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 박태원 박사
최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포식자' 아마존의 움직임에 8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9조 원이나 사라졌다. 아마존에 1만 달러만 내면 '아마존 독립 배달사업자'가 될 수 있으며, 아마존에 소속되지 않으면서도 4대의 아마존 배달용 차량을 소유한 소규모 배달서비스 업체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파트너 사업자에게는 배달 전용의 밴 차량을 값싸게 임대하고 기름 값과 보험료도 할인해 주는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아마존은 7천 대의 트럭과 40대의 항공기를 자체 소유하고 있지만, 이들은 물류센터 간 운송을 맡고 있으며 고객의 문전까지 배달하는 것은 미국 우편서비스(USPS)나 페덱스 같은 업체가 맡아왔다. 아마존이 '독립 배달사업자' 모집을 발표하자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이 하루 동안 30억 달러가 날아갔다.

또한 아마존이 미국 50개 주 전체에 의약품 유통 면허를 가진 온라인 약국 필팩(PillPack)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약국체인인 월그린과 CVS를 포함하여 라이트에이드, 제약유통업체인 카디널 헬스, 아메리소스 버진, 맥케슨 등 6개 업체의 시가총액은 145억 달러나 증발했다.

아마존의 창업자 베조스는 2012년 「포브스」가 뽑은 '미국에서 가장 효율적인 CEO' 1위에 올랐다. 책은 인터넷서점으로 시작해 거대한 공룡기업이 된 아마존의 성장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존의 성장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고객 중심’이란 키워드다. 단순히 고객의 편의를 생각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최대한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의미다. 아마존은 이익이 생기면 재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거나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저가전략을 취해왔다. 이를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고, 이들이 또다시 더 큰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구조를 가져오며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특히 아마존의 플랫폼은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가치를 더욱 키웠다. 클라우드서비스인 ‘아마존 웹 서비스’와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음성인식 스피커 ‘아마존 에코’를 출시했고, 미국의 유통업체인 홀푸드를 인수해 오프라인 매장까지 진출했다. 전자상거래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얻는 고객정보는 아마존 에코의 기능을 높이는 데 활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아마존에 고객과 이익을 빼앗기는 ‘아마존에 당하다’(to be Amazoned)라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로 아마존의 영향력은 이미 막강하다. 유통의 제왕에서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변모한 아마존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업 혁신 모델이 무엇인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월가에 대한 아마존의 영향력 증대와는 달리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설립한 미국 제조업과 혁신의 상징이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은 미국을 대표하는 30개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 평균지수에서 퇴출되었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GE를 이끌었던 잭 웰치 회장은 재임 기간 GE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000여개에 달하는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의 몸집을 불려나갔다. 그는 '세기의 경영자'(Manager of the Century)라는 명성을 얻었고, 전 세계 경영자들은 그의 리더십 스타일을 연구하고 경영 전략을 따라 했다.

“한 손에 물과 다른 손에 거름을 쥐고 조직의 인재를 관리해야 하며, 열정(passion)이 없는 하위 성과자 10%는 과감히 해고해야 한다”고 외쳤던 잭 웰치도 제프리 이멜트를 후계자로 선임하는 잘못으로 지금의 GE 사태를 초래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다. 2001년 CEO에 오른 제프리 이멜트는 손쉬운 금융사업 이익에 도취되어 본업인 제조업의 경쟁력을 잃어버린 우를 범했다. GE캐피털이 한 때 GE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하자, GE캐피털을 통해 조달한 자본으로 다른 계열사의 해외 사업에 투자하는 문어발식 사업다각화가 화근이 되었다. 특히 에너지와 전력 부문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실적 부진과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혁신의 아이콘이던 GE는 이제 혁신의 대상이 되었다. 지난 해 8월 제프리 이멜트에 이어 최고경영자에 취임한 존 플래너리는 GE의 상징과도 같던 전구 사업 등 10개가 넘는 사업을 정리하고 전력 부문에서 1만 2천명을 감원하는 등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등 획기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래 성장 전략을 찾지 못하면 125년 역사의 GE도 날개 없이 추락하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해운물류산업의 암울한 현실과 맞물려 한순간에 몰락한 세계 1등 기업 GE의 사태를 보면서 등골이 오싹해 진다. 적어도 10년 뒤의 먹거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기업생존 세계의 살벌한 현실이다.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은 아마존 성장과 GE 몰락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생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은 뼈를 깎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하여 규모의 경제 효과를 넓히면서 공동운명체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창업자·가족중심 경영방식에서 탈피하여 전문경영인을 양성하고 영입하는 과감한 인사혁신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해운선사들의 통합문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정부도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차질 없는 추진과 함께 우리 해운물류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담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 맞는 미래지향적 정책개발에 보다 더 진력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