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 항만자동화 연구용역 결과 발표
임동우 원장, “항만 특성 고려 신중히 접근해야”

▲ '4차 산업혁명 시대 지능형 자동화 터미널의 항만인력 대응 방안 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가 5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개최됐다. (사진제공:부산항운노조)

정부가 부산 신항 2-4, 5, 6단계를 무인자동화 기반의 스마트항만으로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부신 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들이 무인 자동화로 전환되면 현재의 약 88.3%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한국항만운송노동연구원 임동우 원장은 5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개최된 '4차 산업혁명 시대 지능형 자동화 터미널의 항만인력 대응 방안 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무인자동화가 소위 말하는 항만경쟁력을 담보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며 항만의 특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 연구용역은 부산항운노동조합(원장 김상식)에서 항만 자동화에 따른 항만인력 직무전환 등 대응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한국항만운송노동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금번 최종 보고회를 갖게 됐다. 보고회에는 해수부 및 부산항만공사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정부, 부산신항 완전자동화 추진 중

발표자로 나선 한국항만운송노동연구원 임동우(부산외대 교수) 원장은 “항만 무인자동화가 마치 만능열쇠인냥 4차 산업혁명의 각종 미완성의 요소기술도입이 당연히 항만경쟁력을 높이는 유일한 수단으로 평가하여 부산항만 정책을 수행하는 것에 공감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의 입장은 항만의 무인자동화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인근 항만들이 경쟁적으로 무인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항만은 이미 한발 늦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올 초 2018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스마트 항만 실현을 위해 부산 신항에 신규터미널 하역 자동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지난해 국가 4차산업 혁명 대응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반자동화 수준인 부산항에도 2021년부터 국내 최초로 자동화 터미널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역시 그간 항만자동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바 있다. KMI는 항만분야의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자동화로 인한 하역생산성 역시 최근 들어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최근 밝혔다.

"무인자동화 도입 아직까진 시기상조"

그러나 임 원장은 연구결과 이와는 달리 ▲높은 투자비 ▲높은 운영비 ▲기대 목표치 미달 생산성 저조 ▲현재 자동화기술 미달 및 선사 선호도 저하 ▲기상변화에 대응 미흡 ▲화물특성 및 긴급상황시 대처능력 전무 등 현재 상황에서 항만 무인자동화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네덜란드 및 중국 등 해외 무인자동화 터미널을 확인한 결과 인프라구축비용 및 장비비용, 정보기술비용 등 투자비는 전통적인 반자동화 터미널의 2배에서 최대 5배가량 높았으며 운영비 역시 비쌌다. 운영비의 경우 야드 운영 인력투입비용이 48% 가량 절감 가능하지만 투자회수비용이 증가하고 개발기간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운영비가 덩달아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운영초기에 비해 생산성은 개선되었으나 목표치인 시간당 최대 40M(Move)에는 미치지 못하는 등 여전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동화기술이 아직 고도화되지 않아 365일 운영에 한계를 노출하는 등 이로 인해 선사들의 선호도 또한 그다지 높지 않다고 임 원장은 주장했다.

임 원장에 앞서 발표를 진행한 장하용 주임교수 역시 중국,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 무인자동화를 항만에 도입한 나라들은 우리나라와는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항만 성장속도에 비해 관련 자격 및 기술을 갖춘 숙련된 항만종사자가 부족하며 사회주의체제로 완전무인자동화 추진에 따른 사회적 갈등조정이 용이하다. 싱가포르 역시 자국 내 항만종사자가 부족하고 경찰국가로 노사분규가 거의 없어 사회적 갈등비용이 적다. 네덜란드의 경우 유럽 내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높고 평균 근로시간이 적은 편에 속하며 결근이 잦고 정규직 해고시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인자동화 도입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숙련된 항만종사자 수급이 용이하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무인자동화를 도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갈등비용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각적 검토 통한 단계적 도입 주장

임 원장은 북미동안항만이나 로테르담항만의 경우 완전무인자동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노사갈등이 발생했다는 점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 역시 노사갈등으로 인한 파업이 진행될 경우 파업으로 인한 총 피해액은 일일 9597억원, 이에 따른 직접 피해액은 일 129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신항 야드 내 현재 투입 인력 2205명 중 무인자동화로 전환 시 잔존인력은 전체의 11.7%에 불과한 콘 처리작업 인력 등 258명이 될 것이며 나머지 88.3%인 1947명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분석한 임 원장은 “국내 항만 자동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해외 사례를 통한 중립적 검증을 통해 부산항만 최적의 무인자동화 모델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일자리 영향, 자동화 도입 수준 등 현실에 대응할 수 있는 노사정연 공동연구진행이 필요하다. 또한 관련 당사자인 노사의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등 장기적이고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실제 항만에 검증하는 등 보다 단계적인 도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최우선 과제로 운영사 통합 유도 및 터미널간 연계성제고와 낭비요인 제거를 통한 규모의 경제 구현 등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임 원장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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