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스자코니, JOC 편집국장

▲ 마크 스자코니 국장
원양화물선이 긴급 벙커할증료를 부과함으로써 유류비 급등을 만회하려는 조치를 화주들은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약 18개월 후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규제가 본격적으로 발효되면 컨테이너 운송업계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간 운영비로 휘청거릴 수 있다.

유황배출량을 0.5%로 감축하기 위한 예상 비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듯이 환경규제를 둘러싼 해운업의 기대도 제각각이다. 엄청난 우려가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큰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됐던 IMO의 '해상인명안전협약'과 같을 것이라는 기대부터 MOL의 주니치로 이케아(Junichiro Ikea) 사장이 FT에 "우린 모두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어느 방향이든지 화주들은 더 높은 벙커할증료(BAF)를 지급하게 될 것이며 운영비 급등에 당황한 선사나 덜 양심적인 선사가 부과하는 소위 긴급 할증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 미국 화주들 역시 다가올 추가 비용 부담에 대한 상황을 점차 인식하고 있다. 대형화주(BCO) 십여 곳과 이야기해 보니, 그들은 이미 회사 경영진에게 서비스 계약에서 아무리 유리하게 조정한다고 해도 총 수송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알리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또 선사 측 역시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있고 벙커할증료가 최대 5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 년 전 황산화물 저감 정책으로 대화가 흘렀을 때 매우 당황하던 영업 담당자들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모습이라고 했다.

나름대로 벙커할증료 공식을 만들어 선사로부터 동의를 구하는 화주에게는 이 변화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없는 화주의 경우, 태평양 항로 안정화 협정 만료 이후 운임 안정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난색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선사가 화주에 전가하는 비용은 다양할 수 있으며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화주가 어느 유형에 속하든, 스크러버 장착을 통해 배출규제를 준수하려는 선사가 화주에 비용부담을 얼마만큼 전가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대형선사인 머스크라인과 하팍로이드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이 높은 저유황유를 구매하기로 결정했지만, 대부분의 선주들은 스크러버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헤디 그라티(Hedi Grati) IHS Markit 에너지 연구원에 의하면 3월 스크러버 주문을 한 선박이 90척이었던데 반해 5월에는 그 수가 510척으로 급증했다.

그라티 연구원은 정유업계 역시 환경규제에 대한 대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물론 저유황유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제조법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지만, 2019년부터 사용 가능한 유황유에 대해 발표가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JOC.com의 모회사인 IHS Markit은 벙커유 가격 급등이 2020년 상반기 6개월 동안에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1년 6개월~2년에 걸쳐 급등 현상이 지속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서 하향조정된 것이다.

이처럼 전망이 밝아진 주요 원인은 국제 원유를 둘러싼 환경 변화와 여분의 저장용량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저유황유는 원유 가격에 매우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수송 연료 자문업체인 브레이크스루 퓨얼(Breakthrough Fuel)의 매튜 뮌스터(Matthew Muenster) 응용지식 수석매니저는 경영진에게 유류비 증가에 대해 보고하는 것 외에도, 화주는 화물 운송비와 유류비를 분리해 지출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유업체가 저유황유 생산을 늘릴 경우 비슷한 원료를 사용하는 디젤 가격에 압박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만약 충분히 많은 선주가 스크러버 장착 방식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정유업체가 고유황유 생산을 줄이게 되어 결국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주들도 유류 가격 인상에 대비해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MO의 환경규제가 해운업 전반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역시 아직 불투명하다. 선사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형 선박을 발주할 것인가? 이는 국제 금융위기가 휘몰아치기 전 수요와 함께 유류비가 급증하자 선사들이 선택했던 노선이기도 하다. 더 많은 선사가 머스크와 MSC(Mediterranean Shipping Co.)에 동참하여 운항 속도를 늦출 것인가? 아니면 선사들이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네트워크의 수를 하향 조정할 것인가? 해운시장이 어떻게 대응하든지 분명한 것은 화주가 전반적인 연료비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화주들이 다양한 종류의 연료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더 복잡한 양상을 만들어낼 것"이며 "저유황유는 화물 운송 산업 전반에 걸쳐 청정연료 사용으로 가는 긴 여정에 있어 하나의 단계"라고 뮌스터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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