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 재건을 위한 提言>

재작년 8월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끝내 파산하고만 사건은 한국해운 역사에 보기 흉한 흉터로 남게 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정기선해운의 대표 주자였던 한진해운이 망함으로써 사실상 한국해운산업은 한 시대를 마감했다고 보고 있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지속된 장기 해운불황으로 인해, 근해항로의 컨테이너선사들과 일부 특수화물 취급 선사나 후발 선사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외항선사들이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는 ‘경영불능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많은 국적선사들이 파산했거나 법정관리행을 택했고, 살아남았다고 해도 개중엔 문패를 바꿔 달거나 별도의 딴 살림을 차리는 형태로, 기형적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선사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특히 부정기선사들의 경우는 거의 전멸했다고 할 수 있어서, 전통의 부정기선사 중에 기존의 이름을 유지하면서 지금껏 살아남은 업체 수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사실이 이렇다면, 10년간 지속된 해운불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한국해운이 실패를 하게 된 근본원인이 무엇이고, 누구의 잘 못인지 한번 따져 볼만한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해운이 패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앞선 사설들에서도 지적을 했듯이 해운에 종사하는 각 분야의 사람들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굳이 한국해운의 파탄에 대한 책임론을 얘기하자면, 가장 먼저 질책 받아야 할 사람들은 당사자인 국적 외항선사 오너, 경영인, 임직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적선사들이 패망하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는 이들이 경영을 잘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해운 전문가라고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리 예견하고 대처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들에게만 전적으로 책임을 돌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집단이 바로 공무원 집단, 즉 정책당국이다. 특히 정기선해운에 대한 이해 부족과 소극적인 태도 탓에 한진해운의 파산을 막지 못했고 결국 그로 인해 한국해운을 패망의 길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비판을 받아서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당국이 정기선해운에 대한 명확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하지 못하고, 한국해운을 살려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감시자의 입장에서 강한 비판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세 번째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소위 해운전문가들이다. 여기에는 해운산업을 연구하는 사람부터, 한국선주협회와 같은 협회 단체의 책임자들, 그리고 해운언론인들이 다 포함이 된다, 특히 해운산업을 위한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해운 연구 책임자들은 2008년 이후 벌어진 ‘한국해운 몰락’이라는 위기상황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80년대 중반에 단행된 ‘해운산업 합리화 조치’ 때, 모든 문제가 해운시황에 대한 잘못된 예측에서 비롯된 것이고, 따라서 해운시황을 제대로 예측해 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연구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시황 예측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뛰어난 해운시황 예측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향후 한국해운의 재건을 위해서도 해운시황 예측 능력의 향상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므로 개선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 해운산업은 이제 다시 발전과 도약을 위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원양항로의 컨테이너 운임은 세계경제 회복세에 발맞추어 서서히 회복되고 있고, 부정기선 운임도 일단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상당히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운시황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해운산업, 특히 외항운송사업은 아직도 경영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매우 취약할 뿐만 아니라, 경쟁수단인 선박의 원가 경쟁력도 떨어지고, 하주나 다른 선주들과의 연대도 끈끈하지 못해 오른 운임을 향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항해운업체들의 연달은 파산과 한국해운의 피폐상은 또한 오늘날 해운전문 인력의 손실이라는 큰 문제점을 낳고 있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이 파산에 까지 이르게 된 배경에는 해운에서 잔뼈가 굵은 주요 임원진들을 비전문가인 대한항공 출신이나 은행 출신들로 교체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는 특수한 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일반 외항선사들의 경우도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전문인력이 자의반 타의반 업계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주변에는 외항선사 경영자들이 회사 문을 닫은 후 부동산업자로 전업했거나 식당을 오픈 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데, 이런 것도 업계 전체로서는 커더란 전문인력의 손실이다.

한국해운이 부활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먼저 해운전문 인력의 유실 방지와 새로운 인력의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해양수산부는 해운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시스템을 직접 만들거나, 아니면 그러한 교육시스템에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재 해양수산부의 지원 하에 이뤄지는 해운에 관한 직무 교육은 업계 초년생을 대상으로 기초 실무교육을 하는데서 그치고 있는데, 좀 더 전문적인 ‘쉬핑스쿨’ 성격의 교육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검토해 볼만하다. 이런 일은 한국선주협회가 해양수산부의 예산 지원 하에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인재풀을 운영하고, 퇴직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재취업의 기회를 주는 시스템도 운영해 볼만하다고 본다.

앞서 지적을 했지만, 한국해운이 한 시대를 마감할 정도로 추락한 것은 관계된 모든 해운인들의 실력 부족 탓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얘기하는 ‘한국해운 재건’을 위해서는 해운업계 종사자들이 전문 실력을 쌓게 하고, 그런 해운 전문인력들을 잘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당국이 해운전문 인력 유실 방지와 새로운 전문인력 양성에 서둘러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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