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 확보 노력”
선박건조 한계를 넘어 우수성 과시

올해 초부터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대상으로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실사 최종 결과에 따라 조선업 혁신성장 추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중견조선소의 위기는 지역경제 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인 기자재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감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조선소 및 기자재업체는 매각되거나 폐업했다. 뿐만 아니라 경쟁국에 전문인력 유출이라는 국가적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업 실사 중인 성동조선은 앞으로 중형 상선 건조에 집중하며 국내 조선사간 수주경쟁을 최소화하고 중국 조선업계와는 품질, 기술력 등에서 차별화를 둬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의 조선업 혁신성장 발표를 앞두고 한국해운신문은 경남 통영의 성동조선해양을 찾아 조선사의 기술력과 지역경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기자가 처음 방문한 성동조선은 건조 작업 중단으로 야드가 휑한 모습이었다. 야드에 근로자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선각공장, 도장공장 등도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조선소 최초 육상건조공법 채택
성동조선해양은 2003년 선박용 블록제작사로 설립됐다. 당시에는 국내 대형 조선사에 메가 블록을 생산 납품했으며 2004년 6월, 신규수주를 시작하며 신조선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이후 조선업 호황기의 혜택을 받았으며 조기 선박 인도 능력 등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06~2008년에는 주력선종인 벌크선, PC선 등 발주시황 호조에 따라 당시에만 총 8조원대 규모를 신조수주하며 2008년말 6조원 가량의 수주잔고를 확보해 수주잔량 기준으로 글로벌 7~9위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당시 성동조선이 신조선 사업으로 성공적인 사업전환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이 한몫 했기 때문이다. 성동조선은 그동안 조선업계에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던 드라이 도크(Dry Dock)없이 육상건조를 주력 건조공업으로 채택한 세계 최초의 조선소다.

지난 2001년 육상건조에 대한 기술 아이디어가 나오자 회사는 2004년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이에 2006년에는 처음으로 현장 적용에 성공해 육상 건조 사상 최단 시간 내 진수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5시간에 걸쳐 육상에서 해상의 플로팅 도크까지 안전하게 옮겨 종진수하는 GTS(Gripper-Jacks Translift System)공법으로 진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GTS공법은 육상에서 선박 전체를 육상의 스키드 레일(Skid Rail) 위에서 완성한 후 유압으로 선박을 들어 올려 육상과 해상을 연결하는 링크빔(Link  Beam)을 통해 해상에 계류된 플로팅 도크로 끌어내 종진수하는 방식이다. 성동조선은 GTS공법을 위해 9개월에 걸쳐 부양능력 3만톤급의 플로팅도크를 자체 제작하기도 했다.

성동조선은 육상건조사상 최단 시간내 진수라는 기록을 세운 뒤에도 기술개발을 지속해 기존 시스템보다 2배의 하중을 가진 선박을 25% 빠른 속도로 이동시킬 수 있는 푸시폴시스템(Push-Pull System)의 성능을 향상시켜 3시간으로 단축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성동조선은 2008년 12월에 재화중량 17만톤급 선박을, 2009년 4월에는 6500teu급 컨테이너선을 세계 최초로 육상건조해 인도했고, 2011년에는 첫 선박 진수를 시작한지 4년 9개월만에 100번째 선박을, 2015년에는 200번째 선박의 로드아웃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당시 학계, 조선업계 관계자들이 조선소에 찾아와 진수하는 과정을 보고 있었다. 선박을 종방향으로 끌어내면 부러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으나 성공적으로 진수해 냈다. 이후 대기업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라고 회고했다.

▲ 2011년 성동조선해양 100번째 육상건조 선박의 진수를 위한 로드아웃(Load-Out) 준비작업 중이다.

경영정상화 추진으로 수익성 개선

성동조선은 지난 2010년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부터 매년 1천억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34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성동조선은 2013년까지 기존의 부실을 정리한 뒤 2014년부터 본격적인 사업구조 개편 등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성동조선은 금융위기 이후 조선시장 불황과 키코 피해 등으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관계자는 “선박을 건조하고 인도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산업의 특성상 기존의 부실정리기간이 상당기간 소요됐다. 2010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으나 실제로 경영정상화를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선 것은 2014년이다. 그 이후에는 수익성이 점차 개선됐다”라고 설명했다. 성동조선에 따르면, 2016년은 392억원, 지난해 3분기에는 4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향후 성동조선은 원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3야드를 매각할 계획이다. 1야드는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며 선박 건조는 2야드에서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 2012년에 완공된 2야드는 선박 건조에 최적화된 육상건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설계, 가공, 조립, 자동화 선각공장에서 육상의 선대로 이어지는 컨베이어 시스템을 갖춘 완벽한 흐름생산 방식이다. 최적화된 생산설비를 통해 연간 18~24척(70만cgt)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어 일감이 늘어날 경우 사내협력사도 3~4000여명까지 증가될 전망이다.

한때 최대 9000여명의 인력을 고용한 바 있는 성동조선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특히 통영시는 성동조선을 제외하면 고용인력을 창출할 기업이 없기 때문에 최근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성동조선의 청산으로 지역경제가 더욱 피폐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통영시 인구 13만명 가운데 성동조선의 고용인력은 6700명으로 전체의 6.6% 수준에 해당한다. 매출은 1조8000억원으로 통영·고성의 전체 매출 6조3000억원에 28.6% 수준이고, 선박 수출액은 16억8800만달러로 78%에 달한다. 따라서 성동조선의 생존여부에 따라 고용인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조선업계의 일감감소는 연관 산업인 기자재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회사 관계자는 “2010년 이후 20여곳의 조선소가 문을 닫았다. 재작년에는 100여곳의 기자재업체들이 파산을 선고 받았다. 중형조선소가 어려워지면 조선기자재업체와 조선소 사이의 순화고리를 더 이상 연결하기 어렵다”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조선기자재업체들의 도산은 국가 경쟁력 손실과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보유한 원천기술이나 업체들의 노하우는 재무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라며 이 경쟁력을 중국이나 일본 시장에 넘긴다면 결국 국가 경쟁력도 상실되고 말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성동조선해양 도장공장

주력선종에 집중해 경쟁력 강화

올해 조선업계는 발주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실제 수주영업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시장 전망보다 업황이 빨리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유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 시장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최근 일감 부족으로 심화되는 대형조선사와 중형조선사 간의 수주경쟁도 완화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영업하는 관계자들은 업황 회복시기가 클락슨 전망보다 빠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유가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BDI 지수도 상승하며 발주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클락슨 리서치가 지난해 발표한 조선전망 클럽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780만cgt이며, 2019년은 3220만cgt, 2020년은 2470만cgt로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IMO의 환경규제 강화, 선주들의 연비·품질 등 선호도 변화, 파나마 운하 확장 등 신항로 개척에 따른 것으로 신조선 발주에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다고 회사 관계자는 평가했다.

성동조선은 시장 전망이 긍정적인 만큼 조선소가 주력으로 건조하는 셔틀탱커, 6천~1만teu 컨테이너선, 10만~20만dwt급 벌크선, 7~15만dwt급 탱커 등 전 선종에서 수주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성동조선은 기본설계에 대한 노하우와 인력을 바탕으로 각 야드에 최적화된 건조기술을 개발해 수백척의 선박을 인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향후 주력선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