터는 이들 대책들이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 대책들이 시행된다면 우리 해운산업이 본격적인 재건의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 : 김영무 부회장님께서 해운업계가 바라본 2017년 한해를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이번에는 팬오션 정갑선 부사장님께서 2017년 한해를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발레 27척 장기계약, 한국해운 최대 규모

◆ 팬오션 정갑선 부사장(이하 정갑선 부사장) : 10대 뉴스 1위부터 3위까지가 컨테이너 정기선과 관련 이슈인 것 같습니다. 이는 아마도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이후 우리나라 정기선해운이 무너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벌크선 부문에서 2017년 가장 큰 이슈를 뽑아보라고 한다면, 저희 회사도 관련된 브라질의 철광석 메이저인 발레와 27척의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이번 계약은 우리나라 해운이 시작된 이래 아마도 가장 큰 계약일 것입니다. 그런데 정기선 해운에 밀려 크게 이슈화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해운업하면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실제로 정기선사보다 드라이 벌크선사들이 훨씬 많습니다.

2017년은 드라이 벌크선사들에게 드디어 BP(Break-even Point ; 손익분기점)를 통과하게 됐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한해였습니다. 한국 선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이 벌크 선사들이 2017년 BP를 통과할 만큼 해운시황이 좋아졌다는 것이 벌크선 분야의 첫 번째 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전세계 수천개나 되는 벌크선사들의 상당수가 망하거나 구조조정을 밟으면서 화주들에게 눌려 있었지만 이제 조금 어깨를 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기간의 불황을 벗어나 수익적인 측면에서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아주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회 : 정갑선 부사장님께서 드라이 벌크선사들이 체감한 2017년을 정리해주셨습니다. 이번에는 흥아해운 이환구 부사장님께서 정기선 분야 회고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흥아해운 이환구 부사장(이하 이환구 부사장) : 컨테이너 정기선 분야의 2017년을 회고해보면 전반적인 흐름은 어려웠지만 물동량 부분에서는 예년과 비슷한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동남아항로는 2016년 선복 확대에 따른 수익이 악화됨에 따라 2017년 초부터 국적선사를 중심으로 운임 안정화를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3개 항로는 상반기까지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다만 현대상선, SM상선 등 국적원양선사들이 아시아 역내 항로를 확대하고 인트라 선사들도 신규서비스를 잇따라 개설하면서 운임임상 효과가 절감됐습니다. 하반기에는 유가 상승과 원화 강세가 동반되면서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만 선사간 협력을 통해 운임인상 시도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한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동남아항로 수출 물동량은 전년대비 4.8% 증가한 140만teu, 수입 물동량은 13% 증가한 136만teu로, 총 9% 증가한 276만teu입니다. 국적선사 적취율은 70% 정도를 유지해 국적근해선사들의 선전이 계속된 한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항로는 사드의 영향으로 예년 물동량 증가를 시현하지 못했습니다. 사드가 중국향 수출에 큰 걸림돌이 돼 초반기에 고생했지만 하반기 들어 케미컬 제품 수출 증가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수출물량은 112만teu로 전년대비 2% 감소했고 수입물동량은 5% 증가한 180만teu를 기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출입 합계는 292만teu로 전년대비 2.3% 증가했습니다.

국적선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항로는 수출화물이 약간 증가했고 수입화물은 엔화 약세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중에서 국적선사들이 동남아, 중국, 일본을 연결하는 소위 자사 T/S 화물량이 꾸준히 증가해 전년대비 8% 증가한 85만teu를 기록했습니다. 한일간 로컬 화물은 73만teu, 원양선사 피더화물은 33만teu, 근해선사 자사환적은 85만teu로 전체 물동량은 전년대비 4% 증가한 191만teu입니다.

근해항로는 한중일 모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물동량 증가세를 시현했고 국적선사들도 나름대로 선전하면서 예전의 적취율을 유지한 한해였습니다.

◆ 사회 : 이환구 부사장님께서 근해 정기선 시장을 개략적으로 정리해주셨는데 컨테이너 물동량은 많이 증가했지만 그만큼 선복량이 증가하면서 운임 회복이 제대로 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화이브오션 조병호 사장님께서 2017년 한해를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서 정갑선부사장님께서 벌크선 시장을 정리해 주셨는데 추가로 보충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금융지원 부족으로 선박 확보 타이밍 놓쳐

◆ 화이브오션 조병호 사장(이하 조병호 사장) : 2017년은 사실 2016년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저시황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16년 상반기 BDI가 최저점을 보일때부터 여러 국적선사에서 선박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음에도 선박 금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않아 충분히 선박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실례로 저희는 2016년 5월에 선령 15년된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을 550만 달러에 계약하고 금융기관을 찾아다녔지만 단 한곳도 선박금융을 해주지 않아 결국 선박을 인수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선령 15년짜리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거래가격이 1200만~1400만 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벌크선 가격이 50% 이상 올랐다고 하는데 저희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선가는 그 이상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2016년 말에 캠코의 도움을 받아 국내 모선사가 해외에 매각하려던 Cape size 선박을 팬오션과 우리가 각각 1척씩 매입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뛰는 국적선사들이 저시황이라고 판단해 선박을 확보해야 된다고 생각할 때 금융을 지원받아 선박을 확보해야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안되면서 해운 시황 회복기에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 한해를 보면 그동안 너무 장기간 저시황이 지속되면서 제대로 선박 투자도 못하고 인력 투자도 못해 정작 시황이 상당부분 개선됐음에도 시황을 제한적으로 향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차근차근 준비해서 선박 과 인력을 확보해 나간다면 2018년에는 보다 좋은 시황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 : 이번에는 해양수산부 엄기두 국장님께서 정부측 시각에서 바라본 2017년 한해를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7년 한국해운 재도약 위한 준비

▲ 엄기두 해수부 해운물류국장
◆ 해양수산부 엄기두 해운물류국장(이하 엄기두 국장) : 계속 반복돼 왔고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음에도 간과했던 것이 결국은 시황입니다. 시황이 문제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선사와 정부 모두 시황에 대응하는 준비와 노력들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2017년은 어떻게 보면 시황이 조금 나아지면서 정부와 선사들이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벌어준 한해였고, 그래서 참 다행스러운 한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시황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선복량이 최대 관건입니다. 물동량 증가는 전세계 GDP 성장률과 연계돼 있으므로 선복량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시황이 결정됩니다. 결국 시황을 결정짓는 것은 해운선사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선복량을 조절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전세계 선사들은 자율 의지로 선복량을 조절해 나갔습니다. 정기선은 M&A와 3대 얼라이언스 체제를 형성했고 벌크선은 환경규제와 연계해 노후선들을 퇴출시켰습니다. 선사입장에서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당장 선대를 대체해야 하므로 당장 비용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선복량 조절로 운임이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2017년은 이처럼 선사들이 자연스럽게 선복량을 조절해 나가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해였습니다. 또한 국내외 해운산업 모두 2018년 이후 새롭게 진행되는 지형에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다진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2017년 한국해운산업이 제대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국적선사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이것저것 하는 것 같긴 한데 실제로 도움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KSP, 국가필수해운제도도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선사들에게 직접 와 닿는 정책이 집행된 것은 없었습니다. 변명 같지만 2017년은 여러 가지 시장상황을 고려한 준비기였다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부터는 실질적으로 국적선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이 시행될 것입니다. 그러한 정책들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가 2017년말 대부분 끝나기 때문에 2018년은 국적선사들이 가시적인 혜택과 정책 성과들을 누릴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될 것입니다.

2018년은 한국해운산업 재건 원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양진흥공사가 2018년 7월초에 출범할 예정이지만 당장 2~3월부터 본격적인 선박 발주가 시작될 것입니다.

◆ 사회 : 엄기두 국장님께서 2017년 한해동안 제대로 시행된 정책은 없었지만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준비기였다고 이해달라는 솔직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동안 우리 해운당국이 엄기두 국장님처럼 솔직한 말씀을 해주신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해운업계가 엄기두 국장님께 더욱 더 기대를 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8년에는 정말 좋은 성과를 내주시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고려대학교 김인현 교수님께서 2017년 한해를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 고려대학교 김인현 교수(이하 김인현 교수) : 제가 해상법계를 대표해서 오늘 좌담회에 나왔으니 해상법과 관련돼 2017년 한해동안 문제가 됐던 한진해운 사태,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건, 해사법원 설치 문제 등 3가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한진해운 사태로 해운업과 해상법이 같이 가야 하는 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2016년에 절감했고 2017년은 앞으로 해운업과 해상법이 같이 가도록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 한해였습니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관리인이 용선계약을 미이행 쌍무계약이라고 해서 해지하고 남은 기간의 용선료는 회생채권으로 분류해 채무가 1/10~1/20, 많게는 1/100까지 줄어들게 됩니다. 한진해운과 정부, 업계가 이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회생절차를 진행했다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정시성이 깨졌다는 것입니다. 컨테이너 정기선화물이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사태가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해법학회 주도로 마지막 항차의 하역비를 보전해주는 기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는데 실제로 얼라이언스중 한곳이 이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은 법률적인 관점에서 우선 나용선등록제도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켰고 선원의 구조와 보상문제에 대해 극한의 대립이 지속되면서 선주와 선원단체간 대립을 중재할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된 사건이었습니다.

세 번째 해사법원 설치 문제는 90% 이상 해외에서 처리되는 해사사건을 국내에서 처리해보자는 취지로 이미 10여년 전부터 그 필요성이 대두돼 왔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에 선주협회, 해법학회, 고려대학교 해상법 연구센터가 해사법정 활성화 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 본격적인 운동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2016년 2월에 해사전담재판부가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 고등법원, 부산에도 설치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2017년 해사법원 설치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부산과 인천이 경쟁적으로 해사법원 설치를 주장하고 나섰고 해법학회는 서울에 본원을 두고 부산과 광주에 지원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된 4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데 아직까지 법사위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해사법원, 해사중재와 관련해 어느 지역에 둘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해사사건을 국내에서 많이 처리할 수 있는 여건 형성이 중요하며 이와 같은 관점에서 설립문제를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 : 2017년 한해를 정리 해봤는데 엄기두 국장 말씀처럼 2017년은 한국해운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고 시황도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조금이나마 희망적인 생각을 갖게 한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러면 2018년 무술년 새해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 우선 해운시황을 먼저 전망해보고 업계 전반에 대한 전망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 해운시황과 업계의 전망>

중국 철강생산 급증, 케이프 시황 회복

▲ 팬오션 정갑선 부사장
◆ 정갑선 부사장 : 2018년 해운시황을 예측해보기 전에 2017년 해운시황이 왜 이렇게 상승하게 됐는지 먼저 정리해보겠습니다. 제 방식대로 5가지 키워드를 잡아봤는데 첫 번째는 세계 경제가 좋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세계 철광석 물동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철강 생산을 늘리면서 굉장히 탄력을 받았습니다. 중국은 2017년 철강생산을 전년보다 4400만톤이나 늘렸습니다. 이것은 그만큼 원료를 많이 수입해왔다는 것으로 바로 케이프 시황하고 연결이 됩니다.

공급측면에서 케이프는 2017년 상반기에 36척이 순증했고 하반기에는 불과 5척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수요가 급증했는데 공급이 크게 늘지 않았으니 시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고 여기에 불을 지를 수 있는 몇가지 요소들이 포함되면서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게 된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기상 이변입니다. 전세계 철광석 물동량이 연간 14억톤인데 그중 호주 2개 항만에서 8억 5천만톤을 수출합니다. 즉 하루에 호주 1개 항만당 선박 7척 정도가 철광석을 싣고 출항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잘 운영됐지만 공교롭게 2017년 하반기에 기상 이변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양하항인 중국 항만에서 태풍과 농무로 체선이 발생하면서 호주 항만에서 선적 날짜를 맞추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2017년 하반기 벌크선 시장에 불을 지르는 폭발성을 갖게 한 가장 큰 원인입니다.

세 번째는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이 늘어난 것입니다. 케이프 시황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브라질-중국 항로입니다. 서호주에서 중국까지 항해시간은 35일이지만 브라질에서 중국까지는 90일이 소요됩니다. 톤마일이 좋은 브라질이 철광석 수출을 늘렸다는 것은 그만큼 시황이 좋아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2017년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은 전년대비 무려 2천만톤이나 확대됐습니다.

네 번째는 우리나라가 2017년에 스팟 물량을 대량으로 내놓은 것입니다. 2017년 포스코, 현대제철, 한전 발전사 등이 스팟 입찰 물량을 약 150개나 내놨습니다. 그중 11월에만 23개를 내놨는데 이게 4분기에 시황을 상승시키는 데 아주 굉장한 역할을 해줬습니다. 스팟 입찰이 나오면 해당 수역에 나와 있는 선박들을 국적선사들이 접촉하면서 결과적으로 운임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해준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가 석탄 생산을 늘리면서 한국과 일본으로 수출을 확대한 것입니다. 이것이 대서양 수역의 벌크 시황을 올리는 데 상당히 일조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그동안 화주들이 지배해왔던 벌크선 시장의 주도권이 선주들에게 넘어오게 됐습니다. 그동안 BHP, 리오틴토, FMG 등 주요 화주들에게 줄을 섰던 선주들이 운임이 적당치 않다고 버티고 COA 체결도 미루면서 점점 마켓이 활성화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5가지 요인들이 전체적으로 케이프 시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2017년 케이프 5TC 평균 용선료는 일일 1만 5천 달러로 2016년 7300달러 보다 무려 105%나 증가했습니다. 케이프가 상승하기 시작하니 바로 밑의 파나막스 용선료도 2016년 5500달러에서 9700달러로 76% 올랐습니다. 두 선형이 상승하면서 BDI는 전년대비 71% 상승했고 벌크선사들이 2017년 하반기 들어 대부분 BP 수준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긍정적인 시황을 맞게 됐습니다.

◆ 사회 : 오늘(12월 19일) BDI가 1547p인데 이정도 수준에서도 선사들이 BP를 맞출 수 있습니까?

2018년 벌크시황, 해체 확대 여부 관건

◆ 정갑선 부사장 : 통상 전세계적으로 A급이라고 평가되는 선사들은 BDI 1200p정도면 BP를 맞춥니다. 불행히 국적선사들은 BDI 1300p 정도는 돼야 BP를 맞출 수 있습니다. 케이프 운임이 3만 달러를 넘어섰으니 당연히 BP를 맞출 수 있습니다. 국적선사들이 갖고 있는 원가 구조를 보면 케이프의 경우 1만 5천에서 2만 달러 정도면 충분히 BP를 맞출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2017년 벌크선 마켓을 보면 물동량은 4.4% 증가했고 선복량은 3% 정도 늘어났습니다. 선복량에 비해 물동량이 1.4% 정도 더 늘어났기 때문에 그 만큼 시황을 향유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2018년 시황을 보면 세계적인 리서치기관들은 대체로 물동량 증가율은 2.8%, 선대증가율은 2.2%로 수요가 공급을 아주 조금 앞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BDI로 보면 2017년은 1150p였는데 2018년은 1200~1300p 정도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해운시황은 결국 리딩하는 선형이 있게 마련인데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케이프가 리딩 선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2018년 케이프 마켓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첫 번째 중국의 철광석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2017년에 아무도 중국이 철강 생산량을 추가로 4400만톤 늘릴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이 없었는데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리서치 기관들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보고 있지만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책과 철강생산이 매칭되기 때문에 2018년 중국의 철강생산이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전세계가 기상이변에 직면하고 있고 2018년 중국이든, 호주든 기상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기상이변이 발생해 선복 스케쥴에 문제가 생기면 케이프 마켓에는 무조건 긍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이 팩터는 2017년에도 유효했고 2018년에도 유효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2018년 시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팩터 중 하나가 바로 환경규제입니다. BWTS나 SOx 등과 같은 환경규제는 이미 선주들을 옥쥐고 있습니다. BWTS만 봐도 ‘과연 시행될 수 있겠어’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실제로 이미 시행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미국도 라인을 긋고 BWTS를 장착하지 않은 선박들의 기항을 막으려고 하기 때문에 장착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도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한일간 피더 컨테이너선들에 BWTS를 설치했습니다.

2018년에 드라이도킹을 해야하는 선박중 선령 20년된 선박들은 BWTS를 설치하고 5년 더 쓸거냐, 여기에 2020년 발효 예정인 SOx에 대응하기 위해 스크러버까지 장착할 것이냐, 아니면 폐선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합니다. 케이프의 경우 BWTS와 스크러버를 정착하려면 대략 600만 달러 이상 소요됩니다. 수리비도 문제지만 수리기간이 40일 정도 걸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저희도 결국 이런 문제 때문에 2017년에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2척을 해체했습니다.

이러한 환경규제에도 불구하게 선박을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려고 한다면 해운업계 전체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시황을 회복시키려면 책임있는 선주들이 조금씩이라도 선박을 해체해 줘야합니다. 리서치 기관들은 2017년 1570만톤이었던 해체량을 2018년에는 약 1천만톤 정도로 낮춰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환경규제와 책임 선주들의 해체 노력으로 최소한 2017년 이상으로 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리딩 선형인 케이프 마켓이 굉장히 소수에 의해서 지배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시황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케이프 마켓은 10개 미만의 메이저 선주들과 오퍼레이터들이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화주들도 메이저 몇 개사가 좌지우지하는데 2018년 케이프 마켓은 화주보다 선주가 이끄는 마켓으로 갈 가능성이 70%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결국 케이프 마켓이 어이없이 무너지거나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선주들이 한번 바닥을 맛봤기 때문에 여기서 아주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2018년 벌크시황이 리서치기관들이 전반적으로 전망하는 BDI 1200보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제는 선주들이 열심히 선박을 해체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 사회 : 정갑선 부사장님께서 2018년 벌크선 시황을 조금 희망적으로 보셨는데 조병호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벌크 시황 순항, 2018년 평균 BDI 1300~1400p 전망

▲ 조병호 화이브오션 사장
◆ 조병호 사장 : 저도 조금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7년 중국이 철강 생산을 전년대비 4400만톤이나 확대했다고 말씀하신 것은 수치상으로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다만 중국이 환경문제 때문에 내수로 일부 충당하던 철광석을 전반적으로 해외에서 구매를 많이 하고 있다는 점과 발레, BHP,리오틴토, FMG 등 세계 메이저 철광석 회사들이 생산 캐퍼를 확대하는 등 쌍방간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케이프가 급등하게 됐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최근 한달 동안 기상악화로 중국 양자강이나 보하이만쪽에서 선박들이 묶이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케이프가 떨어질 듯하다가 다시 상승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연말을 맞아 케이프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굉장히 안좋아졌습니다.

지금 마켓보다 저가에 성약되는 것들도 보면 스위스마린, CCL, Golden Ocean, CTM, Starbulk, Bocimar 등 대형선사들이 결성한 케이프 풀에서 이뤄지는 것들입니다. 대형 선사들이 먼저 분위기 나빠지는 것을 감지하고 화물 확보를 서두른 것입니다.

제가 2018년 케이프 마켓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앞서 말씀 드렸듯이 중국이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품위가 낮은 자국산 철광석이나 석탄보다는 고품위 제품 수입을 확대할 것이라는 점과 메이저 수출업자들이 생산 캐퍼를 늘려놨기 때문에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요인들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2018년 BDI를 평균 1300~1400p 정도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원가가 높은 선박들은 어느 정도 정리됐고 리파이낸싱 되면서 원가가 굉장히 낮아져 BDI 평균 1200p 이상만 되도 어지간한 선사들은 B/E 를 맞추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걱정스러운 부분은 중국 내수시장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최근 중국에 출장 가서 한국업체들이나 외국업체들로부터 대단히 어렵다는 하소연을 많이 들었습니다. 중국 내부적으로 굉장히 안좋은 상태라고 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중국정부가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중국 내수시장이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이상 징후만 없다면 2018년 벌크 시황은 비교적 순항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 : 2008년 금융위기 발생이후 해운신문이 개최했던 신년좌담회에서 여러 번 ‘새해 시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밝은 전망들이 나왔었습니다. 사실 다 아시는 얘기지만 그렇게 밝은 전망을 내놓았던 것은 해운업계에 도움이 되기 위한 정략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정갑선 부사장님과 조병호 사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정략적인 측면 보다 실질적인 측면에서 2018년 시황을 대단히 희망적으로 보고 계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벌크선에서는 이렇게 희망적인 전망들이 나오는 데 과연 컨테이너 정기선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메가 컨선 발주 재개, 공급과잉 우려

◆ 이환구 부사장 : 2017년 전세계 수출입물동량이 처음으로 2억teu를 돌파했고 선복량도 2070만teu로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통상 선복량 대비 화물을 10배 정도로 수급 균형을 맞춰 왔는데 향후 이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인도 예정된 1만4천teu급 이상 메가 컨테이너선이 90척에 달하고 2020년 이후 인도조건으로 1만 8천~2만 2천teu급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컨테이너선 시장은 수급 균형을 맞추기가 대단히 어려워 질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메가 컨테이너선의 대규모 발주에 따라 캐스케이딩이 진행돼 원양항로뿐만 아니라 인트라아시아항로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수요 측면에서도 향후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습니다. 벌크선 마켓은 중국 특수 때문에 향후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만 컨테이너선 마켓은 반대로 중국의 성장 감소세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와 수출입 물동량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의 뒤를 이을 신흥 마켓이 떠오르지 않고 있는 점도 수요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입니다.

인트라아시아 마켓을 살펴보면, 사실 전세계 물동량 2억teu중 16%에 해당되는 3150만teu가 인트라아시아 자체 물량일 정도로 인트라아시아 시장은 작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양항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아시아-북미항로 물동량은 13% 정도인 2650만teu, 아시아-유럽항로는 11.5%인 2300만teu 정도입니다.

인트라아시아 물량이 원양항로 물량을 넘어서는 것으로 저희들은 인트라아시아 시장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트라아시아 마켓은 PIL, 완하이 등 해외선사들이 선도하고 있지만 국적선사들도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적선사들이 KSP를 통한 항로합리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2018년에는 인트라아시아 운임이 보다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트라아시아의 위험요인이라고 하면 2018년 4월에 출범할 예정인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 3개 선사가 통합해 출범하는 ONE은 수치상으로 3이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2.2~2.3 정도 밖에 안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ONE이 살아나려면 결국 0.7 이상의 마켓을 새로 개발해야 하는데 가장 가능성이 큰 곳이 인트라아시아일 것입니다. ONE의 입장에서 보면 인트라아시아가 가장 쉽게 확장할 수 있는 시장이어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인트라아시아 확장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ONE과 더불어 차이나COSCO를 중심으로 한 중화권 선사들도 위협요인입니다. 사실상 차이나COSCO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PIL, 완하이라인 등이 인트라아시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진 않지만 2016~2017년처럼 시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려서는 안될 정도로 시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KSP를 통해 국적선사간 협력체계를 마련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 : 컨테이너선 시장은 벌크선 시장보다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원양항로는 메가 컨테이너선이 많이 늘어나면서 상당히 어렵고 캐스케이딩되면서 근해항로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돼 밝은 전망을 할 수 없지만 KSP를 통해 협력이 잘되면 운임 안정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이환구 부사장님께서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이번에는 선주협회 김영무 부회장님과 해수부 엄기두 국장님께서 협회와 정부측에서 2018년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계획들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국적선사 대형화·통합화 조속히 추진해야

◆ 김영무 부회장 : 먼저 컨테이너 해운이 나아가야할 방향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4대 얼라이언스가 2017년부터 3대 얼라이언스 체제로 개편됐는데 앞으로는 머스크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계 1개 선사, COSCO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계 1개 선사, 일본계 1개 선사 등 지역적인 통합이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세계 컨테이너 해운이 통합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제는 통합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각각의 오너십을 고집해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2개의 원양선사가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트라아시아 선사들도 통합된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대만의 완하이, 싱가포르의 PIL, 머스크의 MCC 뿐만 아니라 곧 인트라아시아 시장에 진입할 것이 예상되는 일본계 선사, 중국계 선사와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 14개 선사들이 수출입컨화물을 대상으로 더 이상 출혈경쟁을 벌여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협의체 활동을 넘어 KSP 단계로 발전됐지만 더 나아가 단일판매회사, 단일운영회사로 발전해 가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도 있듯이 국적원양선사가 최대한 빨리 100만teu 이상의 선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신조 발주를 검토하고 있지만 신조만으로는 조기에 100만teu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M&A도 추진해야합니다.

벌크선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 일본 다음으로 자원을 많이 수송하는 나라이고 다른 나라 자원도 많이 수송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 1천만톤 이상의 선대를 가진 선사가 3~4개 정도는 나와 줘야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벌크부문에서 여러 가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습니다.

2018년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분야에서 대형화, 통합화가 추진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 50척 이상 선박 확보 지원

◆ 엄기두 국장 : 2017년은 해운산업 전반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잡는 것이 목표였고 2018년은 그 정책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해운시황은 해운기업 하나가 만들 수 없고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해 대응할 수도 없습니다. 해운시황은 시장의 여러 가지 변수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해운시황 변동성에 대응하려면 3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선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두 번째 화물은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세 번째 개별선사들의 경영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입니다. 이 3가지를 해결하는 것이 한국 해운산업을 재건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3가지만 확보된다면 시황에 관계없이 국적선사들이 살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선박 확보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경쟁선사들에 비해 더 나은 비용 구조로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포커스가 맞춰지게 될 것입니다. 2018년에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포함해 50척 이상의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개별 선사들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선사들이 현재 조달하는 선박금융보다 최소 15% 이상, 최대 40%까지 비용이 절감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소한 국적선사들이 해외선사들보다 선박을 확보하는 조건이 나빠서 경쟁에 밀리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 선사나 다 지원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해운업계에 꼭 필요한 선사, 수출입화물을 운송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선사를 적절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선발하고 그 기준에 맞을 경우 선박 확보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할 방침입니다.

두 번째는 화물 확보입니다. 국내외로 나눠서 보면 해외의 경우 오늘 중국의 철광석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철광석 운송계약을 따내려면 해외선사들과 입찰 경쟁을 벌여야합니다. 결국 국적선사들이 해외 철광석 운송계약을 많이 확보하려면 선박 확보 비용 등 비용구조를 낮게 가져가야만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낮은 비용으로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해외선사들과 경쟁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물량을 확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 작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 국내 화물의 국적선 적취율을 보면 컨테이너선과 탱커는 약 30%정도, 드라이 벌크선은 조금 높은 75%입니다. 해수부는 2018년을 국적선 적취율 높이기 원년으로 삼고 적취율 목표를 컨테이너선은 40%, 탱커는 50%, 드라이 벌크선은 82%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자원통상부와 ‘국적선 적취율 제고 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국적선 적취율 제고를 위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산자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해수부는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협의체 대표는 양부처 차관님이 되시고 실무협의는 양부처 실무국장, 선주‧조선‧화주 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선주협회가 국적선 적취율 대상 화종을 5개에서 7개 정도로 규정하고 이들 화물들의 국적선 적취율을 일정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추가로 확보해야할 선박수도 산정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는 해운기업의 경영안정화 지원 대책입니다. 적정한 기준을 만들어 한국 해운산업에 꼭 필요한 선사를 선정하고 세일앤리스백이나 유상증자 참여 등을 통해 경영안정화를 지원하려고 합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여러 방식으로 선사들을 모니터링하고 경영 안전상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정부차원에서 자금 지원이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2018년부터 선박확보, 화물확보, 경영안정화 이렇게 3가지 방향으로 국적선사들이 피부에 와 닿는 지원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이 보다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선주협회, 해운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사회 : 엄기두 국장님께서 2018년 해수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3가지 정책 방향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해운업계가 당면한 현안 문제와 대책까지 함께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해운업계가 당면한 현안문제들을 좀 더 이야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격변의 시대, 해운업계 대응 대책은>

선원노동문제 심각, 정부·업계 긴밀히 대처해야

◆ 김영무 부회장 : 우리가 노동문제에 대해 너무 간과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운업계가 당면한 노동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해운산업을 재건하기 위한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정부정책에 따라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2020년 최저임금 만원 시대가 도래하면 2016년 현재 1조원 규모인 선원비가 2020년 약 2조 6천억원으로 2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주협회 계산으로 현재 각 선원 직급간 임금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조건하에서 최악의 경우를 산정해보니 선원비가 최대 2조 6천억원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 하나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입니다. 현재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이 단축되면 전통적으로 유지돼 왔던 3교대 당직에서 4교대 당직으로 전환해야하고 이에 따른 추가인력이 5300명, 추가 비용이 8200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되면 2016년 1조원 규모였던 선원비용이 2020년 이후 최대 3조 4천억원까지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부 당국과 긴밀한 협조를 해나가면 그 정도까지 선원비가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이 문제를 간과한다면 해운업계는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문제입니다. 현재 해운업계는 전세계적으로 자의건 타의건 선원 기간제 근로가 보편화돼 있는데 이것이 일시에 정규직화된다면 추가부담이 상당하리라고 봅니다. 정규직화에 따른 추가 비용이 얼마나 될지 아직 저희도 계산조차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지금부터라도 해운업계가 대응방안을 잘 마련하고 대처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선원노동 문제에 대해 해수부도 공감하고 계시기 때문에 해수부와 해운업계가 잘 준비해 나간다면 합리적인 대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 : 김영무 부회장님께서 해운업계가 당면한 과제로 선원 노동문제를 지적해주셨습니다. 최근 해운시황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경영도 안정화되고 있지만 노동문제를 비롯해 환경문제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적선사들이 다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해상분야에서 국제 환경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어 비용적인 측면에서 국적선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빅데이터, IoT, 무인선박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한 준비도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해운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환경문제, 4차 산업혁명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플랫폼 비즈니스 주목

◆ 조병호 사장 : IMO가 환경규제를 결의하고 시행하게 되면 해운업계는 어쩔 수 없이 따라 갈 수밖에 없습니다만 4차 산업혁명은 아직까지 우리 해운업계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나와 있는 게 없습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서 해운업계가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이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인데 저는 이미 앞에 4차 산업혁명은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 시피 3차 산업혁명의 키는 인터넷이었습니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어땠습니까? 전화모뎀으로 접속해 너무 느리고 불편했던 인터넷이 점점 발달하더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삶의 아주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도 결국 인터넷과 같은 방식으로 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우리 해운업계가 퍼스트 무버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고 결국은 패스트 팔로워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아주 작은 것부터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를 하다보면 무인선박이나 전기추진 선박 등이 이슈로 나오는데 우리 해운업계에서는 이런 것들보다는 당장 해운업과 접목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미 블록체인 기술은 상용화 단계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얼마전만해도 네트워크 활용은 해킹 위험성으로 제한적이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서 해깅 문제는 거의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해운업계가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계와 같은 하드웨어보다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대단히 유망하다고 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개방성입니다. 정부나 대기업에서 독자적으로 여러가지 의견 수렴을 하고 플랫폼을 만들어도 개방성이 부족해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큰 틀은 유지하되 개방된 플랫폼을 만들어 활발하게 돌아가게 되면 해외 화주 개발에도 굉장히 유리하게 될 것입니다.

빅데이터, AI 기술을 해운에 접목해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면 굉장히 큰 데이터 센터가 필요해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무인 선박 개발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해운업계가 만든 플랫폼을 대량 화주들에 개방시켜 대량 화주들이 플랫폼에 들어오면 여러 면에서 이득이 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또한 KP&I나 KR, 해사중재 등과 접목시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시너지 효과도 대단하리라고 봅니다. 이러한 해운 플랫폼이 활성화 되면 결국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 하려고 할것입니다.

저는 이와 같은 해운 플랫폼 비즈니스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 정책 수립에 필요한 데이터 관리도 쉽게 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수출입 물동량 등의 여러가지 통계, 국적선사들의 재무적인 요소까지 일시에 파악할 수 있어 좋은 플랫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김영무 부회장 : 제가 몇주전 케이엘넷 이사회에 참석해 조병호 사장님께서 지적해주신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케이엘넷이 27년간 축적한 수출입물동량 데이터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인 GM은 제조기술로는 더 이상 일본과 한국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판단하자 과감히 제조를 포기하고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에 기반한 자동차 관련 컨설팅으로 비즈니스 방향을 전환해 돈을 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케이엘넷을 비롯해 우리 해조선업계는 그동안 엄청난 데이터들을 축적해 놓고 있음에도, 결국 이것들이 빅데이터인데 GM처럼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가 됩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노력들이 필요한데 이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저는 이 역할을 정부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인선 시대 도래해도 해기인력 필요

◆ 김인현 교수 : 저도 무인선박에 대해 몇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나 우리나라 현행법상 무인선박은 운항이 불가능합니다. 선박직원법은 최소 승무정원을 규정하고 있는데 선원이 아예 없는 무인선박은 운항할 수 없습니다. 이런 법적인 문제가 처리돼야 비로소 무인선박의 운항이 가능합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무인선박은 기존선박에 비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인건비가 절감되고 두 번째 선박내 선원 거주구역인 데크하우스가 필요없기 때문에 적재공간이 넓어지고 연비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선박에서 데크하우스를 제거하면 선박무게가 약 15% 가벼워져 연비가 개선되고 공간 확대로 화물을 더 적재할 수 있어 기존선에 비해 20% 이상의 비용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향후 10년 뒤에는 선원이 필요없는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상용화가 가능해진다고 해서 정말 자율운항선박에 선원을 1명도 태우지 않을 것인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롤스로이스가 발표한 무인선 프로젝트를 보면 완전 자동화된 선박이 아니라 육상 관제센터에서 관제요원이 선박을 최종적으로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무인선박이 조금이라도 위험해진다 싶으면 관제요원이 직접 선박을 원격으로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관제요원은 선박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무인선 시대가 도래해도 해기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은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무인선 시대에 육상에서 필요한 해기전문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척당 3명이든, 5명이든 최소한의 인력을 승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선박에 몇 명의 인력을 승선시킬 것이냐는 사회적인 합의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 흥아해운 이환구 부사장
◆ 이환구 부사장 : 저는 개인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우리가 너무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무인선박까지 앞서나갈 필요는 없고 앞서 조병호 사장님께서 지적해주셨던 플랫폼 비즈니스나 블록체인 등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IT기술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나갈 수 있는 분야라고 봅니다.

사실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보면 전체 원가 구조에서 선원비나 자본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대략적으로 컨테이너선의 캐피탈 코스트는 10% 이하이고 선원비는 2~3% 정도에 불과합니다. 선원 16명을 줄이자고 대형 무인선박을 만들겠다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선사입장에서 당장 무인선보다는 점점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더 큰 고민입니다.

◆ 엄기두 국장 :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해수부와 산자부가 협력해 자율운항선박을 직접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별도의 TF팀을 만들어 공동 작업하고 있는데 자율운항선박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자율운항선박이 운항하려면 법적‧제도적인 문제, 선원 인력문제, 항만의 스마트화 등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특히 자율운항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자율운항선박이 개발되고 운항할 수 있는 제도적인 여건을 갖춰다고 하더라도 자율운항선박을 처리할 수 있는 항만시스템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항만시스템을 스마트화 시켜 자율운항선박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하역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도록 전체적인 플랜을 짜고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BWMS나 SOx 등 환경규제와 관련해 선사들의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해양진흥공사를 중심으로 우리 해운업계가 환경규제에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2018년부터 정부 재정으로 친환경 선박 보조금이 지급됩니다. 노후선을 패선하고 신조를 추진하는 경우 선가의 10%를 보조금으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환경규제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아마도 전 세계에서 우리가 처음일 것입니다. 환경규제에 대응하지 못한 선박들은 입항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타이밍에 맞춰 적절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해운·연구소·조선 협력으로 최신 선박 확보

◆ 김영무 부회장 : 환경규제는 사실 우리해운업계 입장에서는 따라가는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환경규제 시행 시기를 조금 늦추는 것인데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주도해 BWMS 시행시기를 2년 유예시켰습니다. 영국 등 유럽 선진국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저희가 파나마 등을 설득해 겨우 유예를 시켜놨습니다. SOx도 유예했으면 좋겠지만 BWMS 유예로 워낙 분위기가 나빠져 유예는 어렵게 됐습니다.

BWMS 장착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9년 9월 8일까지 2년 유예시켰는데 2017년 설치하기로 했던 BWMS를 너무 많이 취소해 BWMS 제조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지금까지 BWMS를 장착한 선박이 200척에 불과한데 유예됐을 뿐 규제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어렵겠지만 당초 세운 계획대로 BWMS를 장착해 나가는 것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유리할 것입니다.

SOx 규제도 2020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데 이것도 따라가는 것 말고는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SOx 대응방법은 신조선의 경우 스크러버를 정착하거나 MDO 등 저유황유 이용, LNG 이용 등 3가지 옵션이 있지만 현존선은 스크러버와 저유황유 밖에 없습니다. ICS 사무총장은 유럽선사들은 대부분 저유황유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스크러버의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스크러버는 유지 보수의 문제도 있고 유가가 하락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유황유의 경우 생산량이 부족해 값이 많이 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IMO의 연구 검토결과에 따르면 오일메이저들의 저유황유 생산은 이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선사들이 대부분 저유황유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CO2 배출 규제도 문제입니다. CO2는 2023년께 배출권 거래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카본텍스로 갈 것인지 결정이 될 것입니다. 유럽선사들은 배출권 거래제를 선호하고 있지만 우리는 벙커에 톤당 세금을 부과하는 카본텍스가 보다 효율적이라는 입장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제가 이번에 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지역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것은 선사는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실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라인의 예를 보면 머스크라인은 선복 과잉공급임에도 1만 8천teu급 트리플E 컨테이너선을 건조해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을 뒤흔들어 놨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머스크라인이 1만 8천teu급 선박을 직접 건조한 것이 아니라 개념만 내놨을 뿐이고 실제로 그 개념을 기술적으로 구현한 것은 대우조선해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머스크라인은 덴마크에 굉장히 큰 연구센터를 만들어 놓고 연료비를 30%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개념들, 가령 선체 도료를 바꾸거나 벌브 모양을 바꾸는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것을 조선소에 요구해 기술적으로 구현하게 만든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조선소는 능동적으로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라 선사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수동적인 습관에 젖어 있습니다. 우리 선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조선소가 만들어준 선박을 가져다가 운항만 했지 우리가 직접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고 조선소에 요구해 새로운 선박을 만들어낸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 선사들도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개념화시켜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등 연구소에 구체적인 연구를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 조선소들이 기술적으로 구현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유럽선주들의 CEO는 경영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비용절감이나 신기술 전문가들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CEO는 돈 잘버는 전문가지만 유럽은 환경과 안전에 대한 전문가가 바로 CEO입니다. 우리 해운업계 CEO들도 이제부터 안전과 환경 및 신기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환경규제, 국가차원에서 대응책 마련해줘야

◆ 정갑선 부사장 : BWTS, SOx 등 환경규제는 우리나라 전체 국적선사가 모두 해당이 되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차원에서 접근하고 대책을 마련해 줘야하는데 개별선사가 알아서 대응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환경규제에 대해 누구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으니 선사 스스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선사들이 막상 원하는 제품을 찾아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시장에 거의 없습니다. 가령 SOx 규제에 대비하기 위한 스크러버만 봐도 국내에 이 장비를 만드는 곳이 하나도 없고 전 세계적으로도 제한됩니다.

지금이라도 해수부와 협회가 진지하게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LNG로 신조하면 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벙커링 문제 때문에 LNG추진선의 경우는 차후의 문제이고 당장 현존선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합니다.

정부와 협회가 선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가령 국내에서 기술을 가진 업체를 선정해서 스크러버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국적선사가 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장비 가격이 너무 고가라는 점입니다. 신조선의 경우 화주와 협의를 통해 계약 운임에 처음부터 반영시키면 되지만 현존선의 경우 선사들이 알아서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저희 회사가 보유한 사선대가 80척인데 여기에 대당 500만 달러 정도하는 스크러버를 모두 장착한다면 4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무엇이든 대응책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선사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상당히 힘든 문제들입니다.

해운·정유사 협력, 저유황유 공급체계 만들어야

◆ 조병호 사장 : 결국 SOx에 대응하기 위한 보다 현실적인 방법은 저유황유를 쓰는 것입니다. 문제는 저유황유 가격인데 수백척의 선박을 운영하는 유럽의 벌크선주들은 2020년 이후 저유황유 가격이 많이 내려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이환구 부사장 : 근해선사들이 보유한 선박들은 BWMS도 마찬가지만 스크러버를 장착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습니다. 결국 저도 SOx에 대응하려면 저유황유를 이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근해선사들이 운임은 거의 동결돼 있는데 일반 벙커유 보다 톤당 200달러 이상 비싼 저유황유를 과연 쓸 수 있겠느냐 입니다. 저희와 같은 규모의 회사는 연간 25만톤 정도의 벙커유를 소비하는데 톤당 200달러씩만 개산해도 연간 연료비용이 추가로 5천만 달러가 올라가게 됩니다.

2020년 이후 저유황유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국내 정유회사들에게 보조를 해서라도 저유황유를 생산해 저렴한 가격에 국적선사들에게 공급해주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조병호 사장 : 국내 정유사들이 대부분 고도화 설비를 도입하면서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벙커C유가 제한적이고 심지어는 해외에서 수입해 공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실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저유황유 생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선주협회/해운조합등이 주도적으로 해외 유수의 트레이더나, 국내 종합상사와 협력하여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환구 부사장 : 저희 회사는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에서 벙커링을 하고 있습니다. 한일항로는 무조건 한국에서 넣고 있습니다. 국내 벙커링이 20달러 정도 비싸기는 하지만 싼 기름 넣자고 홍콩, 싱가포르까지 갈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2020년 이후 저유황유를 써야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이런 상황은 더욱 고착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선사, 정부, 국내 정유사간 협의를 통해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저유황유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낸다면 전략적으로 한국이 싱가포르, 홍콩을 제치고 동북아 벙커링 기지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습니다.

◆ 정갑선 부사장 : 국내 정유사들이 최근 선사들한테 자주 연락해서 저유황유를 이용할 것인지, 스크러버를 장착할 것인지를 체크하고 있습니다. 정유사들도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인데 정유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가진 기관이 해운업계와 협의를 통해서 저유황유 공급 대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 사회 : 이제 오늘 좌담회를 정리해야될 시간이 됐습니다. 현재 우리 해운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들과 더불어 해운당국과 업계에 바라는 사항까지 함께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 당국·업계에 바란다>

인트라아시아 1등 선사 육성정책 추진해야

◆ 이환구 부사장 :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습니다. 현재 한국해운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잘 이해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해운이 다른 나라 선사를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선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은 지속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현재 인트라아시아 마켓물량 3천만teu중 절반은 원양선사가, 나머지를 근해선사가 처리하고 있고 이중 절반을 국적근해선사들이 처리하고 있습니다. 즉 인트라아시아 물량의 1/4을 국적선사들이 처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먼저 우리나라 해운정책 목표를 인트라아시아 마켓에서 최고의 해운국가가 되겠다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SP에 참여하고 있는 14개 선사의 각자 생존이 시급한 문제가 아니고 KSP 협력을 통해 인트라아시아 마켓에서만이라도 우리가 최고 해운국이 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양해운을 지원하면서 근해를 동시에 집중 육성시키는 투트랙 정책으로 가야할 것입니다.

앞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논의했지만 우리는 현재 생존전략을 짜야하는 시점이며 4차 산업혁명에 휘말려서는 안됩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정책의 포커싱이 흐려져서는 안되며 생존전략을 마련하는데 집중돼야 합니다.

저는 2018년이 한국해운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을 놓치면 한국해운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원양정기선 정책, 근해정기선 정책, 벌크선 정책 등을 명확하게 세워서 추진해야합니다. 2018년이 정말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정부와 선주협회, 해운업계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은 우왕좌왕하지 말고 정책을 집중해서 추진해야할 것입니다. 특히 근해선사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인트라아시아 마켓에서 1등 해운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정책을 세워 추진해야합니다.

KSP와 관련해서도 한 말씀드리자면 근해선사들이 KSP를 결성하게 된 것은 한진해운 파산사태와 인트라아시아항로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협력의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KSP를 배타성을 가진 얼라이언스로 보고 독과점 문제를 제기하시는데 이는 명백한 오해입니다. KSP는 배타성이 아니라 모든 국적정기선사간 상생을 추구하는 포용성을 갖고 있습니다. 즉 KSP라는 하나의 우산 아래 여러 형태의 연합체가 교차 공존하는 형태입니다.

인트라아시아 마켓의 가장 큰 문제는 메가 컨테이너선 인도에 따른 캐스캐이딩, 인수합병 자회사를 통한 글로벌 선사들의 직간접적인 아시아 진입 전략, 국적선사간 포지셔닝 전략에 따른 자유경쟁, 한중항로 환경변화에 따른 중국선사의 무분별한 진입입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적선사들은 KSP를 통해 선제적이고 유기적인 대응을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KSP 간사를 맡고 있는데 국적선사 여러분들께 항상 ‘Open Mind, Open Policy’ 정신으로 긴밀한 협력체계를 유지하자고 당부드리고 있습니다.

KSP의 궁극적 목표는 국적선사가 쌓아놓은 유무형의 자산, 즉 브랜드파워, 마켓쉐어, 물류네트워크, 최적합선형 보유 등을 외부에 유출하거나 내부에서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KSP안에서 국적선사의 유무형의 자산들을 유지 보전하다가 유기적인 통합을 통해 가장 경쟁력 있는 인트라아시아 선사로 성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해운관련산업 내국화 30% 캠페인 벌이자

▲ 김인현 고려대 교수
◆ 김인현 교수 : 저는 3가지 정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2018년에는 국민들이 갖고 있는 해운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되돌린 것인지 구체적인 고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가 10년전, 세월호 참사가 3년전 발생했고 이번에 또다시 낚시배 사고가 났습니다. 우리는 연안해운과 어선은 외항해운과 다르다고 얘기하지만 국민들은 똑같은 해운으로 봅니다. 한진해운 사태까지 연계하면 해운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미지는 대단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장기적으로 해운산업에 대한 대국민 의식을 전환시키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근에 긍정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중앙언론들이 해운과 관련된 투고를 과거와 달리 잘 실어준다는 점입니다. 중앙언론을 활용해 해운산업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들을 체계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앞서 말씀드렸지만 스텔라 데이지호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유족측의 마찰이 있었는데 이러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장협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장은 노조 가입자격이 없고 선주의 대리인 자격도 있기 때문에 중간적인 입장에서 중재를 할 수 있고 선장이라는 타이틀이 갖는 공신력 때문에 선주와 선원간 마찰이 발생할 경우 선장협회가 객관적인 민간단체로서 중재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엄기두 국장님께서 지적해주신 국적선 적취율 제고 문제입니다. 저는 국적선 적취율 뿐만 아니라 해운관련 산업 전반적으로 내국화 30%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국적선사가 국내 조선소에 선박 발주하는 비율, 국내 금융기관의 국적선사 금융 지원 비율, 국내 화주의 국적선 이용 비율, 국적선사의 KP&I클럽 가입 비율, 국내 선주들이 국내에서 분쟁해결을 맡기는 비율, 국내대학에서 해상법 강좌가 개설되는 비율, 국적선의 KR 가입 비율 등을 30%로 끌어올리자는 캠페인을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중에는 선사들이 내국화를 함으로써 현재보다 불리해지는 것도 있습니다. 대화주관계에서는 선주에게 유리한 주장만을 하게 되어서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이렇게 전체적인 산업전반을 말하고, 또 불리한 것도 있게 되면 설득력도 있고 더 탄력을 받게됩니다.


이중에서 이미 30% 비율을 달성한 것도 있겠지만 부문별로 목표를 세워놓고 저조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캠페인을 벌여나가다 보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경영솔루션 프로그램 공급 지원해야

◆ 조병호 사장 : 저도 화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선박을 확보했는데 시황이 갑자기 악화돼 화물을 확보하지 못해 헐값에 다시 매각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따라서 화물 확보가 대단히 중요한데 화물 유치는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이후 장기해운 불황이 지속되면서 유능한 인력들이 싱가포르 등 해외로 많이 빠져나갔습니다.

해외에서 해운 브로커, 선사오퍼레이터, 선사영업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저는 이들이 굉장히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인력들이 나중에라도 한국으로 되돌아온다면 화물 확보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부분을 놓치지 말고 보다 관심을 갖고 해외에 나가있는 인력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우수인재들을 적재적소로 스카웃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영안정성 지원과 관련해서 한가지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선주협회나 해수부에서 종종 경영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시는데 선사들은 대부분 정확한 경영관련 자료 제출을 꺼려합니다. 결국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부정확한 자료가 만들어지게 되고 이에 기반해 마련한 정책은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사들의 경영안전성을 지원하고 정부나 협회에서 필요한 정확한 자료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나 협회에서 통합 경영솔루션 공급을 지원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싸이버로지텍이 개발한 경영솔루션 프로그램은 선사들이 체계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지만 중소선사들이 도입하기에는 굉장히 고가입니다. 정부와 협회가 공동으로 그와 같은 경영솔루션 프로그램을 중소선사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인현 교수 : 제가 한가지만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부산 해사클러스터와 더불어 수도권 해운‧조선‧물류 클러스터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부산이 강점을 가진 항만, 선원관리, 공무 등을 넘어서 해양금융, 해사법원, 해사중재 등 해운지식산업까지 모두 부산으로 집중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 이철원 해운신문 국장
그러나 저는 이런 산업을 부산에만 두자는 주장은 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부산해사클러스터는 장점이 있는 부분은 그 지역 나름대로 살려나가고 서울과 인천, 평택 등 수도권 해사클러스터 역시 그 지역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려 활성화시켜서 수도권과 부산이 같이 가야 국가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해사법원 설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해법학회에서는 해운기업의 본사가 대부분 서울울에 있기 때문에 민사사건은 주소지에서 소송이 제기되는 원칙에 따라 해상사건이 수도권에 집중하므로 당연히 서울에 해사법원 본원을 두고 부산등지에 지원을 두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에만 설치하게 되면 수도권에서 변호사들이 부산으로 오고가는 비용까지 고객에게 청구하므로 비용이 많이 발생하여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들이 고려되는 해사클러스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 사회 : 오늘 장시간 한국해운신문 2018 신년특집좌담회에 참석해주신 패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좌담회를 통해 2018년 벌크선 시황이 희망적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은 조금 고전이 예상되지만 KSP를 통해 국적선사간 협력체제가 잘 작동하면 그래도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고 봅니다. 2018년 우리 국적선사들이 비로소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오게 됐다니 너무나 기쁜 일입니다.

2018년은 지난 한해 동안 정부와 해운업계가 열심히 준비한 한국해운 재건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준비했던 계획이 잘 추진돼 한국해운산업이 재건의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2018년 무술년 한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발전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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