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필리핀 재무부와 차관공여계약
첫 해외 항만 EDCF 지원 사례

▲ 이번 EDCF 지원으로 새로 건설될 예정인 필리핀 세부 신항만 사업실시지역 지도

지난해부터 추진해오던 EDCF의 첫 해외 항만 지원사업인 필리핀 세부 신항만 건설사업 투자가 성사됐다.

한국수출입은행(은행장 은성수, 이하 수은)은 4일 필리핀 재무부와 ‘세부 신항만 건설사업’에 대외경제협력기금(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EDCF) 1억7300만달러를 지원하는 차관 공여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에서 개최된 문재인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 양국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은성수 수은 행장과 카를로스 도밍게스(Carlos Dominguez) 필리핀 재무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의 차관공여계약서에 서명했다.

필리핀은 7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서국가로, 지리적 특성상 물류운송 대부분을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항만 인프라의 확충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세부항의 열악한 인프라는 물동량 증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워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항만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필리핀 정부는 ‘세부 신항만 건설사업’을 국가 전체 인프라사업 중 최우선 추진사업 리스트(‘Flagship Infrastructure Projects’, 75개 선정)에 등재하고, 지난해 우리 정부에 EDCF 차관을 요청해왔다.

이에 따라 수은은 이를 준비해 지난 9월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았고 이후 필리핀 정부와 꾸준히 추진한 끝에 이번 차관공여계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체결된 차관공여계약에 따라 1억7300만달러의 EDCF기금이 필리핀에 제공되면 항만 인프라가 확충돼 필리핀의 해상운송 여건이 매우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힘입어 필리핀의 산업과 경제부문에서도 성장효과가 나타나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효과도 생길 것이라고 수은은 예상했다. 외신은 항만의 규모면에서 현재 약 7000teu 가량인 세부 컨테이너항만의 캐파가 2배인 약 1만4000teu 가량으로 늘어나 체선 및 야드 포화상태 등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부 신항만 건설사업’은 EDCF가 지원하는 최초의 항만 건설 사업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간 크레인 등 항만 장비 분야에 EDCF가 투입된 적은 있지만 항만 건설에 있어 EDCF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EDCF 뿐만 아니라 그간 항만 건설 분야에 국내 금융이 지원된 적이 없고 해외 항만 개발 사업에 있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오랜 문제로 지적되어 온 점, 그리고 최근 해외 항만 투자 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인 해양진흥공사 등과 맞물려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점 등에서 이번 차관 공여계약 체결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은 행장은 이날 서명식이 끝난 후 “전통적 우방국이며 한국전 참전국인 필리핀의 최우선 국책사업을 지원하여 두 나라간 경협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면서 “2017~2022년 한-필리핀 EDCF 기본 약정 10억달러에 의거한 첫 차관공여계약 체결사업이자 대형 교통 인프라 사업으로, 향후 추진될 인프라 사업에 있어 국내 기업의 진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DCF는 장기 저리의 차관 자금 제공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산업발전 및 경제 안정을 지원하고, 우리나라와의 경제교류를 증진하는 등 대외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1987년부터 우리 정부가 설치하여 관리·운용하고 있는 對개도국 경제원조기금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과거 우리가 선진국으로부터 원조성 차관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후발개도국에 차관을 지원하기 위한 일종에 공적개발원조(ODA)에 속하며 올해 4월말 기준으로 54개국 395개 사업에 대해 총 15조9015억원(승인기준)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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