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Peter Tirschwell) IHS Markit 전무

▲ 피터 터치웰 전무
지금까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으며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이루어질 것인가? 2018년 새해를 시작하며 제기할 수 있는 적절한 질문이 아닌가 한다. 지난 2년 동안 대형 글로벌 선사 여덟 개가 줄어들며, 아직은 여전히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산업구조 재편 가능성을 예고하는 이때에 말이다. 과연 해운업이 자기 파괴적 본능을 극복하거나 최소한 자제하며, 고객을 위한 가치창출에 매진하는 산업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선사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목격했던 많은 이들은 합병이라는 구조조정 이후에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라 말한다. 주요 선사들의 문화, 의제 및 거버넌스가 서로 다른데다가 독과점규제 당국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가령 초대형 선박 발주와 같은 불가피한 결정마저도 자신들이 최대한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종결되며, 이에 대한 피해는 해운업과 고객에게 돌아가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선사가 최근 성명서를 내는 등 이러한 흐름을 타파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해운업계의 미래를 재고할 순간이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겠는가?

"인수합병 관련 기초여건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머스크의 CCO 빈센트 클러크(Vincent Clerc)가 지난 12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주목할 만한 변화의 움직임은 선복량 1위 선사 머스크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조처는 2016년 말 머스크가 에너지 사업을 접고, 운송 및 물류 부문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다는 점이다. 자충수일지, 아니면 수익창출을 위해 조정 가능한 유일한 요인인 비용 절감과 경기흐름에 좌지우지되었던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미래를 위한 전략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컨테이너 선사가 지난해 실행하거나 개발한 새로운 이니셔티브 중에는 무역금융 진출을 꼽을 수 있다. 머스크 그룹 산하 물류기업인 댐코(Damco)가 트윌(Twill)이라는 디지털 포워더(digital forwarder)를 출범시키고, APM 터미널이 대형화주(BCO)를 대상으로 직접 서비스 제공에 나선 것이 그 사례다. 클러크 CC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해양 관련 상품 이외의 상품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수의 포워더에 따르면, 지난해 머스크는,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장기 요율 및 할인 요율 적용을 대상 고객을 알려줄 의향이 있는 포워더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는 컨테이너 물류 통합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머스크가 포워더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화주와 직접 일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워더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증가하고 거의 항상 수익창출에 성공하자 이들을 대상으로 제동을 건 조처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선사들의 경우, 포워더에 관한 문제에 있어 머스크와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들 역시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는 것은 사실이다. 독일 선사인 하파그로이드(Hapag Lloyd)는 맥켄지(McKinsey)를 영입해 자사의 시장 점유율 평가, 경쟁업체 선정, 시장 조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 해운 3사가 합병해 출범한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의 CEO 제러미 닉슨(Jeremy Nixon)은 지난 10월 TPM 아시아에서 ONE은 화주들에게 더욱 높은 가치를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해운업계에서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가 계약 이행의 강제성 결여였다. 그러나 이 역시 최근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하파그로이드와 CMA CGM 등 선사에 투자를 지원하는 뉴욕 해운거래소(NYSHEX)가 지난 12월, 규제 관련 큰 걸림돌을 해결함에 따라 화주와 선주 그 누구라도 계약불이행시 위약금을 내야하며, 슬롯 거래 역시 가능해진다.

이는 선사들이 인수합병을 기반으로 계약 이행 및 기타 의제를 실행하기 위해 더욱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 될 수도 있다. CMA CGM과 MSC(Mediterranean Shipping Co.)가 2017년 말 거의 2년 만에 처음으로 2만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을 발주했고, 연말 슬롯 요율은 급락했지만, 선사들은 시장의 수급 상황이 점차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17년 컨테이너 무역은 10여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유휴 선대의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MSC와 CMA CGM의 발주에도 불구하고, 기존 선대의 주문 대장은 20%를 기록했다. 2016년과 비교하여 비록 3% 성장한 수치지만, IHS Markit에 따르면 2016년은 2002년 이후 최저점을 기록한 해였다.

머스크가 정산 요율을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일부 포워더들은 선사들이 강력해진 펀더멘털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단적인 예로 보고 있다. “해운업의 펀더멘털이 2017년 크게 향상되었다”고 클러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해운업계가 특히 가격책정에 있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던 관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선사들은 해운업계 전반의 이익을 위해 자정 능력을 보여준 경우가 거의 없다. 클러크 CCO가 말한 대로 "이번에는 달라질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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