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수주 잇따르지만 춘래불사춘”
"보릿고개 버틸 재무적 대응능력 중요"

올해 잇따른 수주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은 2016년 이후, 지난해부터 신조수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선가도 최저점을 지나 반등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물량은 충분치 않은 수준이며,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선종인 대형, 고부가가치 선종 신조선가는 낮은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2년 전 수주절벽이 가져온 보릿고개를 버텨야 한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안지은 연구위원은 3월 27일 ‘조선: 春來不似春-영업실적 부담 속 조선사별 재무적 대응능력 차별화될 전망’이라는 스페셜 리포트를 발표하고, 글로벌 조선업 현황과 조선사 실적 전망에 대해 분석했다.

봄이지만 봄을 느낄 수 없다

안지은 연구위원은 “최근 신조수주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조선사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치 않는 수준이며, 신조선가가 낮은 점도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미치는 등 현재 조선업의 상황은 봄은 왔으나 진정한 봄을 느낄 수 없는 춘래불사춘이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조선 3사의 연간 평균 수주금액은 400억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는 절반인 200억달러에 그쳤다. 올해 수주목표는 전년보다 높은 270억달러지만 여전히 예년 2/3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내 조선사의 주력선종 신조선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벌크선 운임 회복에 힘입어 벌크 선종의 선가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국내 조선사의 주력선종인 대형선과 고부가가치 선종의 회복은 더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LNG, LPG 등 가스선 선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영업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조선업 특성상 올해 신조 수주분은 당해 연도 매출에 거의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과거 수주절벽의 영향과 저선가 수주분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영업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신조수주 점진적 증가 전망

신조수주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양호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으나, 이를 상회하는 선복량을 감안하며, 물동량 증가에 따른 당장의 발주 움직임이 크지 않다는 것이 한신평의 의견이다.

게다가 중국의 초고도 성장이 끝나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등 부정적인 요인이 있어 글로벌 경제 여건에 영향을 받는 해상 물동량이 단기적으로 크게 증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상선뿐만 아니라 해양 부문 발주도 부진하다. 유가가 2014년부터 크게 하락한 후 현재까지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양프로젝트 발주 재개가 늦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가가 소폭 상승했으나, 예년과 같은 대규모 발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선종별로 살펴보면, 우선 탱커는 유류 물동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최근 선복 공급량이 이를 뛰어넘으며 발주 모멘텀이 약화됐다. 컨테이너선은 지난 2015년을 거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선복과잉 상태다. 다만 환경규제가 본격화됨에 따라 신조발주 증가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LNG선의 경우 가장 큰 수요 증가가 예상됐다. 안지은 연구위원은 “원전 안정성 이슈. 한경규제 강화로, 특히 중국의 LNG 수입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유가 회복으로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증가와 더불어 LNG생산이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환경규제 도입으로 선박 발주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높으나, 아직까지는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SOx(황산화물)배출 제한, BWTS 도입 등 환경규제가 수요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당초 예상대비 신조 발주가 저조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환경규제 도입 및 이로 인한 신조발주 증가 촉진은 언제 효과가 가시화되느냐의 문제라며, 중장기적으로 수주회복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점유율 관건은 기술 우위 지속 여부

신조발주가 증가할 경우, 국내 조선사와 중국 조선사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안지은 연구위원은 “이미 양적인 면에서는 조선의 맹주 자리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갔다”며 “자국선사의 발주지원,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선가 경쟁력, 정부의 금융지원과 더불어 기술경쟁력 격차도 점차 좁혀지고 있어 고부가가치 선종의 패권 역시 중국에 넘어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국내 조선사가 높은 기술경쟁력으로 LNG선 상당수를 수주하며,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조선업을 10대 중점 육성 분야로 선정하고, 2020년까지 해양플랜트 수주 시장점유율은 35%, 고부가가치 선박은 4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기술격차 축소의 가속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대형 컨테이너선, 대형 VLCC 부문에서 차별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CMA CGM이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중국 후동중화와 상하이외고교조선에게 넘겨주고, 스타토일이 발주한 요한카스트버그 FPSO 해양프로젝트는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이 수주하면서, 수주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국내 조선사들의 신조수주 시장점유율을 유지 관건은 기술우위 지속여부다 글로벌 신조수주가 증가한다고 해도 국내 조선사의 수주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경우 충분한 일감확보가 어려워진다. 국내 조선사 시장점유율은 2015년까지 30% 내외로 유지했으나 2016년에 주력 선종의 발주 급감 등의 영향으로 17%로 크게 감소했다. 안지은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력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선제적인 기술투자로 환경규제 및 스마트 선박 등에 대한 빠른 대응으로 기술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제고 위해 추가 수주 필수

신조선가는 지난해 소폭 반등했음에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영업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 수주가 증가해도 선가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이익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저가수주 우려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추가 수주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지은 연구위원은 “현재의 고정비 부담과 수주잔고, 선가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조선사가 저가수주를 회피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고정비 회수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수주량을 확보해야 하고,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가격협상력도 가질 수 있어 수익성 제고를 도모하려면 추가 수주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선가는 물동량과 선복량, 강재, 인건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조선사와 발주처가 처한 상황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최근 글로벌 신조수주가 다소 회복됐으나, 여전히 신조수주가 건조에 따른 수주잔고 감소분을 하회하고 있다. 또한 일감부족으로 신조수주가 절실한 국내 조선업계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선가 협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어 그는 “신조선가 상승을 위해서는 전 세계 수주 증가와 수주잔고가 회복돼야 하고, 특히 국내 조선사 주력 선종의 경우 국내 조선사의 수주잔고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향후 조선사 신용도에 평가에 대해 안지은 연구위원은 “무리한 외형유지나 성장보다는 수익구조 확보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근본적인 영업현금흐름 창출력의 개선 없이 자산매각, 증자와 같이 비영업적 요인에 기댄 재무구조 개선만 이뤄진다면 신용등급이 상향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무적 버티기 능력 중요

실적 전망이 어두운 만큼, 조선업계는 당분간 재무적 버티기 능력이 중요하다. 조선 3사는 지난해 4분기에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강재가격 인상과 원화 강세에 따라 신규수주와 선박건조 공사 관련 예상손실을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설정한 영향이다. 또한 인적 구조조정과 시추설비 평가손실에 따른 보상금 지급 등 비경상적 요인도 원인이었다.

올해는 최저 수준이었던 2016~2017년 수주분이 매출에 반영된다. 뿐만 아니라 강재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으며,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등 실적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영업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안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현대중공업 3사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근로자는 2014년말 6만4000여명에서 지난해 9월말 4만5000여명으로 30% 감소했음에도, 같은 기간 매출 감소폭이 더 컸다. 안 연구위원은 “환율 등 예측이 불가능한 변수 외에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 면수는 고정비 부담률, 특히 인건비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과거와 같은 대규모 발주 가능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축소된 매출규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조선사별 보릿고개를 버틸 재무적 대응능력이 신용도 판단에 중요하다. 현대중공업은 당분간 영업실적 저하 우려 지속에도, 제고된 재무구조를 기초로 재무적 대응능력은 양호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차입부담이 높게 유지되고 있고, 단기차입금 비중이 90%에 이르는 등 유동성 부담도 크다. 안지은 연구위원은 “5월로 예정된 1.4조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단기적 유동성 대응은 가능하겠지만, 올해도 대규모 적자 등의 영향으로 영업현금흐름의 부담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재무적 대응능력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3월 정상화 방안 발표에 이어 4월 사채권자의 출자전환 동의를 거쳐 채무 가운데 2.9조원이 출자전환되고, 9000억원의 만기연장이 이뤄지면서 단기적 재무부담이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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