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현 연구원 “후판가 상승으로 해체량 증가”

후판가가 상승하면서 선박 해체량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전 세계에서 130척이 해체되면서, 신조선 발주량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해운업계에서 선박 연비를 높이고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고선을 신조선으로 교체하려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박무현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조선업 리포터를 통해 올해 총 770척이 발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발주량 712척에 비해 8.1% 증가한 것으로, 탱커를 중심으로 선박 해체량이 증가하면서 신조선 발주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이다.

박 연구원이 주목한 것은 올해 선박 해체량 증가 추세다. 탱커 해체량이 1970년 이후 최대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전 세계 누적 해체량은 130척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탱커는 절반 이상인 73척에 달한다.

이는 해체선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과 후판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해체선가도 함께 증가했고, 이에 따라 해체량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최근 연비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환경 및 안전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중고선을 해체하고 신조선을 발주하는 분위기도 신조 발주량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

저유황유 사용으로 선박엔진 손상 증가

현재 해운업계는 선박연료로 황함유량이 3.5%인 벙커C유(HFO)를 사용하고 있다. 2015년부터 배출가스 규제지역(ECA)에서는 황산화물 비율이 0.1% 이하인 저유황유 사용을 강제 시행되고  있으며, 2020년 SOx 규제가 시행되면 전 세계 모든 해역에서 운항되는 선박은 황함유량 0.5% 이하인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탈황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LNG 연료 선박을 신조발주 해야 한다.

이 가운데 저유황유는 선박 엔진 사고를 유발한다. 박 연구원은 “최근 저유황유(VLSFO)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선박 엔진의 손상과 마모가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해상보험업계에 따르면, 선박 연료를 저유황유로 전환하면서 선박엔진의 손상과 작업정지(Shut down) 사고가 증가해 보험금 청구금액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해상보험회사들이 결성한 JHC(Joint Hull Committee)와 해난구제회(Salvage Association)의 자료를 인용한 것에 따르면, 저유황유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정제 폐 잔류물(cat fines)로 인한 엔진손상이 증가했다. 결국 선박 엔진손상과 같은 문제 발생이 증가할수록 용선주와 화주들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에서 엔진손상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IG클럽인 Swedish Club의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보험금 청구 비중은 12%, 일본은 9%, 중국은 36%로 나타났다. 중국 선박의 보험금 청구는 한국의 2배, 일본보다는 3~6배 가까이 더 많은 상황으로, 특히 중국 선박의 전체 보험금 청구 중 50만달러가 넘는 경우는 75%에 달한다.

이 뿐만 아니라, 건당 200만달러를 상회하는 중국 선박의 보험금 청구는 한국과 일본의 사례보다 52% 많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2020년 SOx 규제가 시행되면, 중국 선박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환경규제를 대응하는 방법 가운데, 선박연료를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선주의 투자가 소극적인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것보다 LNG추진선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중고선 1.7만척 LNG추진선으로 교체 전망

2020년 선박 연료의 황함유량 0.5% 이하로 제한됨에 따라 곧 향후 17개월 동안 HFO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중고선박이 LNG추진선으로 대량 교체될 전망이다.

지난 2010년까지 신조선 계약된 LNG선을 제외한 중고선은 기계식엔진(MC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기술적으로 ME-GI엔진으로 개조가 불가능하다. ME-GI엔진으로 개조가 가능해야 LNG연료 탱크를 부착해 LNG추진 기술을 구현해낼 수 있다. 그러나 MC엔진은 개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2010년까지 신조 계약된 중고선은 모두 LNG추진선으로 교체해야 된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현재 LNG선을 제외한 중고선 2만3000척 가운데 2012년까지 인도된 선박은 1만7214척으로, 해당 선박은 모두 LNG추진선으로 교체돼야 하는 선박으로 추정했다.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이 아닌 벌크선을 제외하더라도 LNG추진선으로 교체 발주가 예상되는 선박은 총 9172척에 달한다.

대우조선, LNG추진선 최적의 솔루션 제공

이처럼 선박연료가 석유에서 LNG와 같은 대체연료로 전환할 경우 가장 큰 수혜는 대우조선해양이 입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일본은 기본설계능력이 부족해 선박 건조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중국 후동중화조선과 상해외고교조선(SWS)은 2만2000teu급 LNG추진 컨테이너선 건조를 마무리하지 못해 인도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LNG선 분야에서 최고의 솔루션을 갖춘 조선소로, 메이저 LNG선주사들도 대우조선을 선호하고 있다는 박 연구원의 주장이다. 대우조선은 LNG화물창인 솔리더스(SOLIDUS)와 고망간강을 적용한 LNG저장탱크 맥티브(MCTIB) 등 LNG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상용화에 성공했다. 독자 화물창은 LNG추진선의 연료탱크로도 사용이 가능해 LNG추진선 분야에서 최적의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2020년 시행되는 Sox 규제로 대우조선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환경규제는 조선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해운업계가 LNG추진 시대를 주도할 기회다. 정부는 4월 200척의 발주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박 연구원은 200척의 선박을 LNG추진선으로 건조할 경우 LNG추진 시대를 국내 해운업계가 주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해운업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낮은 원인이 Sox 규제를 비롯한 IMO 규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국내 해운사들은 그동안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해 왔으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선박도 거의 MC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한국 선사들이 전 세계 1위 조선업인 국내 조선소에 LNG추진 사양으로 교체 발주를 늘릴 경우 세계 해운업의 새로운 전망을 국내 선사들이 주도할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올해 신조발주량 770척 전망

올해 전 세계 발주량은 770척으로 보인다. 5월까지 누적 발주량은 181척으로, 올해 초부터 VLCC 등 대형 탱커와 LNG선이 발주량 상승을 주도한데 이어 하반기부터는 LPG선과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등으로 발주가 확대된다는 전망이다. 올해 발주 물량 770척 가운데, 탱커는 265척, 벌크선 300척, 컨테이너선 95척, LNG선 40척, LPG선 60척, 자동차전용운반선(PCC) 10척으로 전망됐다.

선종별로 살펴보면, MR탱커는 100척이 발주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 MR탱커의 수주잔량은 선박량 대비 9.6%를 기록하며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선박 인도량은 올해 69척에서 2019년 85척으로 증가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감소해 2020년 21척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반해 2021년에는 선령을 15년 초과하는 선박량이 549척로 높아지기 때문에 2020년 인도를 목표로 올해 100척이 발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VLGC는 올해 30척이 발주될 전망이다. 2016년 글로벌 선박량 대비 수주잔량은 40%에 육박했으나 최근에는 12.6%로 급격히 감소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VLGC 인도량이 지난해와 올해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주잔량이 빠르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1년 인도를 목표로 한 VLGC 발주량은 30척으로 예상된다.

올해 현재까지 25척이 발주된 VLCC는 60척 발주가 예상된다. 전 세계 VLCC 수주잔량은 104척으로 선복량 대비 14.4%로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부터 인도량이 급격히 낮아져 선령이 15년을 초과하는 노후선 비중도 이미 20%를 상회하고 있어 2020년 인도를 목표로 올해 60척의 VLCC가 발주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박 연구원은 LR1탱커 10척, LR2탱커 35척, 아프라막스 30척, 수에즈막스 25척 발주를 예상했다.

이어 LNG선은 올해 40척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됐다. 가파른 LNG 수요 증가와 공급부족으로 선박 발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지난해 발주량 17척을 두배 이상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올해 현재까지 지난해 발주량을 넘어선 18척이 발주되면서 하반기 지속적인 신조발주가 기대된다.

1만5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25척이 발주될 예정이다.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240척인데 이들 선박은 이미 1만5000teu급 이상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구주노선에는 현재 1만80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이 주력으로 운항되고 있는 상황이다. 컨테이너선은 선박간의 연비경쟁이 가장 치열한 선종이기 때문에 연료를 적게 소모하는데 투자가 가장 먼저 시작되기도 한다. 따라서 1만5000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은 연간 25~30척의 발주량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3000teu급 이하 컨테이너선의 올해 발주량은 60척으로 전년도 83척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3000teu급 이하 컨테이너선의 글로벌 수주잔량은 206척이며 선박량 대비 수주잔고는 7.1%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인도량은 2020년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선령 15년을 초과하는 노후선 비중은 55%를 상회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3000teu급 이하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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